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암리 비너스2

▲ 울산 신암리 비너스의 실제 크기. 2006년부터 발행하여 쓰고 있는 십 원짜리 동전 지름은 18밀리미터다. 이 동전 두 개를 이어놓으면 정확히 신암리 비너스 크기다. 이렇게 작게 빚어 나뭇가지 위에 놓고 굽는다는 것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아마 다른 그릇 속에 넣어 구웠을 것이다.
 (저번 호에 이어서 씁니다)

 또 이런 여인상은 대개 ‘생식과 출산을 상징’한다는, 어떤 지식(또는 관념이나 선입관)에 기대어 보고 있다. 유홍준도 마찬가지다. 더구나 그는 이 흙인형을 ‘토기’라고까지 한다. 미술 공부를 할 때 이런 태도는 좋지 않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안 보이고, 어떤 때는 못 보게까지 한다. 그래서 위 사례와 같이 엉뚱한 얘기를 할 때가 많다. 미술 공부를 할 때는 자기 눈을 믿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 아니라 자기 눈으로 보는 만큼, 보이는 만큼 새롭게 알아가는 것이다.

 이 여인상을 다산과 풍요를 바라면서 빚었다고 보는 것은 어쩌면 너무 단순하게, 아니 그 반대로 너무 심오하게 보는, 그런 억지해석에 가깝다. 한 글자로 하면 “헐!”이다. 이 여인상은 3.6센티미터밖에 안 된다. 십 원짜리 동전 두 개를 붙여놓았을 때 크기다. 이렇게 작은 상에 머리와 팔다리를 붙여 구운다 하더라도 8센티미터를 넘지 않을 것이고, 또 팔다리가 온전히 붙은 채 나오기도 힘들다. 불 속에서 갈라지고 떨어질 가능성이 아주 높다. 어쩌면 처음부터 목과 팔다리 없이 빚었을지도 모른다. 또 어느 신석기 사기장이, 아니 사기장의 자식이 곁에 있다가 장난삼아 흙으로 쪼물딱쪼물딱 빚어 그릇을 구울 때 같이 놓지 않았을까. 사실 이 여인상은 너무 작아 어른 손가락으로 빚기 힘들다.

 물론 학자들 짐작처럼 다산과 풍요를 바라면서 빚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적어도 3.6, 8센티미터보다는 더 크게 빚어야 하지 않을까. 당시 뾰족밑 빗살무늬 그릇도 40센티미터가 넘고, 어떤 것은 90센티미터도 넘게 빚었던 신석기 사기장이다. 그런 사기장이 풍요와 다산을 바라면서, 그렇게 ‘심오한 뜻’을 담아 여성의 몸을 빚었다면 더 크고 섬세하게 빚어야 하지 않는가 싶어서 하는 말이다.
 (다음 호에 이어서 씁니다)
김찬곤

광주대학교에서 글쓰기를 가르치고, 또 배우고 있다.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광주드림을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광주드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