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기술+인간의 원초적 감성

▲ 영화 ‘서치’.
 우리가 알고 있는 영화는, 카메라로 대상을 찍어 이를 편집해 완성한 후 스크린에 투사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서치’는 카메라로 대상을 찍는 것을 생략하고, 컴퓨터 화면 속의 이미지와 텍스트로 한 편의 영화를 완성한다. 그러니까 ‘서치’는 CCTV나 유튜브의 영상,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의 정보 등 온라인 환경으로 만들어진 이미지와 텍스트를 적극 활용하여 이야기를 직조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를 위해 영화는, 주인공 데이빗 킴(존 조)을 인터넷문화나 최신 커뮤니케이션 수단에 통달해 있는 IT전문가로 설정했다. 영화의 도입부는 딸이 태어난 순간부터 데이빗 가족의 역사를 보여준다. 컴퓨터의 클릭과 동영상 재생만으로 데이빗의 가족연대기를 보여주는데, 관객들은 이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 한 가족의 과거와 현재를 효율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선택이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치’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컴퓨터 화면의 프레임을 벗어나지 않는 실험을 계속한다. 계속되는 컴퓨터 화면 속에서 이어지는 이야기는 아내이자 엄마의 암투병과 죽음의 과정이다. 그렇게 영화는 아내이자 엄마의 죽음을 전제한 후에 고등학생으로 성장한 딸이 실종되는 이야기를 전개시킨다. 이제 아빠는 실종된 딸의 행방을 컴퓨터 화면 안에서 IT기술로 추적한다. 그렇게 데이빗은 딸의 페이스북 계정에 추가돼 있는 친구들에게 연락해보고, 비밀번호를 잊어버린 계정에 새 번호를 설정해 재접속하는 등 IT전문가다운 행보를 보여준다. 여기에다 SNS, 메신저, 화상 통화, 인터넷 1인 방송, 구글 지도 등에 업로드 돼 있는 글이나 사진 그리고 동영상을 통해 딸의 소재를 추적해 나간다.

 그렇게 딸 마고(미셸 라)의 행방을 찾던 데이빗은 다른 플랫폼에서 개인 방송을 했던 딸의 흔적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는 딸이 숨기고 있던 사실들을 접하게 된다. 엄마가 죽고 난 후 밝은 표정을 보여주었던 딸이 친구들과는 잘 어울리지 못했고, 엄마에 대한 상실감을 떨쳐내지 못했음을 확인하는 것이다. 그렇게 아빠의 마음은 무거워지고 딸을 찾는다는 목표는 더욱 분명해 진다.

 영화는 이때부터 미스터리 스릴러의 관습을 활용해 관객들이 마고가 대체 어떻게 되었을까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시킨다. 미스터리를 직조해 내는 솜씨에 있어서도 아니쉬 차간티 감독은 1991년생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딸을 찾는다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아버지의 노력을 실감 나게 보여주는 가운데, 촘촘히 깔아 둔 복선을 빠짐없이 회수하면서 관객의 몰입도를 높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데이빗은 IT기술을 활용해 은폐되려고 했던 사건의 진실을 밝혀낸다.

 ‘서치’가 흥미로운 것은, IT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 말고도, 영화 곳곳에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심어놓으며 관객들의 감정을 자극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서치’의 이야기는 엄마가 일찍 죽는 것으로 설정되었으며, 딸을 찾고자 하는 아빠의 절박한 심정이 영화의 기본 골격이 되도록 했던 것이다. 그리고 영화 속에서 데이빗이 홈비디오나 가족사진을 클릭해서 보는 순간이 있는데, 이는 아내에 대한 그리움과 실종된 딸에 대한 애틋함을 강조하기 위한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다 아빠가 딸을 찾고자 하는 헌신을 강조하고 있는 것 말고도, 로즈메리 형사(데브라 메싱)가 아들의 죄를 덥기 위해 몸과 마음을 바치는 모성애를 강조하고 있는 것도 눈에 띈다. 그러니까 ‘서치’는 온라인 환경을 전시하는 것 말고도 부성애와 모성애라고 하는 인간의 기본적인 감정에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서치’는 컴퓨터 화면 속의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따라가는 것으로 한 편의 영화를 완성해 낸 것도 놀랍고, 그 디지털 기술에 인간의 원초적인 감정을 접목시킨 점도 놀랍기는 마찬가지다.
조대영<영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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