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타인을 사랑하는 법

▲ 영화 ‘썸원 썸웨어’.
 남자와 여자가 자신들의 집 창가에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 어딘가 고독해 보인다. 이 는 ‘썸원 썸웨어’ 속의 한 장면으로 영화를 대표하는 이미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 레미와 멜라니는 전철이 지나는 곳 근처의 다세대 주택에 살고 있는데, 5미터 거리에 서로가 위치해 있음에도 서로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이 모습은 고독한 현대인의 초상에 다름 아니다.

 이 이미지는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20세기 미국인의 삶의 단면을, 무심하고 무표정한 방식으로 포착함으로써 인간 내면에 깃들여 있는 고독과 상실감, 그리고 단절을 표현한 그림을 줄곧 그려낸 화가가 에드워드 호퍼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세드릭 클라피쉬 감독은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열심히 드려다 보았을 것이다.

 주시시켰다 시피 두 사람은 바로 옆집에 사는 이웃이다. 당연히 이들의 생활 동선은 겹친다. 영화는 시종일관 이들이 스쳐지나가는 모습을 공들여 담는다. 이런 이유로 관객들은 두 사람 사이에 사랑이 싹트겠구나하고 예상하게 된다. 그러나 이 영화는 영화 끝까지 두 사람 사이를 떨어트려 놓는다. 같은 길을 걷고, 같은 버스 옆자리에 앉고, 같은 슈퍼에서 장을 보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스파크가 튀지 않는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파리를 배경으로 젊은 남녀가 사랑에 빠지는 로맨스영화가 아니다.

 서로를 인식하지 못하는 두 사람은 약국에서 약을 구매한다. 그들이 의사에게 자신들의 증상을 털어 놓는다. 잠이 잘 오지 않는다고. 그러니까 이들은 몸과 마음이 평안하지 못한 상태다.

 멜라니(아나 지라르도)는 3년간 만난 남자친구와 헤어진 후 상처를 극복하지 못했다. 멜라니는 데이팅 앱을 통해 가벼운 만남을 가져보기도 하지만, 진실 되지 못한 관계는 오래 지속되지 못하고 불안감만 가중된다. 레미(프랑수아 시빌)는 도통 잠이 오지 않는 탓에 매일 뒤척이기 일쑤다. 최근 직장 내 대규모 해고 때문에 충격이 크다. 회사가 자동화 기계로 대체하자 해고는 불가피했고, 해고를 피한 레미는 부서를 옮겨 일하게 되지만 마음이 편치가 않다. 그러니까 두 사람은 현대를 살면서 심신이 피로한 것이다.

 이들은 더 이상 자신들이 망가지는 것을 방치할 수 없어서 심리 상담을 받는다. 그리고 두 사람은 심리치료 과정에서 자신들이 현재 앓고 있는 고통이 과거로부터 잉태되었음을 깨달아 간다.

 멜라니는 반복되는 상담을 통해 자신의 고통의 근원이 가족을 두고 떠난 아빠로부터 시작되었음을 알게 된다. 아빠를 향한 그리움과 원망이 남성에 대한 뒤틀린 시각을 만들었고, 성인이 되어서는 엄마와도 사이가 멀어졌다. 이로 인해 누구든 자신을 떠날까봐 두려웠고, 상대가 원하는 대로 맞춰 주었다. 자기주장이 없고 상대의 눈치를 살피는 사랑은 뒤틀릴 수밖에 없다.

 레미 역시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아 보이지만 어릴 적 겪은 트라우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언제 부턴가 레미는 자신을 표현하지 않게 되었고, 그래서 자기 불행을 온전히 대면하지 못했다. 레미 역시 상담 과정에서 과거의 아픔을 털어 놓게 되고 자기 불행의 근원을 짐작하게 된다.

 그렇게 두 사람은 스스로의 과거를 받아들이고, 점차 자기 자신을 사랑하기 시작한다. 그러니까 ‘썸원 썸웨어’는 레미와 멜라니가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자신의 삶을 어떻게 살아갈지를 깨우치는 과정에 집중하고 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썸원 썸웨어’는 ‘나’를 제대로 알고, 자신의 삶을 사랑한 후에야 사랑을 시작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하는 영화다. 그렇다. 자신을 사랑해야 남도 사랑할 수 있는 법이다.
조대영<영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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