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5000년을 산 백두산 호랑이<8>

 뉴스를 보니까, 아참! 나도 비록 산골에 살지만 산촌에 폐가가 많아서 그 곳에 버려진 텔레비전을 통해서 가끔 뉴스를 보기도 하거든. 요즘 텔레비전 같은 건 그냥 내버려 두고 가는 경우가 흔하잖아. 함께 버려진 라디오도 제법 소리가 잘 나오던 걸. 5000년을 살아왔으니 이 정도 문화생활은 즐길 때도 됐지 뭐. 아무튼 TV보니까 태국의 한 사원에서 스님들과 함께 지내는 호랑이가 있어서 관심 있게 보았어. 그 호랑이들이 비록 어렸을 때부터 고아가 되어 스님들에게 키워지긴 했지만, 어느 성장단계에 들어서면 맹수의 본능이 나오기 마련이거든. 그런데 이 스님들은 호랑이의 그런 본능마저도 사랑으로 잠재워 버렸나봐. 다 큰 호랑이 녀석들이 스님 앞에 떡하니 누워서 털 다듬기도 받고 스님들을 등에 태우고 다니고 하지 뭐야. 나 같으면 모르겠지만 다른 호랑이들이 그런 현상을 보이는 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나도 참 난감해. 그들을 보니 더욱 분명한 건 호랑이와 사람 사이에 믿음이 있고 너무 두려워하지만 않는다면 어쩌면 함께 세상을 살아가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을 지도 모르겠다는 거야.
 
▲스님들의 친구가 된 호랑이들
 
 우리나라 지리산 문수사에 가보면 반달가슴곰과 스님들이 함께 법당에서 예불을 보기도 한단다. 내가 바라는 것도 바로 그런 조화로운 모습들인데 말이야. 이제는 야생동물과 사람들이 함께 지구를 지켜나가야 할 때가 온 것 같아. 지구가 더워지고, 이상한 질병들이 자꾸자꾸 생기고, 어쩌면 갑자기 커다란 혜성이 지구와 충돌할 지도 모르잖아. 지구가 점점 불안해 지니 미 항공우주국(NASA)같은 곳에서는 지구인이 이주할 후보 행성을 찾아 나섰다나봐. 그게 사실이라면 현대판 노아의 방주가 되는 셈이지. 그런 거대한 방주 우주선이 만들어 진다면 될 수 있으면 지구상의 많은 동물들을 함께 실어 가야 할 거야. 그래야만 그 행성이 생명의 향기로 가득 찬 지루하지 않는 다채로운 세상이 될 테니까 말이야.

 그동안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세계의 호랑이들 이야기를 잠시 해볼게. 이젠 내가 이런 이야기 한다고 해도 별로 놀랍지는 않지? 우리 호랑이들은 원래 거대한 윗 이빨 송곳니를 가진 ‘검치호랑이’ 대 조상님으로부터 갈라져 나왔지. 그리고 세계 곳곳으로 뿔뿔이 흩어져 각자에게 알맞은 영역을 찾아 정착하면서 그곳의 기후와 먹이에 따라 조금씩 모양이 달라지기 시작했어.

 현재까지 종합해보면 크게 8가지 종류(8 아종)의 호랑이가 전 세계에 살았다고 해. 그러나 그중에 자바, 발리, 카스피 호랑이는 이미 최근 100년 사이에 멸종해 버렸고, 시베리아, 벵골, 중국, 수마트라, 인도차이나 호랑이만 극소수 보호구역에서 7000마리 정도가 생존해 있다고 해. 그러나 이미 상당히 서식지가 파괴된 상태라서 그마저도 생존이 확실한 건 아니야. 지금처럼 인간의 밀렵과 서식지 파괴가 계속 진행된다면 얼마 안가서 지구상에선 살아있는 호랑이를 야생에서 보는 일은 더 이상 없게 될 거야.
 
▲세계의 호랑이 멸종사
 
 이미 말했던 것처럼 동물원에 남아있는 몇몇 호랑이들을 야생 호랑이라고 부를 수는 없는 일이지. 물론 야생 호랑이가 인간에게 가까이 접근하면 위험한 존재가 분명히 될 수도 있는 건 나도 인정해. 하지만 원래 예전에 우리 것이었던 터전을 조금만 다시 우리에게 되돌려줘도, 우리 역시 인간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잘 살아 나갈 수 있을 거야. 인간들은 원시시대부터 동고동락하며 함께 살아 온 야생동물 친구들을 요즘 들어 너무 적대하듯 하는 것 같아. 그럼 서로 죽고 죽이는 원수사이 밖에는 안 되는 거지.
최종욱 <우치동물원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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