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멘, 석붕, 지석묘, 괸돌, 고인돌
또 이런 고인돌이 있는 마을 사람들도 독배기, 바우배기, 마당바우, 떡바우, 고엔돌, 괸돌, 굄돌, 괸바우, 암탉바우, 장기바우, 띠엄바우, 거북바우, 두꺼비바우, 개구리바우, 장군바우, 왕바우, 말바우, 개바우라 한 것으로 보아 ‘무덤’으로 보지 않았다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큰 돌이 필요하면 아무 거리낌 없이 이 바위를 갖다 썼다. 또 길을 내는 데 고인돌이 자리 잡고 있으면 아무 생각 없이 치워 버렸다. 이는 고인돌을 옛 사람들의 무덤으로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무덤으로 보았다면 그렇게 함부로 손대지는 못했을 것이다. 물론 이 고인돌을 무덤으로 보는 마을도 있었다. 이 마을 사람들은 고인돌을 곡식의 양을 헤아릴 때 쓰는 ‘되’를 닮았다 해서 ‘되무덤’이라 했고, 또 ‘가장 높은 것’을 뜻하는 말 ‘도(都)’를 붙여 ‘도무덤’이라 했다. 그러니까 아주 옛날 높은 사람을 묻었던 무덤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이도 예부터 그랬다기보다는 고인돌이 무덤이라고 밝혀진 뒤부터 그렇게 보지 않았을까 싶다.
서양 사람들은 고인돌을 켈트어로 탁자란 뜻인 돌(Dol)과 돌이란 뜻인 멘(Men)을 합쳐 돌멘(Dolmen)이라 한다. 또 영어로는 탁자돌(Table Stone)이라 한다. 중국 사람들은 ‘돌로 지은 시렁’이라 하여 석붕(石棚 돌석·시렁붕)이라 하고, 일본 사람들은 지석묘(支石墓 지탱할지·돌석·무덤묘)라 한다.
‘고인돌’은 덮개돌을 받침돌로 ‘괴었다’ 해서 ‘고인돌’이다. 그런데 ‘괴었으면’ ‘괸돌’이라 해야 하는데, 왜 ‘고인돌’이라 할까. 그 까닭을 알려면 표준국어사전을 살펴봐야 한다. ‘고이다’는 크게 세 가지 뜻으로 쓰인다. ①웅덩이에 물이 고이다. ②소나무가 쓰러지지 않도록 쇠막대기로 고여 놓았다. ③접시에 과일을 고이다. 여기서 ‘웅덩이에 물이 고이다’ 할 때 쓰는 ‘고이다’(①) 말고 무얼 ‘받치다’ 할 때 쓰는 ‘고이다’(②)에서 ‘고인돌’ 이름이 태어났다. 덮개돌을 받침돌로 ‘고였다’ 해서 ‘고인돌’이라 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받치다’는 뜻으로 ‘고이다’보다는 ‘고이다’의 줄임말 ‘괴다’를 더 많이 쓰고 있다.
(다음 호에 이어서 씁니다)
김찬곤
광주대학교에서 글쓰기를 가르치고, 또 배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