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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 삶]망토개코원숭이 ‘꼬마’를 보내며
최종욱
기사 게재일 : 2019-03-11 06:05:01
 꼬마가 누구냐고? 꼬마는 바로 우리 동물원 개구쟁이 ‘망토개코원숭이’ 수컷 한 마리의 이름이었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이 녀석은 어느 날 우리와 헤어져야만 했다. 그 전 녀석과 지낸 7년 동안 정도 참 많이 들었는데, 이별의 순간은 너무 허무하기만 했다.

마취시키고 깨어나는 걸 채 보지도 못한 채 ‘부웅’ 하고 트럭에 실려 보내고 그것이 끝이었다.

그 날 아침에도 이 녀석은 닥쳐올 제 운명을 한 치도 모르는 채 땅콩 받아먹기에만 열심이었다. 수송 중에 멀미한다고 너무 많이 주지 말라고 했는데도 담당 사육사는 좋아하는 거라도 실컷 먹이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이 꼬마는 우리 동물원에서 많은 인기를 누려왔는데 그 비결 중 하나가 바로 이 ‘땅콩 받아먹기’였다. 땅콩을 던져주면 어느새 철창 앞에 한 손과 두발로 착 달라붙어서는 나머지 놀고 있는 한 손으로 마치 야구에서 수비 잘하는 유격수처럼 잘도 받아서 그걸 입으로 가져가고, 입으로 들어감과 동시에 땅콩껍질이 빠져 나왔다.

물론 다른 원숭이들도 그런 재주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 잘 하지도 못했고, 적극적으로 애타게 달라고 손 벌리는 녀석은 이 녀석뿐이었다.
 
▲‘땅콩 받아먹기’로 인기 독차지
 
 뭐든 안 주고 그냥 지나치면 달라고 바닥을 손바닥으로 딱딱 치는 당당한 의사표현까지 서슴지 않았다. 그 모습이 어찌나 재밌는지, 사실 그런 모습까지 보고도 그 앞을 모른 척 지나치기는 참 힘들었다. 그는 이미 동물원 내부의 모든 직원들의 외모나 향기는 물론 일과 성격까지 신상을 자기 나름대로 꿰차고 있어, 나같이 성격이 유약한 사람만 집중적으로 공략하기도 했다.

못 본 척 외면하려하면 계속 시선이 따라오면서 ‘웍웍’하는 정말 개짓는 소리 같은 것까지 내며 매우 짠한 눈초리로 바라본다. 그러면 나도 모르게 가슴이 저려 와서 조리실을 몰래 뒤지거나 거기도 남은 게 없으면 매점에서 뭐라도 좀 사서라도 결국 어떻게라도 먹을 걸 구해 바치고야 만다.

 그러나 최근에 이 녀석에게 문제가 생겼다. 이들 망토개코원숭이 사회는 우두머리 수컷 1마리, 그의 아들인 이 녀석 그리고 암컷 세 마리로 구성돼 있었다. 그런데 비록 자식이지만 이 녀석이 7살이 되고 점점 덩치도 커지면서 20세 생애 중후반기의 아비이자 우두머리에게도 위협적인 존재가 되어 버렸다.

작년까지만 해도 군기 잡으려는지 우두머리가 녀석에게 계속 얼굴에 생채기를 내곤 해서 몇 차례 꿰매는 둥 나를 귀찮게 하더니, 요즘에는 오히려 순위가 가끔 역전되어 이 녀석이 자기 아비인 우두머리와 자꾸 맞장을 뜨려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왕의 여자들’에게 감히 눈독을 들이지는 못했다. 만약에 거기까지 손을 대려했다면 모자 또는 형제간의 근친문제도 있으려니와 우두머리와 피치 못할 부자간 대혈투가 충분히 예상되었기에 사전예방책으로 부득이 둘 중 한 마리를 다른 곳으로 분가 시킬 수밖에 없었고 여러 가지 정황상 이 녀석이 선택될 수 없었다.
 
▲집단사회, 분가시킬 수 밖에 없는 사연
 
 수송용 트럭이 도착하자 본격적인 마취작업에 들어갔다. 영리한 이 녀석은 블로우건(부는 마취총: 하나만 진짜 나머진 가짜)을 여러 개 준비해서 교란을 시켰는데도 귀신처럼 어느 총에 마취약이 들어있는지를 알고 그 총의 사정거리 밖으로 피해버렸다.

결국 모든 총에 마취약을 장전하고 사정거리에 들어오면 어느 총이든 쏠 준비를 하고 나서야 겨우 마취를 시킬 수 있었다. 해롱거리는 녀석을 상자에 넣고 트럭 뒤에 실어 보내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마지막으로 머리 한번 쓰다듬어 주는 것, 건강하라고 평소에 못 해 주었던 좋은 영양제 주사, 기생충 예방주사 한방씩 꼭꼭 놓아 주는 것 그것뿐이었다.

그는 이미 수컷이 없는 다른 동물원 망토개코원숭이사의 왕 자리를 예약해놓고 있었다. 그 곳은 여기보다 훨씬 환경도 좋고 동물복지에도 열심인 매우 훌륭한 동물원이었다.

이제 꼬마는 갔고 그의 존재는 다른 일들에 밀려 금방 잊혀져버린 것 같았다. 하지만 원숭이사 앞을 지날 때마다 누군가 나를 부르는 듯한 ‘딱딱’ 바닥 치는 소리를 환청처럼 듣게 되어 뒤돌아보게 된다. 동물들은 늘 가고 오고 낳고 또 사라지지만 난 언제나 그들 몇몇의 추억을 꼭 붙들고 의지하며 살아간다.
‘그들도 과연 나에게 그럴까?’ 기대는 않지만 늘 궁금해 하기도 하면서~.
최종욱 <우치동물원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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