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부리 황새.
 황새 한 쌍이 동물원에 온 지 10년 만에 첫 자연부화를 하기 시작해 벌써 5년째 2마리 이상씩을 부화하고 있다. 그렇게 여러 마리를 낳다보니 작년에 태어난 한 마리는 아예 한쪽 발가락이 통째로 없는 기형으로 태어났다. 많은 새끼들이 태어나다 보니 드디어 기형동물까지 탄생된 것이다. 새들 몸의 지지대격인 발가락이 없는 건 당연히 큰 문제였다. 당장 대책을 세워야 했다. 첫 관문은 과연 제대로 살아남을 것인지 아닌지였는데, 다행히 30일 만에 부화되고 또 40일간 육추되고 날아서 바닥에까지 착륙하는 데는 별 문제가 없었다. 우리도 그의 상태를 전혀 모를 정도였으니까.

 그때까지는 부모의 역할이 90% 이상이었다. 그러나 바닥에 착륙한 이후에는 독립이다 싶을 만큼 홀로 살아가야 했다. 물론 사육에선 야생 환경에서처럼 적자생존의 법칙에 따르지는 않는다. 최대한 가까이서 먹이를 먹을 수 있고 돌봐줄 사육사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자서 감당해야 할 몫이 분명히 있다. 가까이 뿌려진 살아있는 미꾸라지들을 날거나 걸어서 부리로 잡아 삼켜야 하고 소화도 시켜야 하는 것이다. 겨우 두발 밖에 없는 새가 그중 한 발로만 산다는 건 상상 만해도 아찔해 보였다.
 
▲한쪽 발가락 없는 기형으로 태어나
 
 후천적으로도 한발을 못디딜 정도로 심하게 다친 새들의 경우 살아남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래서 내 나름대로 수의학적이 아닌 공학적인 궁리를 해보았다. 내셔널지오그래픽 같은 다큐에서 보면 꼬리지느러미가 잘린 돌고래에 인공 꼬리지느러미를 부착시켜 수영을 하게 한다든지, 개에게 의족을 달아주는 것 등을 볼 수 있다. 대중적이거나 반려동물들에게는 현재도 많이 시행되고 있는 실제적인 기법이기도 했다.

 ‘이 애에게도 의족을 만들어 달아줄까? 그런데 어떻게 만들지? 외다리 실버처럼 가벼운 철제 막대기를 달까? 그런데 잘못 만들면 그게 더 장애물이 되지 않을까? 혼자서는 힘든데 다큐처럼 어디다 공동 작업을 의뢰할까?’ 등등 상상과 우려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었다.

 그러면서 며칠 가만 지켜보니 처음엔 우려했던 대로 없는 다리 딛기를 꺼려하고 움직이기를 싫어했다. 그러다 먹고 살기 위해서 움직이려 하고 날개에 의존한다. 아프면 살짝 날아오르기도 했다. 발가락이 없는 다리를 바닥에 디디면서 차츰 군살이 붙는 것 같았다. 의족 없이도 상처가 치유되고 군살 돋기가 이뤄져 ‘보물섬’의 외다리 실버마냥 걸을 수 있게 되었다.

 만일 야생에서라면 논바닥을 헤집고 다녀야 하니 보행에 지장이 있으면 삶이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동물원은 그렇게 많이 돌아다니지 않아도 쉽게 먹이 습득이 가능하다. 자연스럽게 각질로 두껍게 된 군살이 찰 동안 한쪽 다리가 감당하는 부담을 줄일 수 있었다. 그렇게 차츰 익숙해지자 걷는 것도 자연스러워져 멀리서 보면 발가락 없다고는 설명해주기 전에는 그 누구도 알아채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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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치유하고 난관을 극복하다
 
 만일 사명감에 불타서 억지로 무언가를 부착했으면, 그거 하나로 휴먼스토리가 될지언정 그후 시행착오를 보완하기 위해, 또 성장에 따라 끝임 없이 교체해줘야 했을 것이다. 세척 및 소독도 주기적으로 필요했을 것이다. 부착물의 무게와 이물감 그리고 걸림으로 인해 상처를 키울 수도 있고 다리가 부러질 수도 있을 것이다. 아마도 드러나지 않아 그렇지, 인공 의수를 부착한 돌고래나 개들도 욕창이나 감염 등 고질적인 질병들이 있을 것이다. 원래 그런 불편한 후속이야기는 방송에 잘 안 나오는 법이다. 할 수만 있다면 이 난관을 극복한 위대한 우리 황새처럼 인위적인 간섭 없이 어떻게든 스스로 치유법을 찾아가게 하는 게 가장 좋다는 걸 깨달았다. 이때 우리의 역할은 지켜보고 지켜주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를 가정해 보자면 발가락이 없는 그 다리에 상처가 깊어져 급기야 발목뼈까지 외부로 드러나고, 골수염으로 잘라내 고, 결국 그 새는 걷지 못하게 될 것이다. 한쪽 다리에만 의존하면서 부담이 그 다리에 미쳐 나머지 다리의 관절마저 탈구돼 버리고 결국은 주저앉아 퍼덕거리다 며칠 못 견디고 죽게 될 것이다. 물론 나 역시 관절염도 치료하고 의족도 생각하고 억지로 먹이도 먹여 보겠지만 경험으로 볼 때 크게 이 틀을 벗어나진 않았을 것이다.

 음! 아무튼 최악도 피했고 차악까지도 벗어나 스스로 최선의 길로 나아가 주었다. 관심법도 없으면서 손 놓고 멍하니 바라만 봐온 돌팔이 수의사에겐 이게 불행인지 축복인지 참 헷갈릴 뿐이다. 하지만 그래도 그렇게 잘 회복해줘서 너무 대견하고 고마울 뿐이다.
최종욱 <우치동물원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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