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교육청이 어린이날을 맞아 지난 달 말에 5500명의 응답을 통하여 도내 초등학교 3~6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설문조사 결과, 초등학생들이 부모님에게 가장 듣고 싶은 말은 “함께 놀러가자”, “사랑한다”, “잘했다” 순이었습니다. 이러한 조사 결과는 초등학생들이 어린이날 무엇을 하고 싶은가와도 연관이 있었는데 응답 학생들의 절반 이상이 어린이날에 여행가기, 놀이공원가기를 원했습니다.

 그런데 어린이들이 왜 가족들과 놀러가기를 원했는지 생각해보셨는지요? 가족들과 놀러가는 것을 원하는 이유는 충남 어린이들의 과반수가 하루 중 2시간 미만 노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조사 결과와 상관이 높습니다. 노는 시간이 전혀 없는 우리 아이들이 집을 떠나 멀리 놀러가야만 학원에서 해방되고 학교와 학원 과제를 피할 수 있는 것입니다. 또한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알게 된 어린이들의 가장 큰 고민은 공부와 성적(27.9%), 친구와의 관계(9.9%), 용돈(5.92%) 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어린이들의 행복지수는 어느 정도일까? OECD국가중 단연 꼴찌였습니다.

 청소년기 자녀의 어린이 놀이헌장 제정 1주년을 맞아 ‘어린이 놀 권리 지킴이 학교’를 만들기 위한 ‘학교장 300인 원탁회의’에 300여 명의 전국 교장선생님이 참가했습니다. 교장선생님이 토론에 앞서 놀이시간을 마련해 딱지치기 등을 하며 동심의 시간으로 돌아갔다는 것입니다. 특히, 학교에서 먹는 우유팩을 활용한 딱지만들기와 딱지치기는 교장선생님들이 뜨겁게 호응하며 놀이가 진행되었다고 합니다. 이 날 원탁토론은 한국 아동·청소년들의 주관적 행복지수가 세계 최하위인 현실에서 ‘어린이 놀이 결핍에 대한 심각성’을 진단하는 시간이 됐습니다. 이 행사 참가자들은 ‘어린이들이 잘 놀고 있을까?’라는 질문에 평균 3.4점(10점 만점)의 점수를 주었으며, 놀이 결핍으로 사회적 공감 능력의 결여, 이기적 성향, 사회부적응, 우울감, 고립, 자기주도성 저하 등이 나타난다고 우려했습니다.

 또한, 학교 현장에서 어린이들의 놀 권리를 맘껏 지켜주지 못하는 이유로는 학부모들의 성적위주의 기대감, 안전에 대한 보장, 놀이 시간 확보의 어려움, 양이 많은 교육과정의 문제점 등을 지적했습니다. 이어 어린이의 놀 권리를 보장해 주기 위한 학교의 다양한 노력 방안으로는, 교육과정 재구성을 통한 놀이시간 확보, 연수 및 학부모 교육을 통한 놀이의 가치에 대한 공감대 확보, 놀이 교실 개념의 놀이 공간 만들기, 교사의 인식 개선을 통해 아이들과 함께 놀기 등의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고 합니다. 우리 나라는 UN보고서에 의하면 아동학대국입니다. 신체를 건강하게 하기 위한 밥은 충분히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놀이밥을 배불리 먹어야만 우리 아이들의 영혼이 튼튼해지는 웃음소리가 전국에 가득 울려 퍼질 것입니다. 지금, 우리 아이들이 가장 필요하다고 호소하는 놀이할 시간이 허락될 때 우리 아이들은 밝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김경란 <광주여자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kimklan@kw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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