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6시3분.

 아직 날은 어둡고 눈물같은 찬 비가 내렸다.

 팽목 월례 순례를 위해 광주시청 앞에 모인 얼굴들에는, 1073일간 바닷속에 수장되어 있다가 이제 막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세월호를 맞이하는 설레는 긴장이 어려있었다.

 이리 쉽게 할 수 있는 일을. 이렇게 금새 오릴 수 있는 배를.

 어머니들은 또 얼마나 울고 계실는지….

 진도향토문화관까지 이동하는 차 안에서 저절로 기도하는 마음이 되었다.

 진도 향토문화회관 앞에 도착한 14명의 시민상주들은 하염없이 비를 뿌리는 하늘 한번 쳐다보고 노란 조끼를 입은 후 순례를 시작했다.

 팽목항까지 22Km.

 한 시간에 4~5Km를 걷는 속도는 숨이 차게 했다.

 많은 생각을 하며 걷고 싶었으나 실제로는 별 생각을 할 수 없었다.

 두 시간이 경과한 뒤부터는 그저 한 걸음, 한 걸음 기계적으로 내딛을 뿐. 대화도 힘들었다.

 숨이 찼고, 처음에는 발목이, 다음에는 허벅지가 나중에는 발바닥이 찢기듯 아팠다.

 임해면에서 이른 점심을 먹은 후 다시 힘을 내었지만 팽목항은 멀고도 멀었다.

 그래도 좋았다.

 우리가 내딛는 이 아픈 걸음들이 차곡차곡 쌓여 진실 인양의 길로 속히 갈 수 있기를 바랬다.

 드디어 팽목항.

 분양소에 들러 다시 눈물 젖은 분향을 하고, 23회째 진행되는 기다림 문화제에 참여했다.

 세월호가 인양돤다는 소식이 전해질 때부터 팽목을 방문하는 시민들이 늘었다더니 주말을 맞아 더 많은 분들이 팽목항을 채우고 있었다.

 세월호가 인양되는 동안 바다가 나가 있던 미수습자 가족들이 3일만에 뭍으로 돌아와 여러 매체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눈물에 젖은 은화 엄마, 다윤 엄마 얼굴은 그래도 조금은 홀가분해 보였다.

 인양된 세월호가 목포신항으로 옮기게 되면 팽목항을 채우고 있던 여러 기억전시물들이 철저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안고 돌아오는 길.

 부디 미수습된 아홉분을 모두 찾을 수 있기를.

 세월호도 인양되었으니 진실도 인양되길 간절한 마음으로 바래본다.

권준희<감성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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