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따라하기, 어떠세요?

 예전 한창시절 박주영 선수를 보면 자꾸 초식동물의 이미지가 떠올랐다. 체구도 그리 크지 않고 생김새도 순하게만 보이지만, 지구력과 임기응변 그리고 유연함이 매우 뛰어났기 때문이다. 사실 동물의 왕국이라는 사바나의 주인공은 단연 초식동물이다. 육식동물은 단지 그 중에서 연약하고 생이 다 한 것들만 솎아내는 저승사자 역할만 할 뿐이다. 무리에 잘 어울리고 건강한 초식동물은 절대 육식동물에 호락호락 당하지 않는다. 비록 홀로 남더라도 궁지에 몰렸을 때 영양은 날카로운 뿔로써, 얼룩말은 뒷발차기로 한방에 적을 날려 버릴 수 있다. 박주영 선수를 초식동물로 비유하는 이유는 이처럼 공격수들보다 한 발 앞서 도망치고, 지그재그로 유연하게 뛰며 기회가 주어지면 최종목표인 탈출구 즉 골(goal)로 쇄도하기 때문이다. 박주영 선수뿐 아니라 바르샤의 메시나 한창 전성기인 네이마르 역시 호전적인 포식자이기 보다는 요리조리 얄밉게 잘 피해 다니는 건강한 피식자에 더 가까워 보인다.

 ‘베른트 하인리히’란 미국의 세계적인 생물학자는 스스로 동물이기를 원한다. 그래서 끊임없이 동물들을 모방하려 든다. 그가 동물과 닮기 위해 고심 끝에 택한 방법 중 하나가 달리기이다. 실제로 근 60살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해년마다 100km의 울트라마라톤을 완주하고 있다. 그의 완주 비법은 단순하다. 잘 달리고 지구력이 높고 호흡이 긴 동물을 찾아서 따라 하는 것이다. 가령 낙타의 등 혹에서 햇빛을 막기 위해서는 모자 또는 차양을 써야함을 착안하고 (이미 아라비아 사람들은 터번을 오래전부터 사용하고 있다.) 번식기에 쉴 새 없이 울 수 있는 숫 개구리의 짧고 연속적인 숨쉬기를 따르고, 개가 달리는 것을 흉내 내어 두 번 들이마시고 한 번 크게 내 뱉는 숨쉬기를 하며, 영양처럼 지칠 땐 입을 벌리고 뛴다. 그리고 사막동물들의 수분 절약법을 역으로(동물은 공랭식, 사람은 수냉식) 응용하여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들에게는 조금씩 자주 먹는 법을 권한다. 그는 생활의 거의 모든 걸 동물 따라하기를 통해서 해결해 가려고 노력한다.


 혹시 동물원의 동물들이나 마당에 매어 놓은 ‘우리 강아지는 하루 종일 무얼 하고 지낼까?’ 하는 생각을 해 본 적은 없으신지. 요즘 많은 동물행동학자들은 동물이 감정이 있다고들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처럼 동물들도 비슷하게 외로움과 고독에 몸부림칠 수도 있을 것이다. 멀리 보지 않더라도, 항상 무리지어 지내는 코끼리와 사자들, 서로 잠시만 떨어져 있다 만나도 금방 다른 동료들하고 엉덩이 냄새 맡으며 반갑다고 부벼되는 모습을 보면 그들이 얼마나 절실히 친구를 갈구하는지를 알 수 있다. 그럼 그들은 어떻게 그 지루한 일상들을 견디어 낼까? 일단은 그들 사회가 홀로서기나 외로움에는 늘 익숙해 져야 하는 체제이니 고독을 이겨내는 것이 그들의 생존본능일 수 있다.


 둘째는 우연히 ‘명상하는 개’라는 소책자를 보면서 느꼈던 것인데 그들이 바로 ‘명상의 고수’라는 것이다. 동안거에 들어가는 스님들처럼 곰을 비롯한 많은 동물들도 똑같이 ‘정중동(곰은 겨울잠 자는 동안 선잠을 자면서 새끼를 낳고 기른다)’하며 겨울을 보낸다. 집에 매인 개는 주인이 아무리 미워하고 때리고 굶겨도 여전히 주인 밖에 모른다. 오수의 개처럼 불 속에 빠진 주인을 구하기 위해 자기희생조차 서슴없이 감행할 수 있는 충성스런 개들도 얼마든지 있다. 설사병으로 움직일 기력조차 없는 개들조차도 주인 목소리만 들으면 마지막 힘을 다해 꼬리를 흔드는 애처로운 장면을 동물병원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이런 행동들은 결국 모든 명상가들이 궁극적으로 도달하려 하는 ‘무념무상’과 죽음을 초월하는 경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최종욱 <우치동물원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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