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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대영 영화읽기]‘공작’
디테일한 미장센과 팩션
조대영
기사 게재일 : 2018-08-17 06:05:01
 ‘대한민국’을 지칭하는 말 중에 ‘다이내믹 코리아’라는 표현이 있다. 이 말은 그만큼 대한민국이 역동적인 나라라는 뜻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최순실게이트’에 이어진 ‘촛불’은 ‘다이내믹 코리아’에 정점을 찍은 사건일 것이다. 그리고 시시때때로 일어났던 북한의 군사 도발도 대한민국을 역동적인 나라로 인식시키는 데 일조했다. ‘공작’은 1997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일어난 북풍 공작 중 하나인 ‘흑금성 사건’을 극적으로 재구성하며 대한민국이 ‘다이내믹 코리아’임을 확인시키는 영화다.

 암호명이 흑금성인 박석영(황정민)은 육군 정보부 출신의 군인이었지만 안기부의 지령을 받고 사업가로 변신해 북핵의 실체를 파악하라는 임무를 부여받는다. 그렇게 완벽한 위장 진입을 위해 노력한 후 박석영은 북한의 외화벌이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리명운(이성민)을 만난다. 이 과정에서 위장 첩보원인 박석영과 이를 의심하고 경계하는 리명운의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흐른다. 이때 영화의 연출은 이 긴장감을 살려내고자 공을 들였다. 결국 박석영은 북한 수뇌부의 신임을 얻고 김정일(기주봉) 국방위원장까지 만나게 되면서 스파이로서의 임무 완수를 목전에 둔다.

 그러나 영화는 박석영이 스파이로서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는 것으로 선회한다. 박석영은 남과 북의 고위급 관계자들이 ‘거래’를 하고 있음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그 거래는 대통령선거에서 이기고자 하는 남한의 정치 세력이, 북한이 군사도발을 해주면 거액의 돈을 지불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니까 국가를 위해 헌신한 박석영은,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으로 북한과 거래하는 위정자들의 모습을 보며 혼란을 느끼는 것이다. 이때 박석영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며 내가 왜 공작원이 되었는가를 자문한다. 그리고 얻은 결론은 누가 어떤 목적으로 분단이라는 상황을 이용 하는가를 깨달으며, 자신이 남한의 주구(走狗)였음을 자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공작’은 국가를 위해 충성을 다한 스파이가 위정자들이 정권을 유지하고자 ‘북풍’을 이용했음을 고발하는 이야기인 것이다. 그리고 영화는 다시 방향을 선회하여 남한의 스파이와 북의 외화벌이 담당자로 만나 서로의 인간적인 면을 확인한 두 사람의 우정과 의리의 이야기로 전개된다.

 이렇게 놓고 보면, ‘공작’은 북으로 간 남한의 스파이 이야기라고 정리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북한의 모습을 실감나게 표현하는 것에 사활을 걸고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이 영화는 북한을 재현함에 있어 고증과 연출에 심혈을 기울인다. 특히, 평양시가지나 김정일 별장을 표현한 디테일은 살아있고, 기주봉 배우가 분한 김정일은 싱크로율이 높다. 여기에다 90년대 후반 기근으로 인해 인간 이하의 삶을 살았던 북한 주민들의 모습도 생생하게 그려내며 현실감을 높였다. 그러니까 ‘공작’은 북한을 갈 수 없는 이 땅의 관객들에게 영화를 통해서나마 북한을 여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공작’은 영화 속 공간을 실감나게 표현하고 있는 것 말고도 감독의 극적 구성력이 돋보이는 영화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실제로 벌어졌던 이야기를 뼈대로 삼아 상상력을 가미한 솜씨가 남다르다는 말이다. 예컨대, 박석영과 리명운은 북의 남한 도발이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혼신의 힘으로 김정일 위원장을 설득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는 실제가 아닌 감독의 상상력으로 빚어낸 연출이다. 그리고 박석영의 정체가 폭로된 날 리명운은 자신의 안위를 생각지 않고 박석영의 북한탈출을 도우며 관객들의 감정을 고조시키고 있는데, 이것 역시 실제로는 없었던 일을 극적으로 배치한 결과다. 이밖에도 ‘공작’은 극의 짜임새를 위해 사실과 허구를 뒤섞는 ‘팩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듯 ‘공작’은, 디테일한 미장센과 팩션의 이야기로 한국형 스파이영화를 완성시킨다.
조대영 <영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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