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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시민 상주’ 일기]‘3년상’은 이제 떼지만…
‘세월호광주시민상주모임’으로 개명·활동 이어가 본보 연재 ‘상주일기’도 매듭…‘근본 해결’ 신발끈
이민철
기사 게재일 : 2017-04-17 07:00:00
▲ 3년상을 치르는 마음으로 함께 해온 ‘세월호 광주시민상주모임’.
 이제 3년간 시민상주들이 함께 써 온 일기를 마감합니다. 매주 월, 수, 금 3회를 어쩌다 한번쯤 빠진 날을 제외하고는 세월호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있는 시민들의 이야기를 담아 왔습니다. 시민상주일기를 마감하는 것이 세월호 운동의 마감은 아닙니다. 3년상을 치르는 마음으로 함께 해온 발걸음을 한 번 매듭짓고 가자는 마음입니다. 지난 2월, 120여 명이 모인 회의에서 3주기 이후 ‘3년상을 치르는’을 이름에서 빼고 ‘세월호 광주시민상주모임’으로 바꿔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활동을 이어가기로 결정도 했습니다.

 

미수습·유가족·생존학생 가족과 3년 

 많은 분들이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함께 하고 진실을 향해 움직여 온 광주시민들의 활동에 관심과 지지를 보내 주십니다. 80년 5월, 국가폭력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고, 권력과 거짓 언론에 의해 왜곡된 역사를 경험한 광주 시민들에게 세월호 참사와 가족들의 아픔은 결코 남의 일이 될 수 없었습니다. 진심으로 함께 했고, 가족들의 고통과 절망의 목소리에 귀기울였으며, 미수습자 수습과 진실, 치유와 회복을 향한 몸짓에 기꺼이 함께했습니다. 처음엔 어색했는데 세월호 가족들과 시민상주들은 이제 많이 가까워지고 서로에게 기대어 함께 울고 웃습니다. 안산에서 힘든 일이 있으면 그냥 광주로 피난와서 하소연도 하고 소주도 한 잔씩 나누는 관계가 되었습니다.



 이제 박근혜 세력은 내려 오고 세월호는 땅으로 돌아왔습니다. 아홉 분도 진실도 이제 곧 돌아올 것입니다. 전국에서 많은 시민들이 잊지 않고 작은 몸짓들을 이어 온 결과이고, 가족들이 온갖 방해와 공작에도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며 이루어 낸 일들입니다. 잊지 않는 기억의 힘, 꾸준히 이어지는 작은 몸짓들이 만들어내는 변화를 새삼 실감합니다. 한 때 가족들도 시민들도 절망하고 포기할 뻔 했습니다. 상대는 거대한 장벽처럼 보였으니까요. 그러나 작은 몸짓들이 그 절망들을 비집고 희망의 싹을 뚫어가고, 그 틈을 따라 희미하게 비친 실낱같은 희망을 사람들이 따라가며 넓혔습니다. 그러다가 거대한 촛불의 항쟁을 만나 지금을 맞이했습니다.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지만 이제 절망은 넘어섰고 해결할 수 있다는 희망과 자신감이 커져감을 느낍니다.

 

“일단 할 수 있는 일부터 하자” 

 세월호 시민상주들 이야기를 듣다 보면 참사 이후 답답하고 힘들어서 무언가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참여했다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가족들에게 힘이 되고, 생존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답답함이 덜하다는 분들, 함께 슬프고 답답한 시민들과 어울려 일하다보니 절망의 터널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는 분들이 계십니다. 서명운동, 가족들과 순례, 진실마중길에 함께 서고 마을에서 시민들을 만나며 새로운 세상의 싹을 본 분도 계십니다.

 답답한 사람들, 문제에 직면한 사람들이 모여앉아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모색하고, 일단 할 수 있는 일을 만들어 행동하다 보니 어슴푸레 그 다음 길이 또 조금씩 나타났습니다. 누구도 확실한 해법은 없었습니다. 그냥 어떤 방향을 보고 그 때 그 때 서로 길을 물으며 열심히 길을 걸었던 것이죠. 세상 많은 일이, 우리 앞에 산적한 문제가 대개 그런 것 같습니다. 쉽게 해결될 문제가 별로 없습니다. 수십 년, 길게는 수백 년 쌓인 문제도 많으니까요. 또한 세월호 참사를 포함해 많은 문제들이 서로 얽히고 설켜 있습니다. 지난 3년간 함께 해온 경험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문제해결의 길을 찾을 때도, 해결의 주체인 시민들이 모여서 힘을 만들고 움직임을 계획할 때도 좋은 사례가 될 것입니다.

 특별히 여성들이 많았고 중심적 역할을 했습니다. 세월호 엄마들과 비슷한 또래인 40대 여성들이 주축을 이뤘습니다. 매주 촛불을 켜던 마을 촛불모임도, 20여만개의 리본을 만들어왔던 줌마 리봉스도, 가족들의 밥을 챙겨온 장금이방도, 매일 아침 피켓을 들고 사거리의 차들을 울려왔던 홍보활동도, 춤추는 시민혁명을 외치는 춤시도, 노래하는 모임 쎄쎄쎄도, 매달 예술로 시민들과 함께 해온 예술장도, 상주들의 이야기를 기록해 온 기록팀에서도, 1년여 동안 법원 앞 진실마중길을 가득 채웠던 시민들 가운데서도 주축은 40대 여성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세월호 시민상주들의 활동이 기존의 시민활동들과 다르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이제 마을에서 촛불을

 2014년 4월 참사 직후 문산마을을 시작으로 첨단, 수완, 일곡에서 촛불모임이 만들어졌습니다. 서로 특별한 연계를 가지고 만든 것은 아니었습니다. 6월에 접어들면서 마을촛불들이 함께 협력할 길을 찾아보자고 모였고, 서로 모르는 사람들끼리 서먹했지만 서로의 활동과 고민을 나눴습니다. 그리고 3년상과 시민상주가 제안이 되었습니다. 해결될 때까지 끝까지 하자는 마음과 스스로들이 `상주’가 되자는 주체적 결단을 활동방향과 이름에 담았습니다. 특별법 제정 서명운동을 함께 시작하면서 마을촛불모임이 여기저기 생겨났습니다. 이제는 없어진 모임까지 20여개 모임이 만들어져 매주 한 차례의 정기적인 촛불, 시기별 마을 촛불문화제, 매달 16일 기억의 날 피켓 홍보, 천일순례, 집집마다 마을 길마다 노란현수막 달기 등등의 많은 일들을 해왔고, 특별히 풍암, 신가, 노대에서는 매일 아침 사거리에서 피켓을 들고 시민들에게 진실을 알려왔습니다.

 마을은 지리적인 공간이기도 하지만 심리적으로 서로 연결된 공간입니다. 함께 아이를 키우고, 저녁이나 주말에 만나 삶의 애환을 나누고, 서로에게 필요한 일을 함께 만들면서 새로운 삶의 공간으로 성장해 왔습니다. 지난 2월의 라운드테이블에서도 많은 분들이 마을활동을 활발하게 해가자고 마음을 모았습니다. 3년간 일하며 마을의 의미와 소중함을 충분히 느꼈으니까요.

 

 진실과 안전한 세상 향한 천일순례

 2014년 11월15일 시작한 세월호 천일순례가 오늘 885일째 걷고 있습니다. 올해 8월 11일이면 천일이 되는데 그 때까지는 어느 정도 마무리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적어도 아홉 분이 돌아오고 참사의 숱한 의혹이 해결되며 책임자가 가려져야 일단락될 수 있습니다. 그래야 가족들도, 그리고 가족들과 함께했던 많은 시민들도 일상을 되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세월호 참사를 통해 위험한 진실을 하나 둘 깊이 들여다보게 됩니다. 삶 곳곳이 위험으로 둘러쌓여 있고, 어느 날 사고가 덮쳐올 지 모르는 현실을 살고 있습니다. 천일순례가 `광주에 안전한 100개의 마을’을 중요한 방향으로 잡고 있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가까운 생활현장을 바꾸는 일들이 쌓여야 국가적 전환이 힘을 받을 것입니다. 교통사고부터 핵발전소, 미세먼지 등 많은 일들이 삶의 변화와 정책, 구조의 변화가 함께 맞물려야 해결의 실마리가 만들어질 테니까요.

 많은 사람들이 세월호 참사를 이 사회가 보내 온 위험신호라고 이야기합니다. 잘 해결하고 성찰을 통해 전환하지 않으면 더 큰 참사나 재앙이 올 수도 있다는 경고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갈수록 해결해야 할 일들이 늘어나고 시민들의 역할도 커집니다. 시민상주모임은 처음 22명에서 이제 400여 명으로 늘어났고 활동역량도 커졌으니 그만큼 세상에 힘이 되기를 희망해봅니다.

 끝으로 3년간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기록해온 광주드림에 감사 드립니다. 지나 온 걸음보다 더 많은 걸음을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시민상주일기를 요청하고 읽고 조정해 보내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계속 나눌 수 있어서 저 자신에게 큰 힘이 되었음을 고백합니다.

※세월호 시민상주일기 연재를 마감합니다.

이민철<일곡마을 촛불모임, 시민상주일기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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