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을 낸 일곱명의 할머니를 담은 두 영화

▲ 영화 ‘시인 할매’.
 전남 곡성과 경북 칠곡의 할머니들이 뒤늦게 한글을 깨우친 후 시집을 펴냈다. 이 소식은 곧바로 뉴스가 되었고, ‘시인 할매’와 ‘칠곡 가시나들’을 탄생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이들 영화 속 할머니들은 1930년대에 태어난 이들로 일제강점기 때는 일제의 한글 사용 금지 때문에, 그리고 해방 이후에는 ‘여자가 글 배워서 뭐하냐’는 봉건적인 인식 때문에 한글을 배울 수 없었다. 그런 상태로 할머니들은 시집가서 자식 낳고 가족들 뒷바라지하며 평생을 살았다. 그러니까 할머니들은 평생을 까막눈으로 살며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그런 할머니들이 한글을 깨우쳐서 책을 냈다는 소식은 뉴스가 되기에 충분했다.

 ‘시인 할매’와 ‘칠곡 가시나들’은 이런 배경에서 나온 영화들이다. 이런 이유로 두 영화는 공통점이 많다. 할머니들이 한글을 배운 후 시를 써서 시집을 낸 것도 그렇고, 한 명의 한글선생님과 일곱 명의 할머니들이 등장하는 것도 그렇다. 그리고 할머니들이 쓴 시가 영화 속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도 대동소이하다. 여기에다 두 영화 모두 할머니들의 일상과 사계절을 영화 속에 담아내고 있는 것도 닮은 점이다.

 그러나 두 영화는 소재가 엇비슷하기는 하지만 다른 영화일 수밖에 없다. 그것은 두 영화를 연출한 감독의 세계관과 다큐멘터리 방법론이 다르기 때문이다.

 ‘시인 할매’의 시작은 마당의 눈을 쓸고 있는 윤금순 할머니의 모습이다. 이때 윤금순 할머니의 시 ‘눈’이 소개된다. “사박사박 / 장독에도 / 지붕에도 / 대나무에도 / 걸어가는 내 머리 위에도 / 잘 살았다 / 잘 견뎠다 / 사박사박”이 자막으로 새겨지는 것이다. 여기서 핵심적인 시어는 “잘 살았다 / 잘 견뎠다”라고 할 수 있다. 영화는 이 시어를 뒷받침하는 사연과 장면을 배치한다. 윤금순 할머니의 넷째 딸이 시골집을 방문해 어머니와 하루를 보낸다. 이 과정에서 윤금순 할머니의 아픈 사연이 드러난다. 큰 아들이 51세의 나이에 하늘나라로 갔다는 것과 1년 후 남편도 홧병으로 아들을 따라갔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아들과 남편을 먼저 보내고 묵묵히 삶을 버틴 후에 내놓은 “잘 살았다 / 잘 견뎠다”라는 여덟 글자는 묵직한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양양금 할머니가 쓴 ‘추석’과 ‘해당화’역시 애잔한 정서가 담긴 시다. ‘추석’은 자식을 기다리는 어미의 마음이, ‘해당화’는 돌아가신 부모님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담겼다. 이밖에도 영화 속에는 할머니들이 지난한 인생을 살면서 겪었던 희로애락이 담긴 시들이 가득하다. 그러니까 이종은 감독은 할머니들의 마음의 풍경을 확인할 수 있는 시들을 소개하며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과 정서를 관객들에게 전달하고자 했다.

영화 ‘칠곡 가시나들’.|||||

 김재환 감독의 ‘칠곡 가시나들’은 영화의 제목에서도 암시되듯이, 평균나이 86세의 팔순 할매들이 열일곱 소녀들처럼 활기가 넘치는 것으로 접근한다. 할머니들이 나이가 들어 지쳤다기보다 활동적일 수 있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이 영화는 시종일관 밝은 기운이 감돈다. 한글을 배우는 과정은 물론 받아쓰기 하는 장면에서도 웃음꽃이 피어나고, 할머니들이 빨래를 할 때, 소풍을 가서 놀이를 할 때도 밝고 건강한 기운이 유지된다. 특히, ‘장기하와의 얼굴들’들의 ‘풍문으로 들었소’에 맞춰 도로를 가로지를 때의 슬로우 모션은 할머니들을 세상의 주인공으로 추켜세우기도 한다. 그러니까 ‘칠곡 가시나들’의 주요 정서는 ‘살아있음’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 할머니들이 대강당 무대에서 ‘나는 열일곱살이에요’에 맞춰 율동하는 장면은 그 정점이다.

 이렇듯, 두 편의 영화는 시집을 낸 일곱 명의 할머니를 담아낸 공통점을 공유하지만, 두 감독의 각기 다른 해석으로 인해 개별적인 작품으로 태어날 수 있었다.
조대영 <영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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