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자극에 대한 강박

▲ ‘영화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
1993년 개봉한 ‘쥬라기 공원’은 전설의 영화다. 상상과 그림 속에서만 존재했던 공룡들을 스크린 속에 구현하며 기염을 토한 것도 그렇고, ‘쥬라기 공원’ 한편이 벌어들인 돈이 현대자동차 일 년 수출액보다 많다는 말을 유행시키며 문화산업의 중요성을 촉발시킨 것도 그렇다.

이후 이 시리즈는 1997년 ‘쥬라기 공원2-잃어버린 세계’와 2001년 ‘쥬라기 공원3’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3편의 신통치 않은 흥행성적은 이 시리즈를 잠시 휴업상태에 놓이도록 했다.

그렇게 한동안 쉬었던 ‘쥬라기 공원’은 2015년 ‘쥬라기 월드’라는 이름으로 재개장해 관객들의 지지를 다시 이끌어 냈고,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은 3년 만에 다시 찾아온 공룡시리즈이다.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은 22년 전 문을 닫은 테마파크 ‘쥬라기 공원’의 잔해와 공룡들이 남아있는 코스타리카의 섬 이슬라 누블라의 화산 폭발로 시작한다.

이에 과거 쥬라기 공원 근무자였던 클레어(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와 오웬(크리스 프랫)은 공룡들을 안전한 곳으로 옮기기 위해 섬으로 떠난다. 그러나 그곳엔 공룡을 돈벌이에 이용하려는 인간들의 욕심과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 이에 두 주인공은 이 음모를 막고 공룡들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내용이다.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은 관객들에게 전작보다 더 강한 자극을 주어야 한다는 강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몇몇 설정에서 이는 확인된다.

영화의 도입부에서 화산이 펑펑 터지고 용암이 흘러내리는 장면은, 역시 ‘할리우드’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의 기술력에 공을 들인 결과다.

그리고 전편에서 공룡 테마파크를 쑥대밭으로 만든 인도미누스 렉스의 유전자에 높은 지능의 공룡인 벨로시랩터 유전자를 혼합해 탄생시킨 ‘인도미누스 랩터’를 선보이고 있는 것도 더 강한 것을 내놓아야 한다는 강박의 산물이다.

여기에다 이 영화는 다양한 종류의 공룡을 잠깐씩이라도 등장시켜 관객들에게 ‘공룡’을 최대한 많이 보여주겠다는 강박을 드러내고 있기도 하다.

영화의 주요무대를 공룡들의 서식처가 아닌 인간의 생활공간으로 옮긴 것도 눈에 띈다.

그러니까 섬에서 벌어졌던 공룡과의 사투 대신에 인간들이 사는 일상의 공간에 공룡들을 위치시켰다는 말이다. 이런 이유로 관객들은 건물 내부의 복도와 계단 그리고 엘리베이터에서 공룡에게 쫓기는 인간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이 영화의 흥미로운 설정 중 하나는 공룡들을 경매로 사고파는 인간들의 추태를 연출한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여전히 이익을 쫓는 인간들의 탐욕을 꼬집고자 했음을 쉽게 눈치 챌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인간들의 추악한 모습을 지켜보는 시선을 소녀로 설정하고 있는 것도 흥미롭다.

‘쥬라기 월드’에서 클레어의 조카 ‘그레이’와 ‘자크’를 통해 테마파크를 찾은 소년의 시선으로 공룡의 세계를 모험할 수 있게 했다면, 이 영화 속에서는 ‘쥬라기 공원’의 공동 설립자인 록우드의 손녀 메이지(이사벨라 서먼)로 하여금 모험 대신에 어른들의 탐욕을 관찰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영화의 감독이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로 낙점될 수 있었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데,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는 ‘오퍼나지-비밀의 계단’과 ‘몬스터 콜’에서 소년 소녀의 여린 마음이 세상과 부딪혀 상처받고 성장하는 서사를 빼어나게 그려낸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감독은, 아이의 시각으로 탐욕의 어른들을 꼬집고 생명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다.

그러나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은 완성도 높은 걸작 블록버스터는 아니다. 인물들의 행동이 개연성이 부족한 것도 그렇고, 사건에서 사건으로 이어지는 인과가 자연스럽지 못한 것도 그 이유다.

이와 무관하게 공룡들의 활약을 실컷 보며 더위를 날리고 싶다면 이 영화를 추천한다.
조대영<영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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