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운과 이원수의 ‘제비꽃’ 시2
시 제목을 아주 ‘앉은뱅이꽃’이라 하여 쓴 시도 있다. 경남 마산의 이원수(1911∼1981)가 쓴 시다. 이원수는 1939년 12월, 봄을 기다리면서도, 봄이 되면 고향을 떠나야 했던 ‘내 동무 순이’를 노래한다.
나물 캐러 들에 나온 순이는
나물을 캐다 말고 꽃을 땁니다.
앉은뱅이꽃,
마른 잔디 속에 앉은뱅이꽃
벌써 무슨 봄이라고
꽃이 피었나.
봄 오면 간다는
내 동무 순이
앉은뱅이꽃을 따며
몰래 웁니다.
제비꽃 앉은뱅이꽃은 보통 음력 삼짇날(삼월 초사흗날)쯤에 꽃을 피운다. 그런데 2017년에 윤달이 끼어 올해는 20일 가량 날짜가 뒤로 뒤쳐졌다. 그래서 양력으로 5월 8일쯤에는 활짝 핀 제비꽃을 쉽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래도 양지 바른 곳을 잘 살펴보면 제비꽃이 간간히 피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위 시에서 순이는 나물을 캐다 말고 꽃을 딴다. 나물은 보통 2월 중순에서 3월 초에 캔다. 그런데 이때에도 볕이 잘 드는 곳이면 마른 풀 사이에서 제비꽃을 볼 수 있다. 내 동무 순이는 봄이 되면 집을 떠나야 한다. 아마 부잣집 식모로 가거나 도시로 나가 노동자가 될 것이다. 아니면 현해탄을 건너 일본으로 돈을 벌러 갈 것이다. 이 시에서 앉은뱅이꽃은 봄과 제비를 맞이하는 ‘기다림’의 꽃이라기보다는 ‘이별’의 꽃이 되어 있다. 백창우는 이 시에 곡을 붙였는데, 참으로 구슬프게 잘 지었다. 이 노래는 유튜브에서 찾아 들을 수 있다.
김찬곤
광주대학교에서 글쓰기를 가르치고, 또 배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