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가민주사거리 피켓을 든 시간들

 500일.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고 그 기막힌 억울함과 분노를 함께 하고픈 마음에서 피켓을 들었다. 출근하는, 등교하는 그 시간에, 차와 사람이 많이 지나는 그 시간에 피켓을 들었다. 그 날이 500일이 되었다. 이렇게 오래 들 줄은 몰랐다. 정말 몰랐다. 지금도 끝날 날을 알 수 없는 아침거리선전이다. 시작 때 알았다면 아마 엄두도 못 냈겠지….

 가끔 궁금한 사람들은 묻는다. 어디에서 나왔냐고…. 단체라고 짐작하고 물었다가 동네주민이고 개인으로 한다하면 깜짝 놀란다. 용기에 박수쳐 주고, 고마워하고, 함께 못해 미안하다고 한다. 고마울 게 무엇이고 미안할 게 무엇일까? 고마운 것은, 미안한 것은, 그들 또한 여전히 세월호참사를 기억하고 기막힌 억울함과 분노를 함께 하는 마음이 있어서리라 짐작해 본다. 사거리를 지나는 버스 안에서 승객이 고개 숙여 인사한다. 지나가는 승용차 운전자들이 창문 열고 파이팅을 외치고 엄지를 세운다. 시내버스 기사님이 앞문을 열고 주먹 불끈 쥐어보이신다. 지나가던 주민이 애쓴다면서 뜨거운 것을 안겨준다. 인증사진을 찍어달라 부탁하면 사진을 찍어주고선 오히려 고맙다고 한다. 동네 중학교에서 만든 동네 보물지도에 피켓든 우리를 그리고 ‘신가민주사거리’란 이름도 붙여 주었다. 감동이다. 소소하게 나누는 이런 마음들이 500일을 서 있게 하였다.

 우리는 그렇게 선량한 사람들이다. 돌볼 줄 알고, 나눌 줄 알고, 함께 기뻐할 줄 알고, 함께 슬퍼할 줄 아는 선량한 사람들이다. 그렇게 선량한 우리들이 참사 후 1043일이 지나도록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누군가가 가슴앓이를 하게 만들고 있다. 끝남이 기약없을 가슴앓이지만 함께 하며 계속 힘내려한다. 숫자가 이제는 그만 커지길 바라면서….

이유미 <신가마을 촛불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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