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렌도르프 비너스6

▲ 로셀의 비너스의 들소 뿔잔과 골반. 빗금을 정확히 13개를 그어 음력을 나타냈다. 왼손을 아랫배에 조심스럽게 대고 있다. 그런데 처음에는 대충 타원형으로 그렸다가 나중에 다시 손가락을 그렸다는 확인할 수 있다.
 (저번 호에 이어서 씁니다)

 로셀의 비너스가 든 뿔잔은 남성을 상징하고, 그 남성에 월경 주기를 그어 놓았다. 또 이 뿔잔에 든 물(정액)을 마시고 아이를 임신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구석기인들은 여자의 난자를 몰랐기 때문에 남자의 정액과 여자의 피가 만나 아이가 생긴다고 보았을 것이다. 또한 이것은 들소를 사냥할 수 있을 만큼 강한 남자의 씨가 자신의 뱃속에서 자란다는, 아니 그런 아이가 들어섰으면 하는 구석기 여인의 ‘욕망’을 표현한 것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로셀의 비너스를 조각한 이는 여자 구석기인일 가능성이 높다. 사실 우리는 지금까지 구석기 비너스를 조각한 이를 단지 ‘구석기인’이라고만 했지, 그 구석기인이 남자일지 여자일지는 생각해 보지 않았다. 물론 이것은 구석기 비너스의 상징과 용도의 문제일 것이다.

 로셀의 비너스를 보면 골반과 배꼽과 임신한 여자의 아랫배가 아주 사실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또 풍만하지 않은, 아래로 쳐진 가슴은 이 여인이 임신 초기라는 것을 말해 준다. 이러한 리얼리즘적인 ‘구상’과 더불어 남성을 상징하는 뿔잔(‘욕망’)에 월경 주기를 새겨 넣어 ‘추상’까지도 그려낼 수 있는 구석기인들이었다. 그런데 그들은 왜 얼굴을 자세히 나타내지 않은 것일까. 더구나 로셀의 비너스 얼굴은 오른쪽으로 틀어 뿔잔을 보고 있다. 그렇다면 눈 코 입 귀를 정면 얼굴보다 더 쉽고 간단하게 새길 수 있다. 하지만 이 구석기 조각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어쩌면 이는 당시 구석기인들의 생명관, 그에 따른 두려움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뉴기니 부족 아라페쉬인은 사람 몸에서 ‘생명의 혼’이 빠져나가면 죽는 것으로 보았다. 그들 또한 남자의 정액이 생명의 씨앗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아이는 자라면서 부모를 닮고, 부모 가운데 한 사람을 더 닮는다. 그들은 아기 씨가 남자의 정액일 것이라고는 알았지만 아이가 자랄수록 한쪽 부모를 더 닮는 것은 엄마 아빠 혼 가운데 어느 한쪽 혼이 아이에게 들어갔다고 보았다. 바로 이 혼이 몸 밖으로 나오면 죽는 것이다.
 (다음 호에 이어서 씁니다)
김찬곤

광주대학교에서 글쓰기를 가르치고, 또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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