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 심바는 뭘 먹고 살았을까?

 사자가 나오는 영화라고 하면 바로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1994, 미국 월트 디즈니, 감독 : 로저 월러스, 롭 민코프)’이 떠오른다. 디즈니가 만든 애니메이션 영화중 초히트작이며 그 후에 수많은 애니메이션 영화를 제작하게 만든 모범이 된 작품이기 때문이다. 줄거리 구도는 매우 단순하지만 이솝우화처럼 권선징악적인 교훈적인 메시지와 기발한 유머 코드들이 곳곳에 담겨 있다. 애니메이션을 뛰어넘어 한 편의 감동적인 영화의 반열에 오른 수작이라고 할 수 있다. 마치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다큐멘터리 ‘동물의 왕국’ 중 한 동물의 생애를 집요하게 추적한 리얼 스토리를 극대화시킨듯 온 가족이 함께 공감대를 형성하며 볼 수 있다. 사자 무리 사회인 프라이드(pride)에서 내쫓겨 외톨이가 된 어린 사자가 겪는 모험과 다시 무리로 돌아와 왕이 되는 서사적인 이야기를 재미있게 그려냈다는 평이다.

 아기 숫사자 ‘심바’는 당당히 사자 왕의 아들로 태어나 왕위를 계승할 후계자로 클 운명이었다. 하지만 어질고 용맹한 왕이었던 아버지 ‘무파사’가 경쟁자였던 동생 ‘스카’, 그와 공모한 하이에나들에 의해 살해되고, 그 죽음의 원인을 심바에게 덮아씌우면서 더 이상 무리에서 살 수 없게 돼 홀로 자책과 고뇌의 길인 대초원을 정처 없이 헤매게 된다. 그가 지쳐 쓰러져갈 무렵, 언제나 하쿠나 마타타!(걱정 하지마! 잘 될거야)를 외치고 사는 낙천주의주의자 혹 멧돼지 ‘품바’와 엉뚱한 미어캣 ‘티몬’을 만난다. 그들로부터 부모에게서 미처 전수 받지 못했던 정글의 법칙을 배워나가면서 체력을 키운다. 도중에 현명한 맨드릴 개코원숭이 ‘라피카’를 만나 정신적인 치유까지 받게 된다. 그렇게 차츰 자학과 불행을 극복하고 그들과 함께 즐겁게 생활하던 중 우연히 초원에서 옛 여자 친구인 ‘날라’를 만나, 스카와 하이에나들의 폭정에 시달리고 있는 고향 사자왕국의 어두운 현실 이야기를 듣게 돈다.
 
▲미어캣·멧돼지랑 친구…사냥은 언제
 
 심바는 자기는 당당한 왕의 후손이며 빼앗긴 왕좌를 되찾는 게 자신의 운명임을 깨닫고 죽음의 위험을 무릅쓰고 당당히 본래 사자 무리로 돌아온다. 그리고 스카와 하이에나 무리들과 최후의 결전을 벌인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을 모두 물리치고 빼앗긴 왕좌를 되찾게 된다.

 이 이야기는 마치 옛 영국의 사자왕으로 불리웠던 리처드나 햄릿 같은 중세 왕국들의 궁중 암투를 흥미진진하게 담고 있다. 이후 2편, 3편도 연속해서 만들어져 마치 동물애니메이션 영화의 모법답안이라 할 수 있는 좋은 모델이 되고 있다.

 여기서 사자는 육식동물이지만 미어캣 티몬이나 혹 멧돼지 품바와 함께 지내면서 사냥 활동을 거의 보여주지 않는다. 그들이 먹는 벌레나 식물을 먹기도 한다. 그런 것이 사자에게 꼭 나쁠 것은 없을 것이다. 궁하면 통한다고, 마땅히 먹을 게 없으면 어떤 동물도 남이 먹는 건 다 먹을 수 있는 게 또한 자연이다. 그런데 본래 본능적인 잔인함이나 폭력 같은 건 최대한 감추거나 두루뭉술 넘어가고 좋은 것만 보여주려 하는 조심스런 애니메이션의 속성을 성실히 따르다 보니 현실감이 좀 덜 떨어지는 경향도 없지 않다. 요즈음 어린이들은 대부분 동물다큐나 다양한 체험활동을 통해 어른들보다 더 많은 지식들을 접하는 세대이기 때문에 알면서도 그냥 속아주는 척하는 것이지, 마냥 각본대로 생각해주고 따라가 주지는 않는다.

 그래서 애니메이션 눈높이를 잘 조절하지 못하면 자칫 어른들은 물론이고 어린이들에게 조차 수준 미달의 유치한 영화로 비춰질 공산이 크다. 가끔 동화나 영화 속에서 자연의 진실을 왜곡시킨다고 말하면, 혹자는 어차피 성장하면서도 자연스럽게 다 알게 될 텐데 굳이 어릴 때부터 잔인한 진실을 꼭 집어 알려주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들 대꾸한다. 리얼리티냐 재미냐? 두 가지 접근방식 모두 충분히 장단점이 있을 수 있다. 이미 어느 정도 진실을 알고 있는 한에서는 자연스레 걸러서 소화하기 마련이니 굳이 그것을 일부러 강조할 필요성은 없을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사자들, 미어캣, 혹 멧돼지, 하이에나, 맨드릴같은 캐릭터들의 외모나 풍기는 이미지가 인간 사회의 권력자들, 간신들, 순박하면서 재기발랄한 범부들과 매우 잘 어울리면서 조화를 이룬다는데 있다. 마치 현대판 이솝우화 한권을 영상 속에서 모두 보는듯한 느낌이 들어 이 영화는 오히려 매우 인간적이면서도 또한 매우 동물적인 영화로 다가온다.
 
▲동양 호랑이처럼, 서양은 사자 신격화

 서구 문화에서 사자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나 소설은 매우 많다. 서양에서는 동양의 호랑이와 마찬가지로 사자는 거의 신격화 되고 의인화 되어지는 전통이 있다. 대충 예를 들어도 영화중에는 동물원 사자가 동물원을 탈출하여 야생의 섬에 불시착한 이야기를 그려낸 영화인 ‘마다가스카르1, 2’, 겁쟁이 사자가 나오는 ‘오즈의 마법사’, 신적인 사자 아슬란이 나오는 ‘나니아연대기’ 같은 고전 명작에도 단골 주인공으로 사자가 등장한다.

 이런 영웅적이거나 달달한 사자 뿐 아니라 ‘고스트앤다크니스’란 영화에선 실제 케냐의 철도공사현장에서 38명의 무고한 노동자들을 물어 죽인 사자와 그를 쫓는 백인 사냥꾼의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를 그려낸 논픽션에 가까운 영화도 있다.
최종욱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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