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자형, N자형, V자형, 지네 무늬?

▲ 토기 융기문 발. 1933년 부산 영선동 조개무지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석당박물관
 우리는 아직까지 빗살무늬토기의 ‘빗살무늬’가 무엇인지 밝혀내지 못하고 그저 ‘기하학적 추상무늬’라 말하고 있다. 사실 이 말은 빗살무늬가 무엇을 새긴 무늬인지 ‘모른다’는 말을 좀 고상하게 돌려서 하는 말일 것이다. ‘토기 융기문 발’의 무늬 또한 마찬가지이다. 아래 인용문은 이 그릇에 대한 설명글이다.

 반구형의 발형토기(鉢形土器)로 구순부에는 새김문이 있고, 구연부 한쪽에 짧은 주구(注口)가 부착되어 액체를 담아 따르도록 되어 있다. 토기 몸체 상부에는 점토대(粘土帶)를 W자형으로 붙인 뒤 이 점토대를 띠 모양으로 누르고 새김을 해서 장식효과를 높이고 있다.
 -동아대학교 석당박물관, ‘소장품목록’(2001) 288쪽
 
 바닥이 둥근 반구형 그릇이며 아가리에는 N자형 점토 띠를 연속적으로 붙이고 그 윗면을 눌러 문양으로 장식하였다. 아가리 한쪽에는 조그만 귀때가 달려 있다. 액체를 따르기 위한 귀때가 달린 신석기시대 토기는 아주 드문 편이다.
 -‘선사 유물과 유적’(이건무·조현종 글, 솔, 2003), 100쪽
 
 장식무늬는 덧띠문을 N자형으로 붙였는데, 접합 방법에 있어서도 마치 지네 모양으로 점토 끝 부분을 도구로 눌러 시문하여 기법 면에서 독특함을 보이고 있다.
 -한국정신문화연구원,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V자형 점토띠 장식 무늬와 귀때(注口, 주구)가 있는 것이 특징이며, 신석기시대를 대표하는 토기 중 유일하게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된 유물(제597호)이다.
 -석당박물관 보도자료, 2018년 9월3일
 
 네 인용문에서 첫 번째 석당박물관 설명글이 가장 어렵다. ‘발형토기’는 바리때 모양 토기를 말하고, 구순(口脣)은 입과 입술이다. “구순부에는 새김문”이 있다고 하는데, 아무리 봐도 아가리 부분에서는 새김무늬를 찾을 수 없다. 주구(注口 물댈주·입구)는 말 그대로 주둥이·부리·귀때를 말한다. ‘부착’도 적절한 말은 아닌 것 같다. 점토대(粘土帶 끈끈할점·흙토·띠대)는 ‘흙띠’ 또는 ‘덧띠’로 쓰면 좋겠다. (다음 호에 이어서 씁니다)
김찬곤

광주대학교에서 글쓰기를 가르치고, 또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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