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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대영 영화읽기]‘항거: 유관순 이야기’
유관순에 대한 사고의 확장
조대영
기사 게재일 : 2019-03-08 06:05:01
▲ 영화 ‘항거: 유관순 이야기’ 중.
 한국영화 100년의 역사에서 ‘유관순’을 주인공으로 삼은 영화는 네 차례 만들어졌다. 그 선두에는 윤봉춘 감독이 있다. 윤봉춘은 해방 후 애국선열들의 항쟁을 담은 영화들이 관객들에게 사랑받고 있을 때, ‘유관순’(1948)을 내놓아 흥행에 성공했다. 그리고 1959년과 1966년에는 도금봉과 엄앵란에게 타이틀 롤을 맡기며 유관순에 대한 애착과 집념을 보여 주었다. 그리고 1974년에는 ‘맨발의 청춘’(1964)을 연출한 김기덕 감독이 ‘겨레의 꽃 유관순’을 만들기도 했다.

 이들 영화의 공통점은 관객들의 공분(共憤)을 유도한 것이 특징이라는 점이다. 그러니까 1919년 3·1 운동에 참여한 유관순은 고향인 천안 아우내 장터에서 만세시위를 주도하다가 체포되었고, 서대문 형무소에서 갖은 고문을 당한 후 참혹한 시신으로 감옥을 나오게 된다는 서사를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3·1운동 100주년에 세상에 나온 ‘항거: 유관순 이야기’(이하 항거)는 선배 감독들의 접근법과는 다른 길을 선택했다. 선배들의 영화가 감옥 안에서 유관순이 갖은 고문을 당한 것에 방점을 찍으며 관객들의 공분을 유도했다면, ‘항거’는 옥중에서의 유관순의 마음가짐이나 정신에 집중한다. 그리고 유관순과 같이 옥살이를 했던 여성들의 이야기를 함께 풀어 놓으며 역사를 확장시킨다. 그러니까 교과서에 실린 “갖은 고문 끝에 옥중 사망했다”는 한 줄의 이야기를, 성실한 자료조사와 틈을 매우는 상상력으로 유관순 외 25인이 감옥에서 함께 보낸 1년을 펼쳐내고 있는 것이다.

 영화는 1919년 4월1일 천안 아우내 장터 만세운동을 주도한 혐의로 체포된 유관순(고아성)이 371번이 찍힌 수의를 입은 채 서대문형무소에 들어서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그가 투옥된 ‘여옥사 8호실’은 세평 남짓의 비좁은 공간이다. 그 안에 빽빽하게 들어선 25명의 여성들은 출신도, 나이도 제각각이다. 이들은 좁은 공간에서 다리가 퉁퉁 붓는 걸 막기 위해 동그랗게 원을 그리며 걷고, 피부를 찢을 듯 추운 겨울엔 체온을 공유하며 지옥 같은 시간을 버틴다. 그리고 노래를 함께 합창하며 결의를 다지고, “우리는 개구리가 아니다”며 일제에 대한 항거를 멈추지 않는다. 그렇다. 조민호 감독은 25명의 여성들이 가혹한 옥살이 중에서도 서로 보듬어 안으며 의연하게 버티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감독은 3평 남짓의 감옥을 여성들이 서로 연대했던 공간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영화 ‘항거: 유관순 이야기’ 중.

 이 와중에도 감독은 유관순의 마음 씀씀이가 각별했음을 강조한다. 감옥 안 사람들을 배신한 여성에게 먼저 손을 내밀기도 하고, 추운 겨울에 덜 마른 기저귀를 체온으로 말리는 모습을 연출하기 때문이다. 이때 관객들은 유관순의 따뜻한 인간애에 감화된다. 그리고 유관순이 만세운동을 주도면밀하게 준비해 만세소리가 감옥을 벗어나 서울 장안에 퍼지게 하는 대목은 객석의 관객들에게까지 전이되는 특별한 순간을 선물한다. 그러니까 말하기도 힘들 정도로 열악한 상황에서 서로 연대했던 25인의 여성들이, 저항의식의 불씨를 유지하다가 ‘대한독립만세’를 다시 외칠 때, 관객들도 만세소리를 지르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조민호 감독은 ‘유관순’을 해석함에 있어, 옥 속에 갇혀서 모진 고통을 당했다는 것을 강조하기보다는, ‘유관순’이 옥중에서도 새로운 세상을 갈망하며, 자유와 해방을 향한 뜻을 굽히지 않았음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 항거가 감동적인 것은, 한 목숨 죽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유를 외친 것에서 찾을 수 있다.

 ‘항거’는 형식적인 측면에서도 돋보인다. 영화는 감옥 안에서 펼쳐지는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데, 감독은 이를 흑백으로 일관했다. 이 흑백의 톤은 가학적인 장면이 중화되는 것은 물론 인물들의 정서에 집중하도록 한다.

 여하튼 ‘항거’는, 유관순과 그의 시대에 대한 사고를 확장시키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조대영 <영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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