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나주박물관-새무늬 청동기3

▲ 나주 청동 의기. 아지랑이가 막 피어오를 때 새 한 마리가 곡식 씨앗을 하나 물고 하늘 세상에서 땅으로 내려온다.
 (지난번에 이어서 씁니다)

 우선 어려운 낱말을 풀어 보겠다.

 점열 무늬: 말 그대로 점을 점점이 찍어 베푼 무늬란 뜻이다. 고성 동외동: 고성은 경남 고성을 말한다. 앞에 ‘경남’이라 써 놓아야지, 하는 생각이 든다. 수혈: 구덩이를 말한다. 수혈묘는 구덩이묘다. 널무덤: 넓적한 나무 널로 관을 짜 그 안에 시신을 모시고 쓴 무덤을 말한다. 본뜬거울: 중국 동경을 모방해서 제작한 거울이라 해서 방제경(倣制鏡)이라 하고, 한나라 동경을 모델로 했다 해서 한식경(漢式鏡)이라고도 한다. 그러니까 중국 동경을 본떠서 만든 거울이다. 제의 : 제사 의식, 제사를 말한다.

 가장 위에 있는 것은 새다. 아주 조그맣게, 단순하게 표현했다. 그 아래 점점이 무늬가 있는데, 이것은 곡식이다. 옛사람들은 새를 ‘곡령(穀靈 곡식곡·신령령)’으로 봤다. 다시 말해 곡식의 신으로 여긴 것이다. 옛사람들은 이 새가 인간에게 곡식 씨앗을 주어서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고 믿었다.

 곡식 점 아래에 아지랑이 무늬가 있는데, 이것은 봄 들판에 피어오르는 땅의 기운을 뜻한다. 옛사람들에게 아지랑이는 생명의 기운이었다. 아지랑이가 피어오를 때 들판에서는 온갖 씨앗이 새싹을 밀어 올렸다. 실로 판타스틱한 광경이었을 것이다. 고사리 순이나 호박 넝쿨의 더듬이 손도 마찬가지다. 이 아지랑이 무늬가 나중에 고구려 벽화의 영기문(靈氣文, 영험한 기운 무늬)으로 발전한다.

 아지랑이가 막 피어오를 때 새 한 마리가 곡식 씨앗을 하나 물고 하늘 세상에서 땅으로 내려온다. 박물관 설명글에는 ‘산(山) 자’ 무늬라 했는데, 보면 알 수 있듯이 분명히 새다. 이 새 양쪽으로 해와 달이 빛나고 있다. 이 또한 박물관 설명글에는 ‘태양’이라 했지만 나는 해와 달로 보고 싶다.

 그 아래 새 두 마리가 입을 맞추고 있다. 이것은 여자와 남자가 아닌가 싶다. 남자와 여자가 입을 맞출 때 곡식의 신인 새가 생명의 씨앗을 주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청동기는 씨앗과 생명의 탄생을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농사와 아이의 탄생은 같은 것이라는 것을 말해 주고 있지 않나 싶다.
김찬곤

광주대학교에서 글쓰기를 가르치고, 또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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