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것은 인간의 일들이니
나무 병에 우유를 담는 일,
꼿꼿하고 살갗을 찌르는 밀 이삭들을 따는 일,
암소들을 신선한 오리나무들 옆에서 떠나지 않게 하는 일,
숲의 자작나무들을 베는 일,
경쾌하게 흘러가는 시내 옆에서 버들가지를 꼬는 일,
어두운 벽난로와 옴 오른 늙은 고양이와,
잠든 티티새와 즐겁게 노는 어린 아이들 옆에서
낡은 구두를 수선하는 일,
한밤중 귀뚜라미들이 날카롭게 울 때
처지는 소리를 내며 베틀을 짜는 일,
빵을 만들고 포도주를 만드는 일,
정원에 양배추와 마늘의 씨앗을 뿌리는 일,
그리고 따뜻한 달걀들을 거두어들이는 일
-‘위대한 것은 인간의 일들이니’ 전문(프랑시스 잠·곽광수 옮김, 114-117쪽)
위 시에서 ‘일들’, ‘이삭들’, ‘암소들’, ‘오리나무들’, ‘자작나무들’, ‘귀뚜라미들’, ‘달걀들’은 이렇게 옮겨도 아주 잘못 썼거나 틀렸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것을 ‘일’, ‘이삭’, ‘암소’, ‘오리나무’, ‘자작나무’, ‘귀뚜라미’, ‘달걀’로 옮겨도 아무 문제가 없고, ‘소리’ 내서 읽을 때 더 자연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인도유럽어는 단·복수를 뚜렷하게 구별한다. 우리는 “순이야, 귤 먹어라!” 해도 ‘귤 하나만 먹어라.’ 하는 말이 아니다. 그런데 영어에서는 반드시 “순이야, 귤들 먹어라!”(Soon-i, eat some tangerines!)” 해야 한다. 이렇게 말하고 쓰지 않으면 바르게 쓴 말이 아니다.
여기서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우리 국어 문법에서는 이 복수접미사 ‘-들’을 어떻게 정리하고 있느냐, 하는 점이다. 이에 대해서는 고영근(1985)과 구본관(2008)의 논의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다음 호에 이어서 씁니다)
김찬곤
광주대학교에서 글쓰기를 가르치고, 또 배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