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과 삶]관리용·연구용 인위적 조임쇠에 대한 우려

무려 아프리카 희망봉에 사는, 지구 최남단 거주 펭귄인 쟈카스펭귄(케이프펭귄) 여러 마리가 새로 들어왔다. 펭귄은 처음 키워보는 것인데, 암수 차이도 잘 모르겠고 서로 너무 닮아있어 개체별로 관리하려면 인공적인 표식을 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문헌을 뒤져봐도 딱히 규격화된 물건도 없고 해서 철물점에서 속칭 ‘찍찍이’라는 것을 사서, 숫자를 매겨 오른발, 왼발 번갈아 붙여서(나름대로 머리를 쓴다고) 표시했다.

그리고 나서 금방 2개월이 지났다. 애초 1년생 새끼들을 데려오다 보니 먹이면 먹이는 대로 부쩍 커지면서 털갈이도 하기 시작했다. 왕성한 성장을 지켜보노라니까 내가 붙인 찍찍이가 혹시 귀한 펭귄들 살을 파고들지나 않을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처음 부착할 때 빠지지 않게 하려고 꽉 조여 놓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로 확인해 보니 몇 마리는 좀 조여든 게 관찰됐다. 나머지는 느슨하게 묶어져서 아직은 괜찮았다. 기왕 손댄 김에 앞으로를 위해 차라리 제거해 주는 편이 나을 것 같아 그렇게 했다.

이렇듯 우리는 사람과 동물의 안전을 위한다고, 연구 목적이라고 아니면 조련시키기 위한 도구로 각종 조임쇠를 동물들에게 인위적으로 부착한다. 이 기구들은 잘 관리된다면 그렇게 큰 불편을 끼치지는 않겠지만 긴장의 끈을 조금만 늦추면 말 못하는 그들에게 치명적인 손상을 주기도 한다.

목줄 채 달아난 개 성장할 수록 위협

한번은 동물원에 어떤 초로의 아저씨가 찾아왔다.

자신이 공장을 하는데 공장을 지킬 목적으로 지인한테서 강아지 티를 막 벗은 중개를 얻어와 마당에 묶어놓고 키웠단다. 그런데 미쳐 적응하지 못한 그 개가 온 지 며칠도 안돼서 그만 목끈이 묶인 채로 달아났다는 것이다.

다행이 멀리 가지는 않고 주변을 배회하는데 이제 어느 정도 성장하고보니 그 목끈이 개를 조이기 시작해 거의 살을 파고 들어갈 지경이 돼버렸다고 했다. 아저씨는 개를 잡는 건 둘째 치고 차마 불쌍해서 못 봐 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사방으로 알아보았더니 일반 동물병원에서는 그런 걸 해줄 수 없다고 하고, 소방서는 자신들은 그런 일 안 하다고 해서 고심 끝에 동물원을 찾아왔노라고 했다.

아저씨 말을 들으니 어떤 상황인지 충분히 짐작이 갔다. 그리고 나까지 거절하면 아저씨의 실망도 실망이지만 개가 너무 안 되겠다 싶어 조용히 장비를 갖추고 아저씨를 따라나섰다.

가보니 개는 옛 주인 곁으로는 일정거리를 두고 오긴 하는데 낯선 나에게는 도무지 마취총을 쏠 거리를 주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주인 아저씨에게 쏘는 요령을 가르쳐 주고 총을 맡겼다.

의외로 쉽게 마취총을 맞추긴 했는데, 개는 마취에 완전히 잠드는 10분 동안 신나게 달아나 그만 산속에 숨어 버렸다. 공장 직원들이 모두 동원돼 무덤 옆에 꼬꾸라져 있는 그 개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일단 목걸이를 제거해 주었다. 살이 이미 썩어들어가 그 냄새가 장난 아니었다. 더러운 조직을 모두 제거하고 지혈 후 소독까지 해주니 목은 회복이 가능할 정도로 깨끗해졌다.

인공 부착물 그들 사이 엉뚱한 표식될 수도

흔히 철새들이나 동물들에게 위치와 생태를 알기 위한 연구용으로 쇠나 플라스틱 부착물 또는 무선 발신기, 심지어 문신 같은 걸 하는 걸 본다. 색상이나 모양도 가지각색이다. 생물학자들이 많은 고민과 연구를 해서 고안해 내겠지만 행여라도 사람 편리만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괭이갈매기 새끼는 어미 부리의 빨간 점을 자극하여 먹이를 얻는다. 인공 새로 실험해봐도 그 빨간 점에만 집착한다. 시력이 좋은 새들에게 동료의 특이한 모양과 색깔의 부착물은 엉뚱한 목표가 될 수도 있다.

호랑이나 사자들은 그들 귀 뒤의 희거나 검은 작은 반점을 보고 동료를 인식하기도 한다. 물론 나도 이런 연구용 부착물에 대한 부작용에 대해선 이제까지 들어본 적은 없다.

하지만 동물들이 낯선 사물이나 냄새에 대해 본능적으로 꺼리는 걸 보면서 혹시 이런 강제 부착물들이 왕따나 공격 목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떠나지 않는다굙 가끔 너무 크고 안 어울려 불편해 보일 때도 있다.
최종욱 <우치동물원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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