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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삶]덴마크 코펜하겐 동물원에서 만난 동물들
평소 상상했던 모습이 현실로 ‘별천지’
최종욱
기사 게재일 : 2019-08-12 06:05:02
 코펜하겐 동물원은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에 있다. 어딘가 이국으로 떠가게 되면 무조건 ‘동물원 먼저’주의라 이번 북유럽 연수 중에도 짬을 내어 들르게 되었다. ‘인간 복지의 천국에서 동물 복지는 어떻게 되어 있을까? 겨울이 추운 북극권 동물원에서 어떻게 갇힌 동물들을 잘 관리할까?’가 주된 관심사이기도 했다. 외국여행 중에 동물원을 끼고 있으면 한나절은 정말 금방 간다. 말 한마디 안통해도 동물들과의 대화는 늘 가능하다. 혹시 패키지가 아닌 배낭여행이라면 꼭 동물원 구경을 추천하고 싶다. 유럽도시라면 동물원은 그 도시의 굴곡의 역사가 고스란히 반영된 곳이기도 하다.

 거의 모두 산업혁명 당시에 만들어져 두 번의 1, 2차 세계대전을 고스란히 겪었기에 그 참화 속에서 동물원을 지켜내 온 이야기는 매우 각별하다. 광주도 5·18이 있었고 몇몇 사육사들은 진압군의 총검의 위협 속에서도 동물들을 밥 한번 안 굶기고 지켜낸 이야기가 있다. 적들도 굳이 평화로운 동물들을 억지로 죽일 이유는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적군과 아군이 함께 지켜내 온 곳이 바로 유럽의 동물원들이다. 코펜하겐 동물원의 가장 오래된 건물에는 1889년이라고 새겨져 있었다. 150년도 더 넘는 동물원인 것이다. 그 오랜 세월동안 현대식으로 변모했을 법도 한데 옛 모습 그대로 최초의 자연환경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빈티지’하게 잘 보존되고 있었다.

 비단 동물원뿐만 아니라 유럽의 모든 도시들이 거의 현대화되기를 거부하고 오랜 옛것을 고집한다. 그래서 그런지 도시에 오래 묵은 구수한 향기가 나고 마치 옛 이야기 속에 들어 온 것 같다. 10대째 물려온 작은 통나무집을 수리하며 사는 것이 그들이 진정 추구하는 소박한 행복이라니~.
 
▲150년 전 조성 당시 자연환경 그대로
 
 코펜하겐에서 처음 만난 동물은 까맣고 나름 귀여운 ‘태즈마니안데블’이라는 녀석이었다. 많은 동물 이름 중에서 하필 악마란 이름을 가지고 있다. ‘태즈마니안 늑대’가 무분별한 사냥으로 사라진 이후 호주 유대류 중에 유일하게 살아남은 포식동물이지만 지금은 거의 멸종 직전이다. 사육 하에서도 전혀 길들여지지 않고 늘 천방지축 제멋대로 산다. 이런 야생성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동물원 동물들은 당장 야생에 내보내도 적응하며 살아갈 가능성이 매우 크다.

 각 동물사들이 아기자기하게 흙, 물, 숲 그렇게 동물들이 다양하게 터전을 선택할 수 있게끔 필요이상으로 널찍하게 만들어 놓은 게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직접 만질 수 있는 말, 소, 양들을 전시해 놓은 것도 낙농의 나라 덴마크다웠다. 관람객이 방사장 안으로 직접 들어갈 수 있는 캥거루사, 사람과 함께 일광욕을 하는 황금색 바다사자, 풀숲에 숨어 빼꼼히 얼굴을 내민 암사자, 시소처럼 통나무 양쪽에 양배추를 매달아 놓아 두 타조가 긴 목을 이용하여 서로 돌아가면서 뜯어먹게 만든 재미있는 타조사를 둘러보다가 뜻밖의 자이언트팬더사를 만났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팬더 두 마리가 살고 있는 에버랜드보다 10배는 넓은 부지에서 팬더는 잘 보이지 않는 기둥 아래에서 맛있게 대나무를 씹고 있었다. 단지 운동장이 클 뿐이지 귀한 팬더라고 특별한 무언가를 더 보태지도 않은 것 같았다. 마치 어떤 동물도 차별하지 않겠다는 인상을 주었다.

 작은 타마린 원숭이나 침팬지들은 추위에 약해서 그런지 아예 건물 자체에서 키우고 있었다. 다른 나라 동물원을 둘러보고 온 사람들이 내게 주로 하는 말이 있다. 동물들은 어디나 똑같이 갇혀 지내는데 다른 나라에선 두렵거나 지쳐 보이지 않고 오히려 행복해 보인다는 것이다. 여기서도 침팬지는 비록 유리창너머 갇혀있었지만 새끼들이랑 아옹다옹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들의 행복 만들어주기 비결을 강렬히 배우고 싶었다. 실내 하마사에서 사람들은 하마가 흐려놓은 똥물 속에서도 잠수하는 하마모습을 보려고 열심히 찾는 중이었다. 그런데 하마 녀석은 거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데도 사람들은 불만이 없어 보였다.
 
▲코끼리사 관람객 최대한 가까이 접근
 
 하마사나 코끼리사는 바깥 방사장 만한 거대한 돔형 내실을 따로 갖추고 있었다. 역시 6개월 이상 되는 길고 혹독하며 더구나 극야(계속 밤이 유지되는 현상-백야의 반대말)인 극지방의 추위에 대비하기 위함이리라. 동물사 출입문도 모두 이중삼중 자동 유리문 형태로 만들어져 추위나 동물탈출을 원천 봉쇄하고 있었다. 이런 게 바로 디테일일 것이다. 코끼리 사에는 3마리의 아시아 코끼리들이 있었는데 위에서 아래서 가까이서 멀리서 입체적으로 코끼리를 감상할 수 있었다. 층계 옆에 인간과 코끼리에 대한 짧은 전시장도 코끼리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코끼리가 비록 위험하긴 하지만 이렇게 관람객이 최대한 가까이 접근할 수 있게 하는 방식도 서로의 경계를 허무는 바람직한 시도인 것처럼 보였다. 우리나라의 일방적인 차단정책과는 분명 차이를 보였다. 물론 이곳에서도 동물에 대한 위험도 상존하고 코끼리를 흥분시킬 수도 있겠지만 사람이나 동물이나 워낙 차분하고 서로 모나지 않아 그런 일이 좀처럼 벌어지진 않을 성 싶었다.

 영화감상식의 동물관람은 소위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곳에서는 흔하고 동일한 패턴 중 하나이다. 그들은 마치 아름다운 영화를 보듯 층계식 계단에 앉아 침팬지, 오랑우탄, 팬더 같은 맞은 편 동물들의 움직임을 조용하고 소중하게 감상한다. 요란하게 사진 찍고 정신없이 떠돌아다니는 족속은 사실 우리뿐이었다. 소중한 기회가 이번 생애 한 번일 것 같아 할 수 없이 찍어대긴 하지만 대개 미안하고 얼굴이 화끈거렸다. 우리 동물원의 침팬지 사에도 가끔 그 앞에서 몇 시간씩 서성대는 외국인을 보곤 했는데 바로 이런 식의 문화가 배어 있는 것이었다. 그들은 획하고 과자부스러기 던지며 마구 놀리며 지나가는 우리나라 사람들을 어떻게 바라볼까?

▲여러 종류 한 곳에 모여살아
 
 관리사나 사무실도 도대체 그런 장소 같지 않게 옆에 화장실과 똑같이 단층으로 오두막처럼 지어져 있었다. 단지 사람들이 드나들고 장비들이 놓여있고 창문에 예쁜 동물피규어들이 놓여 있어 ‘저기가 관리사겠구나.’ 짐작만할 뿐이었다.

 지하통로위에 한꺼번에 기린, 코뿔소, 미니하마 이정표가 표시되어 있어 맞은편에 동물사가 다 몰려있나 생각하고 들어갔더니, 어마나 세상에! 뿔닭, 미니(피그미)하마, 흰코뿔소, 기린, 영양들이 모두 한 곳에 모여 살고 있었다. 몰론 학교 운동장 두개만큼이나 넓고 서로가 서로를 공격할 때 숨을 수 있도록 통나무 기둥이나 나무 단이 곳곳에 가볍게 쌓여 있었지만 마치 야생의 사바나처럼 동물들이 한곳에서 공존하고 있었다.

 갑자기 흰코뿔소 두 마리가 미니하마에게 천천히 다가가기 시작했다. 미니하마는 낌새를 알아채고 천천히 걸어서 통나무 기둥 사이로 쏙 들어갔다. 미니하마를 잠시 건들려던 코뿔소들은 좁은 그 사이로 들어갈 수 없었고 멋쩍은 듯 괜히 통나무 주위만 삥 돌다가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

 평소 내가 그리던 동물원의 미래상이 바로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아! 상상하면 모든 게 가능한 나라가 바로 여기구나!’ 빈약한 상상력마저도 미약한 경험이나 깃털 같은 권위로 문질러 버리는 세상에서 살아 온 내겐 여기가 별천지 같았다. 마침 지나가던 사육사를 만나 함께 기꺼이 사진을 찍고 기념품 가게에 들러 예쁜 동물인형들을 정신없이 쇼핑하다보니 벌써 서너 시간이 훌쩍 지나가있었다. 이젠 다른 일행들과 합류하여 다시 정상으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최종욱<우치동물원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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