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하순경, 동아여고 1학년 학생들과 함께 애꾸눈 광대 122회 공연 ‘어머님 전상서’라는 연극을 본교 강당에서 관람했다. 고달프고 애달픈 근현대사를 살아온 대한민국 어머니들의 일대기를 축약한 연극이었다. 애꾸눈 광대는 실존 인물이고, 연극속의 어머니도 실존 인물이었다. 광대 이지현(예명 이 세상)의 애꾸눈은 5·18때 당한 상처의 흔적이고 살아있는 역사다. 우리의 역사도 부모님의 은혜도 잊지 말자는 주제의 감동의 연극에 교훈과 감동을 받았다.

 역사는 기록하지 않으면 잊혀지고, 잊으면 잃어버려서 반복되는 것이다. 악마 같은 저들은 그들의 악마상이 들통날까봐 기록하지 않으려고 애썼고, 있는 기록마저 모두 지우려고 애썼다. 5·18광주민중항쟁에 참여한 광주시민들과 국민들을, 침투한 북한군 600명과 함께 정부를 전복하려는 폭도로 몰아갔다. 사격 명령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고, 폭도들의 지나친 저항이, 자위권 차원의 명령 없는 불가피한 사격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용서·화해의 조건

 이성으로 돌아가 조금만 생각해보자. 북한 무장군인 600명이 휴전선 철조망을 뚫고 내려왔고, 배를 타고 해안선을 넘어왔으며 비행기를 타고 야밤에 광주전투비행장 활주로에 안착했다면, 당시 관련 지역의 경비병을 포함한 지휘관들은 모두 군법회의에 회부해서 처형시켰거나 의법 조치했어야 했다. 남파 무장군 600명과 관련해 군사재판으로 응징했다는 기록을 본 국민은 단 한 명도 없다.

 늦었지만 이제야 헬리콥터 사격을 했다는 근거가 밝혀지고 있고, 폭탄을 장착하고 출격 준비를 했었다는 전투기 조종사들의 증언들이 쏟아지고 있다. 군의 생명은 명령에 대한 무조건적 복종이다. 명령 없이 사격했다면, 명령 없이 폭탄을 장착하고 출격준비를 완료했다면, 그것 또한 군사재판으로 응징하고 혹독하게 다뤘어야 했다. 이 역시 응징했다는 기록을 본 국민은 단 한명도 없다. 이들에게 훈장과 포장과 표창을 주었다는 기록들만 넘치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이 우리 국민들을 분노케 한다.

 죄는 지었어도 용서해야 한다는 말도 있다. 틀린 말이다. 무조건 용서하는 것이 아니다. 예수님도 무조건 용서하지 않았다. 성경속의 솔로몬 왕은 눈물을 흘리며 침상이 젖어 썩도록 회개하고,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사죄했을 때 하나님의 용서를 받았다고 한다. 예수님도 사죄 없는 죄인들에게는 오죽했으면 악마의 자식들이라고 외쳤겠는가? 죄를 지은 자가 자기의 잘못을 처절하게 반성하고 회개하면서, 상대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할 때는 용서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말로만 용서를 구해서는 안 된다. 철저한 보상과 배상이 따라야 한다. 그리고 처절하게 자기를 낮추고 벌거벗으며 용서를 구할 때는 용서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반성과 회개와 사죄는커녕, 적군과 폭도로 몰아 수백 수천 명의 생명을 살상한 악마들을 우리는 용서할 수 없다. ‘월 294,000원’으로 생계를 유지한다는 뻔뻔한 악마와 함께한 일당들도 우리는 용서할 수 없다. 이들을 적당히 용서할 때, 이들은 집요하게 부활을 꿈꿀 것이다. 지금 도처에서 부활의 몸부림을 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보인다. 우리가 어쩌다 잘못하여, 만약 그 악마들이 부활해버린다면 5·18은 다시 폭도로 몰리고, ‘이명박근혜 최순실’의 국정농단도 다시 부활할 것이다. 실패했던 1948년도의 반민특위를 거울삼아 다시는 부활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국민들의 몫이다.

 잃어버린 이지현의 한쪽 애꾸눈을 하루빨리 찾아주고 상처받은 시민들의 가슴을 어루만져주는 것은 우리들의 도리이다. 어머니의 제삿날에 술 한 잔 따라드리도록 하게 하는 것이 우리 자식들의 몫이다. 그 시대를 살아 온 한 많은 우리 어머니들의 한을 풀어드리는 것이 우리 후손들의 몫이다. 그 시대가 오고 있다. 그 시대가 오게 해야 한다. 그걸 하루빨리 앞당기기 위해서라도 많은 학생과 시민들이 이 연극을 보았으면 좋겠다.

 아울러 국립아시아문화전당만 들어서 있는 문화도시라는 허울 좋은 광주를 탈피하기 위해 명실상부한 문화상품을 개발해 문화를 통해 광주의 진실을 알리고, 문화관광산업을 육성해 광주를 살찌우며 시민들에게 자긍심을 고취하면 어떨까? 그것은 광주만의 문제가 아니라, 행정안전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함께 실천해야 할 숙명의 과제다. 그래서 문화전당과 광주문화재단이 상생과 소통의 합창을 하고, 광주의 문화예술이 희망을 색칠하기 바란다. 힘들 때마다 앞장섰던 우리 광주가 아닌가? 그렇다. 이제 광주는 슬픔을 털고 일어나야 한다. 절망과 죽음을 넘어 열정적으로 도전하는 ‘애꾸눈광대’처럼….
김선호 <낭암학원(동아여중·고)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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