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장면과 짜장면

▲ ⓒ김민서
 얼마 전 집에서 짜장면을 시켜 먹었다. 늘 시켜 먹는 곳이다. 옛날에는 회사에서, 지금은 사무실에서 시켜 먹는다. 사장님 얼굴을 안 지 20년도 넘었다. 늘 한결같다. 아드님이 올 때도 있고 직접 오시기도 한다.

 아내는 짜장 그릇과 반찬 그릇을 깨끗이 씻어 밖에 내어놓는다. 언제나 그렇다. 후배 조성우가 그랬다. 십수 년 전이다. 그의 집에서 후배들 서넛이랑 자장면을 먹은 적이 있다. 성우는 짜장 그릇과 반찬 그릇을 깨끗이 씻어 보기 좋게 포개어 밖에 내놓았다. 나는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나는 그날 성우한테 세상을 살아가는 태도를 배웠다.

 사무실에서 중국요리를 시켜 먹으면 어떤 이는 자기가 고른 음식부터 랩을 벗기고, 어떤 이는 반찬 그릇부터 벗긴다. 그런데 집에서 시켜 먹으면 대개 부모가 반찬 그릇을 벗긴다. 아이들은 짜장면 그릇 랩을 벗기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그마저 부모가 벗겨 줘야 한다.

 2011년 8월31일, 국립국어원은 ‘짜장면’을 ‘자장면’과 더불어 표준어로 인정한다. 그전에는 자장면으로 써야 했다. 국립국어원은 그 근거로 외래어표기법 1장 4항 “파열음 표기에는 된소리를 쓰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를 들었다. 하지만 이도 문제가 있었다. 사실 ‘ㅈ’은 파열음도 아니다. 굳이 근거를 들자면 2장 표기일람표 중국어 표기표를 들 수 있다. 자장면은 ‘Zhajiangmian[炸醬麵 튀길작·간장장·밀가루면]’에서 온 외래어다. 중국어 표기표에서 ‘zh’는 ‘ㅈ’으로 쓰게 되어 있다. 그런데 더 결정적인 근거는 1977년 문교부에서 정한 ‘국어순화세칙’을 들 수 있다. 여기 소리(音韻) 편에 되도록 된소리를 쓰지 말자는 대목이 있다. 세상이 무서운데 말까지 거칠어지면 안 된다는 것이다. 사실 욕은 된소리가 많다. 그래서 5천만 국민이 ‘짜장면’이라 하는데도 끝까지 ‘자장면’을 ‘지킨’ 것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자장면을 찾아보면 “중국요리의 하나. 고기와 채소를 넣어 볶은 중국 된장에 국수를 비벼 먹는다”고 나와 있다. 하지만 짜장면은 ‘중국요리’라 할 수 없고, 중국 산둥반도에서 먹는다는 짜장면의 원조 작장면에는 고개와 채소를 넣지 않는다. ‘작장’은 식용유에 ‘장을 볶는다’는 말이다. 여기서 장은 밀가루로 담근 까만 춘장을 말한다. 그러니까 작장면은 볶은 춘장에 비벼 먹는 국수다.

 1883년 인천항이 열리면서 산둥반도 노동자들이 인천에 왔다. 그들은 고국에서 먹던 대로 작장면을 해 먹었다. 그때는 춘장을 많이 넣지 않았기 때문에 면 빛깔이 거의 하얬다. 그러다 인천에 터를 잡은 중국인들이 이 음식에 달콤한 캐러멜을 섞은 춘장에 채소와 고기를 곁들어 한국사람 입맛에 맞게 내놓았다. 지금은 춘장에 설탕과 조미료를 넣고 식용유에 볶는다. 이것이 지금의 짜장면이 된 것이다. 중국음식점을 짱깨집이라 하는데, 중국에서 돈 궤짝을 지키는 주인장을 장궤라 하는 것에서 온 말이다. 그럼 하루에 팔리는 짜장면은 얼마나 될까. 보통 700만 그릇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것은 상식으로 생각해 봐도 맞지 않고 한 36만 그릇쯤 된다고 한다. 참고로 2018년 1월1일 대한민국 인구수는 5177만9148명이다.
김찬곤

광주대학교에서 글쓰기를 가르치고, 또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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