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양양군 손양면에 ‘오산리선사유적박물관’이 있다. 이 박물관은 오산리 선사 유적지에 세웠고, 거기서 바다 쪽을 바라보면 ‘쏠비치호텔&리조트’가 보인다. 원래 이곳에는 호수 ‘쌍호’가 있었다. 호수가 나란히 두 개 있어 쌍호(雙湖)라 한 것이다. 1977년 이 호수를 메워 논으로 벌기 위해 공사를 시작했다. 호숫가 모래언덕 흙을 퍼 날라 호수를 메꾸는데, 거기서 석기와 그릇 조각이 나와 공사는 바로 중단되고 그 뒤 서울대학교 고고인류학과에서 다섯 차례에 걸쳐 발굴조사를 한다. 흙층은 일곱 층이었다. 거기서 나온 숯 일곱 개를 분석해 보니 기원전 6000년에서 5000년 전 신석기 집터로 밝혀졌다. 신석기인이 이곳에서 1000년 남짓 살았던 것이다. 사실 그 자리에 서서 사방을 둘러보면 이곳만큼 살기 편한 곳도 찾기 힘들 거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다. 200미터만 가면 바다가 있고, 또 바로 앞에는 큰 호수가 있어 먹을거리가 넘쳐났기 때문이다.
위 사진은 오산리 선사 유적지에서 나온 ‘흙으로 빚은 사람 얼굴’이다. 이 흙인형은 역사책에서 자주 보게 되는데, 별다른 설명이 없이 ‘신석기 시대에 흙으로 빚은 사람 얼굴’이라 써 놓을 때가 많다. 또 한자로 ‘토제인면상(土製人面像)’이라 써 놓기도 한다.
타원형 흙반죽을 엄지손가락 끝으로 꾹꾹 눌러 빚은 얼굴상이다. 먼저 두 눈을 양쪽 엄지로 누른 뒤, 다시 양쪽 엄지로 콧날을 세우고, 마지막으로 오른쪽 엄지를 써서 입을 표현했다. (어떻게 오른쪽 엄지인지 아느냐 물을 수 있는데, 위 사진과 다른 사진에서 입 모양을 보면 오른쪽 엄지를 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이 흙인형을 ‘어린이’가 빚었다고 본다. 강원도 속초 상평초등학교 탁동철 선생님에게 이 흙인형 사진을 보여 줬더니, 그도 “일곱 살 아래 아이가 빚은 것”이라 했다. 나도 그미의 의견에 동의한다. 무엇보다도 어른 손가락으로는 이렇게 작은 크기에, 저렇게 깊게 또 옆으로 살짝 길게 눈과 입을 표현할 수 없다. (다음 호에 이어서 씁니다) 김찬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