생리 ‘공결’과 생리 ‘결석’

▲ ⓒ김민서
 1학년 학생들은 출석 점수에 민감하다. 100점 만점에 출석 점수는 보통 20점이다. 아침마다 이런저런 문자를 받는다. 몸이 아파서, 집에 일이 생겨서 결석을 한다고 알려온다. 또 생리통이 심해 결석을 한다고 문자를 보내는 학생도 있다. 나는 좀 민망한데, 학생들은 하나도 민망해하지 않는다. 보통 생리통에 감기까지 겹쳐 오늘은 집에서 쉬어야겠다고 한다. 바로 답장을 한다.

 “그래 알았다. 푹 쉬고 다음 주에 보자. 그리고…아프지 말자.”

 학생들의 문자를 받아도 결석으로 잡을 수밖에 없다. 병원에 가고, 진료확인서를 끊어 오면 결석으로 잡지 않는다. 이화여대 정유라 사건 이후로 출결 관리가 더 엄격해졌다. 한 학생이 우리 학교도 생리 결석을 출석으로 인정하느냐고 물어왔다. 안타깝게도 우리 학교는 아직 이런 제도가 없다고 했다.

 2004년 여학생 70여 명이 생리 결석을 출석으로 인정해 줄 것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05년 12월 교육부에 생리 결석을 출석으로 인정할 것을 권고하고, 그 이듬해 1월 교육부는 초중고 여학생의 생리 결석을 출석으로 인정하겠다고 발표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여대생은 해당되지 않는다. 2005년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 이후 우리나라 몇 대학에서 생리 결석을 출석으로 인정하겠다고 발표한다. 그로부터 1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몇 대학’만 출석으로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출석을 인정받으려면 자신이 생리 중이라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또 내야 할 서류도, 절차도 복잡하다. 학교 보건소에 가 생리 확인을 받아야 한다든지, 학교 건강증진센터에서 확인증을 받거나 병원에서 진단서를 받아 지도 교수에게 확인 서명을 받은 뒤 소속 대학장에게 내야 한다. 학교 건강증진센터에서 진료확인서를 받고 그것을 온라인으로 신청한 뒤 3일 뒤 확인서를 출력하여 내는 곳도 있다. 이렇게 절차가 복잡하니 차라리 결석 먹고 말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이화여대, 숙명여대, 서울여대는 생리공결제가 없다. 서강대는 학교 행정이 늘어난다고 한 학기 하다가 그만두었다. 그에 견주어 한국외대와 동덕여대는 증빙 서류 없이 신청서만 담당 교수에게 내면 된다. 한국외대는 수업일수의 4분의 1까지 쓸 수 있고, 동덕여대는 학기당 4일을 쓸 수 있다. 경희대는 시험 기간에도 생리 결석을 인정한다.

 나는 ‘생리 공결’보다는 ‘생리 결석’이 맞다고 생각한다. 공결이라는 말은 사전에도 없는 말이라 한자로 ‘空缺’인지, 아니면 ‘公缺’인지 잘 모르겠다. 이 말은 다분히 ‘행정’ 중심의 말이다. 생리 결석은 ‘여성’의 처지에서 당당히 써야 한다. 근로기준법에도 생리 ‘결근’이라 하지 않고 ‘생리 휴가’라 하고 법으로 보장한다. 대학에서도 ‘생리 결석’을 인정해야 한다. 처음에는 여러 가지 업무 문제가 있을 수 있겠지만 머리를 맞대고 연구를 하면 더 나은 방법이 나오기 마련이다. 여성 처지에서, 그날은 ‘공결’하는 것이 아니라 당당히 ‘결석’할 수 있어야 한다.
김찬곤

광주대학교에서 글쓰기를 가르치고, 또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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