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춘옥의 시에 백창우가 곡을 붙인 동요 ‘제비꽃’. 백창우는 초등학생 23명 아이들 시에 곡을 붙여 ‘딱지 따먹기’(보리, 2002)를 냈다. 김춘옥의 ‘제비꽃’은 이 음반에 들어 있다.
 우리나라 어린이시집을 모두 찾아 살펴봤다. 그런데 놀랍게도 제비꽃을 글감으로 붙잡아 쓴 시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노란 민들레는 땅바닥에 있어도 원색이라 눈에 잘 띈다. 하지만 보랏빛 제비꽃은 웬만히 마음 써서 보지 않으면 잘 안 보인다. 그래서일까. 아이들은 키가 껑충 큰 해바라기나 접시꽃이나 달맞이꽃은 곧잘 시로 썼다. 또 땅바닥에 있더라도 눈에 잘 띄는 민들레나 채송화 같은 원색 꽃은 시로 썼다. 어른들보다 바쁜 아이들이다 보니 하늘 한번, 아니 발밑 한번 제대로 볼 여유가 없을 것이다.

 이오덕(1925∼2003)이 1977년에 낸 어린이시집 ‘일하는 아이들’에 제비꽃을 노래한 시 두 편이 있다. 제목은 둘 다 ‘제비꽃’이다.
 
 제비꽃이 피었다.
 방글방글 웃는다.
 제비꽃이 언제 피었노?
 자랑스럽게 피어 있다.
 -안동 대곡분교 3학년 홍성희(1969. 4. 12)
 
 제비꽃이 생글생글 웃는다.
 제비꽃이 하늘 보고 웃는다.
 제비꽃이 우예 조르크릉 피었노?
 참 이뿌다.
 -안동 대곡분교 2학년 김춘옥(1969. 5. 2)
 
 역시 아이들이 쓴 시의 특징은 ‘직관’이다. 어른들과 달리 아이들은 어떤 대상을 보더라도 그 대상의 특징을 단숨에 붙잡는다. 아이들은 활짝 핀 제비꽃을 보고 “방글방글” “생글생글” 웃는다고 한다. 제비꽃이 무리지어 피어 있는 것을 보면 정말 방글방글 와글와글 생글생글 웃는 모양이다. 성희는 자신에게 묻는다. ‘제비꽃이 언제 피었노?’ 어제도 그제도 활짝 피었을 것인데 오늘 비로소 봤다는 말일 게다. 그리고 한마디 덧붙인다. “자랑스럽게 피어 있다” 나는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그래서 시에서는 웬만해서는 잘 쓰지 않는 ‘자랑스럽게’란 말을 이렇게 ‘훌륭하게’ 쓴 시를 여태껏 본 적이 없다. 성희 눈에는 제비꽃이 그야말로 ‘자랑스럽게’ 피어 있었던 것이다.

 춘옥이는 “제비꽃이 하늘 보고 웃는다”고 한다. 제비꽃은 고개를 수그리고 앞을 보고 있지만 꽃잎 다섯 개 가운데 위쪽 두 꽃잎이 뒤로 젖혀져 마치 하늘을 보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특히 고깔제비꽃 창덕제비꽃 잔털제비꽃 호제비꽃 길제비꽃이 그렇다. “우예 조르크릉”은 ‘우째 조렇게’ ‘우째 저렇게’ ‘어떻게 저렇게’ 하는 말이다. 백창우는 춘욱이가 쓴 시에 곡을 붙였다. 이 노래는 유튜브에서 ‘백창우 제비꽃’으로 검색하면 들을 수 있다.
김찬곤

광주대학교에서 글쓰기를 가르치고, 또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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