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는 자녀를 사랑합니다. 물론 자녀도 부모를 사랑합니다. 그런데 부모가 자녀를 사랑하는 마음은 자녀가 성장한 이후에도 결코 사랑의 크기가 작아지지 않습니다.

반면에 자녀가 부모를 사랑하는 마음의 크기는 달라지는 것처럼 보입니다. 심지어 자녀는 성장하면서 자신이 경제적인 능력이 생기고 자립 가능한 상황이 되면 부모와의 거리를 더욱 멀리하는 경우까지도 볼 수 있습니다. 정말 부모와 자녀의 관계에 대한 연구 결과를 보면 부모에게 더 순종적인 유아기를 지낸 자녀는 성장한 이후 부모와 더욱 먼 거리에서 거주한다고 합니다.

부모 곁에서는 자신의 의지대로 살지 못하고 순종했던 자녀일수록 성인이 된 이후에 부모 곁에서 머물기보다는 더욱 먼 거리에서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아이들은 앞으로 부모와 가까운 거리에서 거주할 확률이 더 낮아지는 것은 아닐까요? 우리나라 초등학생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 물어보면 쉽게 대답하지 못하고 주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초등학생에게 부모님이 좋아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부모님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무엇인지 질문을 하면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대답한다고 합니다. 즉, 우리나라의 초등학생들은 자신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는 상황에서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자신이 어떤 일을 할 때 행복한지 당당하게 대답하지 못하면서도 부모님께서 원하는 자신의 미래, 현재의 모습 등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으면서 쉽게 대답한다는 것입니다.

 부모는 항상 자녀가 쉽고 순탄한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자녀가 늘 짐이 없는 가벼운 삶을 살기를 원하기에 항상 자녀의 짐을 조금씩 덜어주고 있습니다. 비가 오면 우산이 되어주고 싶고, 바람이 불면 온 몸으로 바람을 막아주어 자녀는 따뜻하고 안락한 생활만을 하기 바랍니다.

그래서 끊임없이 자녀의 인생에서 부모가 주인이 되고 있지는 않습니까? 그래서 이른 아침부터 자녀가 잘 때까지 자녀의 손과 발이 되어 자녀를 돕고 머리가 되어 자녀를 대신해서 살고 있으신가요? 그런데 늘 자녀에게 도움을 주던 부모도 연로해지고 자녀는 훌쩍 성장합니다.

 그러면 자녀는 자신의 인생에서 부모가 주인 역할을 하도록 더 이상 허용하지 않습니다. 어느 날 문득 자녀가 이상 온순하기만 하던 예전의 모습이 아니어서 당황하는 부모님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그동안 부모의 행동이 자녀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데도 한마디 말도 하지 않던 자녀가 이제는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을 만큼 성장했다는 반가운 신호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어느 날 갑자기 부모와 생각이 달라진 것이 아니라 늘 부모와는 다른 생각이었지만 단지 이를 표현하느냐? 아니면 그저 생각만 했는지의 차이라는 것을 깨달으셔야 합니다. 부모와 자녀가 일상생활을 하면서 자녀의 나이가 부모보다 많았다면 자녀와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을까에 대해 상상해보시면서 자녀가 자신의 힘으로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자녀가 키가 크는 만큼, 자녀의 연령이 많아지는 만큼 부모님은 작아져야 합니다. 부모님이 주인이었던 자녀의 인생에서 주인 자리를 내어주시고 그저 바라보는 시간을 늘려 가시기 바랍니다. 부모님이 비켜난 자녀의 자리에 자녀 스스로 주인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김경란 <광주여자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kimklan@kw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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