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인' 편의를 위해 마감 전 나가야 하는가?"

동네 목욕탕을 이용하다가 대개 한번쯤 격는 일이 있다. 9시가 마감시간이라 분명히 적혀있는데, 8시 30분부터 '청소'를 하는 '세신사' 혹은 목욕관리사 때문에 목욕을 중단해야 하는 경험.

열심히 반신욕을 하고 있는데, 8시 45분 무렵에는 물빠지는 꼬로록 소리가 나고, 목욕탕 물은 반이 아니라, 발목에 찬다. 눈치를 보며 빨리 샤워를 하고 나와야 한다.

공공도서관도 이런 벌거벗은 경험을 할때가 많다.

최근 일이다. 필자는 신가도서관을 이용하거나 첨단도서관을 이용한다. 둘다 차를 타고 10분 거리. 도서관 폐관시간은 분명히 10시다. 아내가 좋아하는 드라마 '아이가 다섯'을 보는 동안, 도서관에서 나는 소포클레스의 드라마를 읽을 심산으로 도서관에 간다.

안티고네를 끌어안고 울부짖는 하이몬과 그를 바라보는 오만하고 어리석은 독재자 크레온의 찌질함이 클라이막스로 간다. 그런데 갑자기 딩동댕. 9시 45분이다. 평소 같으면, 그냥 책을 덮을 터인데, 막장중의 막장 드라마의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다. 야구로 치면, 7대 7동점에 2사 만루에 9회말이다.

주변에서는 책을 덮고, 집으로 돌아가는 듯 하다. 대체적으로 일요일 저녁, 도서관에 있는 분들의 책들을 흘낏 보면, 등등 다양하다.

그런데 어제는 그걸 눈여겨 볼 여유도 없었다. 지금 대한민국 막장 드라마보다 훨씬 더 심한 막장인 소포클레스(예를 들어, 오이디푸스 대왕이란 드라마는 아버지의 아내와 결혼한다는 막장의 원형이다)에게 완전히 몰두 했기 때문이다.

7분후, 누군가 다가온다. 대학생 알바생인듯 싶다. "자리를 비우셔야 합니다."

나는 짜증이 확 올라온다. "왜요? 10시까지잖아요!" 신경질적으로 말한다. 아는가? 드라마 보고 있는데 텔레비젼이 갑자기 치지직 대는 느낌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생각해본다. 알바생이 뭔죄인가. 또 갑질했네 그려. 좋은 고전을 읽으면 사람이 0.1m라도 좀 인간다운 방향으로 나가야지, 이게 뭔가 하는 반성을 한다. 그러면서도 왜 9시 52분이면, 모두다 도서관 '관리인'의 편익을 위해 나가야 하는가 하는 시민적 권리를 하소연해야 겠다 마음 먹는다.

10시에 폐관의 종이 울려야 하지 않은가? 분명히 10시라고 되어 있다면 말이다. 목욕탕이야,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저임금에 중노동하는 관리사 아저씨 눈치를 보고 그냥 이해한다 치지만, 공공도서관은 달라야 하지 않은가?

김수영은 자기 설렁탕에 고기덩어리 없다고 '나는 왜 작은일에 붕괴하는가' 시를 썼지만, 나는 고작 8분(9시52분)을 뺏겼다 여기고 도서관 알바생에게 짜증을 냈구나.

하지만, 공공도서관 마감종은 10시에 쳐야한다고, 나는 아주 용감하게 말하고자 한다. 물론, 이 좋은 도서관이 마을 곳곳에 생겨, 걸어서 자주자주 다닐수만 있다면 이런 짜증도 없겠지만. 공공도서관 처럼 훌륭한 교육공간이며 시민적 권리를 지킬 수 있는 공간의 부족이 물론 근본적 문제다.
조재호 시민기자 jangbi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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