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감도 감동도 함량미달

▲ 영화 ‘챔피언’.
 마동석은 요 근래 한국영화가 가장 사랑하는 이름이다. 그는 ‘부산행’과 ‘범죄도시’로 관객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고, ‘부라더’는 영화의 완성도에 비해 마동석의 이름값을 톡톡히 본 영화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챔피언’은 마동석의 이런 유명세를 십분 이용한 기획영화라고 할 수 있다.

 마동석은 젊은 시절 실베스타 스탤론이 주연했던 팔씨름영화인 ‘오버 더 톱’에 열광했다. 그리고 꿈을 꾸었다. “그래 나도 언젠가 팔씨름영화의 주인공이 될 테야.” 그렇게 마동석은 인기 절정의 시점에서 팔씨름영화의 주인공이 되었다.

 국내 최초 ‘팔씨름영화’라고 하는 기획 자체는 나쁘지 않다. 그간 한국영화가 개척하지 않은 영역에 도전함으로서 새로운 것에 목말라있는 관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챔피언’은 영화의 만듦새에 있어서 치명적인 약점을 노출하며 좌초하고 만다. ‘챔피언’은 스포츠영화의 쾌감도, 그렇다고 가족영화의 감동도 전달하지 못하는 함량미달의 영화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가 ‘챔피언’이란 타이틀을 내세웠다는 것은 스포츠영화를 표방하고 있다는 말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스포츠영화의 기본 서사를 애써 무시한다. 주인공의 승리하고자 하는 열망이나 악전고투를 중요시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이 영화는 극의 막판에 관객들이 맛보게 되는 짜릿한 희열과 감동이 반감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스포츠영화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살려내지 못하고 있는 이 영화는 가족영화로서도 합격점을 받긴 어렵다. 한국에서 태어난 마크(마동석)는 어린 시절 미국에 입양되어 어렵게 살았다. 당연히 한국에 좋은 기억이란 없다. 이런 마크가 어릴 적 자신을 버렸던 엄마를 찾아 한국 땅을 밟는다. 마크는 자신을 낳았던 엄마를 찾아간다. 하지만 친모는 이미 돌아가신 후다. 대신 옷가게를 하며 두 자녀를 힘겹게 키우고 있는 수진(한예리)을 만나게 된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남남으로 살아온 이들이 ‘진짜’ 가족이 돼가는 이야기를 시도하며 감동의 서사를 만들어내고자 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것 역시 연출력의 미비로 그 뜻을 이루지 못한다.

 그리고 ‘챔피언’은 마크의 앞길을 방해하는 악역을 배치시키며 극적인 재미를 배가시키고자 했다. 그러나 악역 캐릭터를 활용하는 것에 있어서도 이 영화는 서툴다. 고리대금업을 하는 인물과 이 인물의 배후에 있는 재벌2세는 악역의 모양새로 극 속에 배치되기는 하지만, 인물의 전형성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고 존재감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마크와 악역 사이를 오가며 극에 활기를 불어넣어야 하는 인물인 진기(권율)의 활약 역시 맥락이 없는 극 속에서 빛을 내지 못한다.

 이렇게 ‘챔피언’은 극적인 구성이나 이야기의 짜임새가 허술한 영화다. 이 사상누각의 구조에서 마동석은 시종일관 스크린을 누빈다. 그러나 튼튼하지 못한 이야기와 탄탄한 캐릭터가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마동석의 원맨쇼는 허수아비의 춤에 불과하다.

 영화는 배우 혼자 잘한다고 좋은 영화가 되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대두되는 것이 감독의 역할이다. 감독은 한 편의 영화를 책임지는 사람이다. 좋은 영화는 감독이 수 만 가지의 선택을 탁월하게 했을 때 탄생한다. ‘챔피언’은 마동석을 믿고 영화를 진행했을지 모르지만, 기본에 충실하지 않음으로써 좋지 못한 결과를 낳았다.

 ‘챔피언’은 ‘팔씨름영화’라고 하는 참신한 기획과 ‘마동석’이라고 하는 스타마케팅이 결합한 영화지만, 엉성하기 짝이 없는 완성도를 노출하며 낭패를 보게 된 것이다.
조대영 <영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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