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들에게 선사하는 영화적 재미

▲ 영화 ‘극한직업’ 한 장면.
 ‘스물’(2014)은 한국 코미디영화를 궤도 수정케 한 영화였다. 그러니까 기존의 한국 코미디영화들이 초반에 관객들을 웃겼다가 후반에 뭉클함을 선사했다면, ‘스물’은 그 패턴을 거역하며 처음부터 끝까지 웃기는 것을 관철시킨 영화였기 때문이다. 이병헌 감독은 그 여세를 몰아 바람난 성인남녀들의 이야기인 ‘바람 바람 바람’(2017)을 선보였다. 그러나 인물의 감정을 충실히 따라가며 드라마를 강화한 이 영화는 관객들의 호응이 그리 높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극한직업’은 ‘스물’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다시 ‘스물’의 장점을 복기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극한직업’은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웃음폭탄을 장착한 채 질주한다. 영화의 도입부부터 이는 확인된다. 마약사범이 포함된 일행이 도박판을 벌이고 있다. 이에 마포경찰서 마약반 형사 5인방은 마약사범을 잡기 위해 이들을 포위한다. 유리창이 깨진다. 한데 형사들은 실내로 진입하지 못하고 건물외벽 유리창닦이 의자에 앉은 채 대롱거릴 뿐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익히 보아온 형사물이라면 형사들이 멋지게 실내로 침투해 범죄자를 소탕해야 하건만 이 영화는 그 관습을 비틀어 버린다. 이어지는 장면에서도 관객들의 기대는 전복된다. 쫓기던 마약사범은 승용차에 탄 중년여성을 운전석에서 끌어내 차를 몰아나갈 태세다. 한데 역전이 일어난다. 힘을 낸 중년여성이 마약사범을 패대기쳐 버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계속되는 장면에서도 경찰들은 범인을 잡았는가 싶으면 이내 놓치고 마을버스가 범죄자를 들이받은 후에야 상황은 종료된다. 이렇듯 도입부에서부터 이 영화는 관객들에게 전복의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그리고 이때 관객들은 마약반 형사 5인방의 실력이 변변치 않음을 알게 된다. 이어지는 설정이 흥미롭다. 마약반 형사 5인방이 범죄조직 소탕을 위해 치킨집을 인수해 치킨장사와 잠복근무를 병행한다는 이야기를 펼쳐놓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 놀라운 것은, 파리만 날리던 치킨집이 맛집으로 소문나 대박이 난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극한직업’은 형사영화에다가 국민음식인 치킨을 추가시키며 그 기발함으로 관객들을 놀라게 한다.

영화 ‘극한직업’ 한 장면.|||||

 이 영화가 특별한 것은, 이 말도 안 되는 비현실적인 설정을 관객들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마약사범을 소탕하겠다고 퇴직금을 털어 치킨집을 차리는 것도 그렇고, 마약반 형사들이 각자 역할을 분담해 치킨장사에 나선다는 것은 대한민국 경찰들에게서는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영화적인 설정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매 장면을 정성들여 연출하며 관객들을 설득시켜낸다. 관객들에게 거부감이 들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말이다.

 또한, ‘극한직업’은 사회적 메시지 등을 전달하려는 강박에서도 자유롭고, 배우들 역시 무게를 잡기보다는 망가질 대로 망가지는 연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극한직업’의 감독과 연기자들은 오로지 관객들을 웃기겠다는 일념으로 의기투합했다.

 그리고 이 영화는 치킨을 소재로 한 영화답게 치킨 맛을 눈과 귀로 느낄 수 있도록 시각과 청각을 자극시키는 치킨 레시피를 선보이며 한국인들이 가장 즐겨먹는 국민음식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시키고 있기도 하다. 여기에다 형사영화인 만큼 액션 연출에 있어서도 소홀하지 않으며 관객들을 향한 서비스에 만전을 기한다.

 이렇듯 ‘극한직업’은, 관객들에게 영화적인 재미를 선물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형사들이 범죄를 소탕하기 위해 치킨집을 차리고 그 치킨집이 대박이 난다는 맥락 없고 비현실적인 설정이 우리 시대에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 이제 한국영화는 ‘병맛’에 열광하는 관객들을 갖게 된 것이다.
조대영 <영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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