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진의 ‘제비꽃’ 이야기1

▲ ‘우리 같이 있을 동안에’(청맥, 1991) 표지. 조동진이 쓴 시, 그 시를 쓰게 낸 사연, 노래에 대한 해설이 실려 있다.
 (저번 호에 이어서 씁니다) 조동진은 ‘우리 같이 있을 동안에’(청맥, 1991)에서 ‘제비꽃’ 시를 쓰게 된 내력을 밝힌다. 그는, “아직 찬 기운이 남아 있는 봄바람 속에서 짧게 흔들리고 있는 그 꽃을 발견하게 되면 반가움과 함께 왠지 애처로운 생각도 든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은 마치 꿈 많은 젊음이 갖는 절망감을 보는 듯해서 더욱 그러하다”고 한다. 이 시의 제목을 ‘제비꽃’이라 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제비꽃’(1985)을 불렀을 때 “많은 사람들이 제비꽃의 실제 모델에 대해” 물었다. 그는 이렇게 대답한다.
 
 물론 내 노래 속의 등장인물은 내가 살아오면서 실제로 만났던 사람들의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 특히 〈제비꽃〉을 지으면서 내내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여성 이미지는 오랫동안 뇌리에 남아 있던 루이제 린저의 소설 ‘생의 한 가운데’의 니나 붓슈만과 프랑스 작가 앙드레 슈발츠-바르트(Andre Schwarz-Bart)의 ‘내 이름은 고독(A Woman of Named Solitude)’에 나오는 혼혈 노예 ‘솔리튜드’였다. 아마도 세상과 맞서며 끊임없이 자신과의 투쟁을 벌이는 두 여주인공에게서 상당한 인상을 받았던 것 같다.
 사실 나는 오래 전부터 우리와 닮은 한 인간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겪는 꿈과 사랑, 슬픔과 좌절, 그러고는 조금씩 달관해 가는 그 성숙 과정을 노래해 보고 싶었고, 그래서 조금 욕심을 내어본 노래가 ‘제비꽃’이다.
 -‘우리 같이 있을 동안에’(청맥, 1991)
 
 그는 ‘제비꽃’ 시를 쓰면서 니나 붓슈만과 솔리튜드를 생각했다. 이 시는 동화처럼 서사를 갖추고 있고, 한 소녀의 성장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의 말처럼 “한 인간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겪는 꿈과 사랑, 슬픔과 좌절, 그러고는 조금씩 달관해 가는 그 성숙 과정을” 노래에 담았다고 할 수 있다.

 조동진은 그 웃음에서 ‘한 인간의 인생’을 본다. 1연에서는 ‘꿈과 사랑’(아주 멀리 새처럼 날으고 싶어), 2연에서는 ‘슬픔과 좌절’(아주 작은 일에도 눈물이 나와), 3연에서는 ‘달관’(창 너머 먼 눈길)의 웃음으로 말이다. 그는 제비꽃의 웃음에서, 꿈과 희망을 보고, 힘들지만 그래도 버텨내겠다는 의지를 읽고, 지난날이 한없이 그립지만, 그래서 “아주 한밤중에도 깨어 있고” 싶지만, 이제는 지금을 긍정하는 달관의 웃음으로 노래한다. 연마다 있는 “너는 웃으며 내게 말했지”에서 그 웃음은 저마다 결이 다른 웃음이고, 한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 세상을 알고, 살아가고, 이제 곧 세상을 떠날 때의 마음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이 노래를 부르는 동안 수많은 사람들에게 제비꽃을 선물로 받았다. 그는 말한다. “이제 그 소녀들은 모두 성장해서 누군가의 아내와 아기 엄마들이 되었을 터이고, 제비꽃 같은 것은 모두 잊고 말았겠지만, 그러나 제비꽃은 올해도 피어나고 내년에도 어김없이 피어날 것”이라고. 그래서일까. 그는 떠났지만 제비꽃이 필 무렵이 되면 그의 노래 ‘제비꽃’이 생각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김찬곤

광주대학교에서 글쓰기를 가르치고, 또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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