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5자, 원고지로 2.4장이 한 문장

▲ 조국 민정수석이 대통령 개헌안의 내용을 브리핑하고 있다.
 (저번 호에 이어서 씁니다)

 “(너는) 주말에 어디(를) 다녀왔어?” “응, (나는) 부산(에) 갔다 왔어.”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준말뿐만 아니라 주어(‘너와 나’)도 조사(‘는, 를, 에’)도 생략해 버린다. 우리말의 ‘경제성’이다. 이렇게 봤을 때 우리나라 어문 교육 정책의 ‘본말 쓰기’(준말 안 쓰기)는 우리말의 특성에 반하는 정책이 아닐 수 없다.

 또 우리나라는 말과 글의 간극이 아주 심한 나라에 든다. 영어권에서도 ‘쉬운 영어 쓰기 운동’(Plain English Campain)을 하고 있는 형편이다. 관공서 문서나 고지서뿐만 아니라 일반 회사의 문서도 쉬운 영어로 쓰고 있다. 이것은 한마디로 말과 가까운 영어를 쓰는 정책이다.

 헌법 개정안 가운데 ‘전문’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전문(前文)은 말 그대로 헌법 조문 앞(前)에 있는 글이고, 보통 글에서 서문이나 머리말에 해당한다. 헌법에 전문이 꼭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헌법에는 법조문 앞에 제법 긴 전문을 두어 대한민국의 역사와 우리 겨레가 나아갈 길을 자세히 말하고 있다.

 헌법 전문과 관련하여 가장 뜨겁게 논쟁이 되었던 부분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이 말은 4조에도 있다)에서 ‘자유민주’라는 말일 것이다. 이것을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같은 사회 체제를 뜻하는 말로 봐야 하는가, 아니면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를 뜻하는 말로 해석하느냐의 문제로 갈려 논쟁을 해왔다. 지난 1월 2일 국회 헌법개정특별위 자문위원회 개헌안은 이 낱말을 “자유롭고 평등한 민주사회”로 손을 보았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이 구절은 손대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또 자유와 민주를 한 칸 띄어 쓰지도 않았다.

 또 하나 자주 문제 삼았던 것은 헌법 전문이 한 문장으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 글자만 395자(공백까지 하면 499자), 200자 원고지로 2.4장이나 되는 글이 한 문장으로 되어 있어 읽기에 숨이 차고, 뜻이 훤히 드러나지 않고 읽을수록 도리어 어수선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몇 문장으로 나누어야 한다는 말이 있어 왔다. 특히 초등학생이 읽기에 너무 길고, 어렵다는 점도 있다. 헌법을 쉬운 말로 쓰면 권위가 떨어진다는 말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권위의 문제라기보다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국민의 기본권(개헌안 10조 ‘행복할 권리’, 11조 ①항 ‘법 앞에 평등할 권리’, 22조 ①항 ‘알 권리’)이라 할 수 있다.

 초등학생 또한 엄연히 대한민국 국민이다. 3월 20일 조국 민정수석은 ‘문재인 대통령 개헌안 1차 발표’를 하면서 이런 말을 한다. “무엇보다도 먼저 이번 개헌은 첫째도 둘째도 국민이 중심인 개헌이어야 함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또 “어린이·청소년·노인·장애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도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하는 한편,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다양한 영역에서 동등한 권리를 가진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밝혔다. 더구나 이번 개헌안에는 제36조에 ①항을 추가했는데, 그 내용은 “어린이와 청소년은 독립된 인격주체로서 존중과 보호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이다. 하지만 이번 헌법 개정안 ‘전문’은 초등학생이 읽기에는 어렵고, 여전히 한 문장이고 길다. (다음 호에 이어서 씁니다)
김찬곤

광주대학교에서 글쓰기를 가르치고, 또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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