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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 삶]펫샵에서 토끼 샀을때 1년 후 겪게 되는 일들
반려동물 키우기 전 반드시 선행학습 필요
최종욱
기사 게재일 : 2019-07-08 06:05:03
 동물원에 또 토끼를 가지고 왔다. 한 가족인 듯했다. 아빠는 조심스레 커다란 토끼를 품에서 꺼냈다. 전화를 받았을 때만 해도 이런 줄 몰랐다. 대개는 그냥 미니 토끼인 줄 알고 펫샵에서 사서 아파트 베란다의 철창 토끼장에서 키우다가 토끼장을 가득 메울 만큼 크게 되면 여기저기 찾다가 동물원에 전화하고 주로 엄마들이 케이지에 넣어 가져온다. 그리고 약간 서운한 듯하며 획 놔두고 그냥 쌩 가버린다.

사실 그러면 우리도 편하고 그들도 편했을 것이다. 여기서 그런 토끼들의 운명은 그냥 다른 토끼들과 큰 마당에서 잘 어울리며 천수를 누리는 것이다. 마치 버려진 토끼들의 안식처 같은 곳이다. 상처가 있으면 치료해주고 정 못 견디는 토끼들은 따로 키우는 정도다. 규모를 감안해서 딱 30마리까지만 시한부로 기증 받기로 했던 것이다.

 그 전에나 그 후에는 이런 류의 기증요청을 모두 거절한다. 그리고 마릿수가 늘어 점점 거절할 시점이 다가왔다. 도대체 그 많은 아파트 어른 토끼들은 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부모님을 비롯한 모든 가족들의 털 코트는 토끼털로 범벅이 되어 있었고 토끼의 원주인인 듯한 초등학생 딸은 차마 발길을 떼지 못했다. 토끼도 이미 각인되어 다른 토끼들과 어울리지 못했다. 좁은 아파트에서 너무 냄새가 나고 답답해해서 더 이상은 키우기 힘들다는 게 이유였다.
 
▲“생명에 대한 책임감 무한대로 확장”
 
 이런 풍경이 펫샵에서 작고 예쁜 토끼를 샀을 때 일 년 후 흔히 겪게 되는 미래 중 하나이다.

더 나아가 햄스터, 고슴도치, 이구아나, 열대어, 거북이, 작은 뱀, 열대 개구리까지로도 이어진다. 이들은 당연히 빨리 성장하고 그럼 감당하기 힘들어진다. 큰 개들도 강아지 때는 작고 튼튼하고 매우 귀엽다.

하지만 크면 그들은 더 이상 좁은 아파트 방에서 키울 수 없는 그리고 그렇게 모두에게 귀엽지만은 않는 덩치 큰 상대가 된다. 그걸 안에서 키우는 건 개나 반려인 모두에게 너무나 감당하기 힘든 일이다. 여유 있는 사람들은 개를 위해서 아파트 평수나 차량 크기를 늘리는 일도 요즘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보게 되는 일이다.

 반려인 천만 시대를 사는 요즘, 아이가 반려동물을 사달라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주변에 너무나 많은 집들이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기 때문에 마치 유행하는 인형처럼 반려동물을 곁에 두고자 하는 욕망은 아이들의 자연스런 본능이다. 부모들은 아이를 위해서 될 수 있으면 다 들어주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이 경우엔 부모들을 이미 자신들의 경험치가 있기에 선뜻 손을 내밀지 못할 때가 많다. ‘혹시 사주면 우리가 돌보고 아이는 예뻐만 하겠지, 너무 반려동물에게 시간을 뺏기는 건 아닐까, 똥오줌은 누가 치우고, 크면 감당하기 힘들 텐데, 한 마리 더 사달라고 하지 않을까, 치료나 훈련은 어떻게 감당한담?’

 정말 동물들은 가볍게 돈 주고 사서 끝날 일은 아니다. 그 후에 생명에 대한 책임감은 무한대로 확장되기에 선뜻 사주기가 두려워진다. 한편 아이들은 그냥 사 주면 내가 잘 돌볼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그냥 사달라고 막무가내다.

이런 복잡한 따로 계산 때문에, 안 사주고 버티는 부모는 나쁜 부모가 되고 어떻든 아이에게 떡 안겨주고 차분히 뒷일을 감당하는 부모는 좋은 부모가 된다. 이러니 의기소침해하는 아이들 위해 반려동물 한 마리쯤은 괜찮겠지 하고 결국 항복하고 만다.

그리고 1~10년 후 당연히 앞서의 갈등들이 발생한다. 그 전에 이 보다 더 견디기 힘든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사람보다 훨씬 수명이 짧고 질병이 잦은 반려동물들의 특성상 도중에 그리고 천수를 다하더라고 겨우 15년 정도이니 아직은 질병이나 죽음을 미처 접해보지 못한 아이에게 이런 일들은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온다.

 
▲“다양한 동물 접하고, 죽음 맞이할 준비까지”
 
 하지만 이런 전제는 사실 기우일 수도 있다. 나 역시 수많은 개들과 동물들을 집에서 키워냈다. 때론 온 감정을 다 소모하기도 하고 생로병사에도 시달렸다. 청소년기에 친구 같은 동물의 아프고 죽은 경험이 나를 수의사의 길로 인도하기도 했다. 부모님은 걱정하시면서도 그냥 내가 하는 대로 내버려 두었고 대개 나 혼자 그 슬픔과 기쁨을 감당했다.

 지금까지 이야기 한 건 야생동물 수의사인 내 자신의 반려동물에 대한 관점일 뿐이다. 판단은 모두 각자의 몫이고 주로 아이들의 몫이기도 하다.

그런데 반려동물 키움에 앞서 변치 않는 선행조건이 있다. 무엇보다 우선 다양하게 동물들들 접해보고 그래서 나는 어떤 동물들을 원하는지, 그 반려동물은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갑자기 죽음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는 지를 스스로 시간을 갖고 차분히 조사하고 판단할 기회를 꼭 주는 것이다.

아마도 이런 선행학습 장소는 동물원이든 친구 집이든 공원이든 책이든, 동물보호소든 많은 곳에 널려있다. 세상에 물건을 사기 전에 가장 발품을 팔아야 할 것이 동물(생명)구하기 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최종욱<우치동물원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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