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지자체의 숙명과도 같은 사업들

제호(題號)만으로는 중앙지인 것 같기도 하고 지방지인 것 같기도 한 조간지 몇개를 들고 내 자리로 와서 뒤적이는데 “함평 한우 생비빔밥 명품화” 라는 제목의 기사가, 내 고향과 관련된 것이어서 눈에 들어온다.

찬찬히 읽어 내려가니 함평의 대표 먹거리인 한우 생 비빔밥이 5첩 반상 한정식으로 탈바꿈한다는 내용이다.

비빔밥을 차별화하고 고급화해 관광 상품으로 만들기 위해서 관내 음식점 관계자를 불러 모아 전문 특화과정 교육 개강식을 열었다는 것이다.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척에 둔 고향이라고는 하나 몸담고 있는 적(籍)이 다르기에 모든 것들이 생소하기만 하고 거리를 둘 수밖에 없었는데, 나이(?)를 먹어 가는지 이런 기사 한 줄만 봐도 반갑기만 하니 말이다.

함평의 비빔밥하면 아무래도 구 장터 함평 천변에 있는 H식당이나 D식당이 먼저 떠오른다. 돼지 흰 비계를 채 썰어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선짓국과 함께 내 놓는 한우비빔밥이 함평의 대표격 아닐런지!

시골집에 가는 길에 어쩌다 한 번씩 들렸을 때 번호표를 받아들고 밖에서 기다리며 늘어선 행렬을 보면 대견스럽기도 하고 말로 표현 못할 뿌듯함을 느끼곤 했다.

내 고향 함평이 전국에 알려지고 이렇게 외부에서 찾아 준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 고마웠기 때문이다.

이틀 쉬고 출근을 한 월요일 아침 펼쳐든 신문기사를 읽어가다가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은 단어들이 있기에 글을 쓰는 사람으로 이렇게 주석(註釋)을 달게 된다.

그러면서 말뜻을 알고 사용하면 실감이 더하는데, 그냥 생각 없이 내뱉으면 그건 말이 아니라 아베를 추종하는 정치패거리들이 씨 부리는 개소리(?)로 밖에 안 들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상차림은 반상(飯床)차림으로 밥을 주식으로 먹기 때문에 그에 어울리는 음식을 반찬으로 구성한 차림이다.

반과 반찬을 주로 하여 격식을 갖춰차리는 상차림으로 밥상, 진지상, 수라상 등으로 구별하여 쓰는데 받는 사람의 신분에 따라 명칭이 달라진다.

즉, 아랫사람에게는 밥상, 어른에게는 진지상, 임금에게는 수라상이라 불렀다. 또 한 사람이 먹도록 차림 반상을 외상(外床) 또는 독상(獨床), 두 사람이 먹도록 차린 반상을 겸상(兼床)이라 한다.

외상으로 차려진 반상에는 3첩 반상, 5첩 반상, 7첩 반상, 9첩 반상, 12첩 반상이 있는데, 여기에서의 첩이란 밥, 국, 김치, 조치, 종지(간장, 고추장, 초고추장 따위)를 제외한 쟁첩(접시)에 담는 반찬의 수를 말하는 것이다.

그냥 돼지비계를 무 썰듯 썰어서 고추장을 버무린 비빔밥에 선짓국도 과분한데 거기에다 겉절이와 반찬 가짓수를 더 올려서 내놓는 5첩 반(밥)상이라면 얼마나 더 근사할까?

그래, 이곳은 이러는데 우리는 뭐하고 있지! 인접 지자체인지라 뭘 해도 비교가 되었기에 항상 좋은 얘기는 못 들었다.

“너희들은 무엇을 하고 있느냐? 함평에서 유통되는 한우고기가 우리지역(무안)에서 키운 소라는 것을 모르느냐?” 라며 볼멘소리를 하시던 윗분들의 모습이 스쳐간다. 그러면서 또 그걸 놓치고 있으니 말이다.
이재광 시민기자 jglee1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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