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세계평화컨퍼런스 개막의 의미

 마침내 인간의 뇌를 대신하는 알파고가 나타났다. 나아가 인류 인식의 총화인 그 알파고가 인간의 근육을 대신하는 로봇과 결합되어 신인류로 출현해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구 인류인 우리는 어떤 길로 나아가야만 하는가? 특히 생명과 평화를 지향하는 공동체나 국가 혹은 인류는 어떤 대안을 모색할 수 있을까?

 이제 아무리 뛰어난 개인도 서구의 수학적 논리적 인식론에 그 기반을 두고 있는, 알파고로 대표되는 인공지능(AI)의 인식능력을 대적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가 되는 것은 인류가, 현대문명이 전면적인 위기 가운데 처해 있는 상황에서 그것들이 출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칫 신인류인 기계 인간이 구 인류인 태생(胎生) 인간을 그 지배하에 두는 상황이 올지도 모르겠다는 불안감은 나만의 것이 아닐 것이다.

 현대의 위기는 특정 분야에 한정된 위기가 아니라 전면적이고 총체적이다. 현대 과학기술문명은 눈부신 속도로 발전하면서 근대를 넘어 탈근대로 미끄러져 들어가고 있는데, 사상과 철학과 인간의 의식은 근대의 이원론적 사고와 근대적 세계관 즉 인간의 자연지배주의적 세계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과학기술문명이 인간의 의식과 무의식을 이끌어 가고 있고, 거기에 따라 인간이 기계의 노예로 조종당할 상황에 빠졌으며 환경재앙으로 지구생존 자체가 지속 가능할지 확신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부의 양극화와 노동 시장의 불확실성은 인간의 보편적 가치인 생명과 평화를 극도로 위협하게 되었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 위협받는 시대

 이러한 21세기 위기의 시대에서 구 인류인 우리에게 희망은 있으며, 만일 희망이 있다면 그 희망은 어디서 올 수 있는가? 원래 희망이란 있다고도 할 수 있고 없다고도 할 수 있다. 희망이란 그것을 꿈꾸는 사람이 많아지면 저절로 생기는 것이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현재 세계의 많은 사람들은 지속가능하되 평화롭고 생명이 존중되는 세계를 지향하고 있다. 이것은 아직 희망이 남아 있는 근거이고 그 희망은 인간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면서 만들어 가는 것이다.

 하이데커는 “인간의 의식은 미래를 향하여 열려 있다”라고 말한다. 아귀 같은 신자본주의의 탐식과 핵 재앙, 지구 온난화, 전쟁, 기아와 질병 등 수 많은 위험 사회적 요소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원초적으로 미래를 향하여 그 머리를 두게 되어 있다. 옛말에 ‘엎어진 곳에서 일어나라’는 말이 있다. 우리가 현재 직면하고 있는 위기를 희망으로 바꾸는 것은, 커다란 우기 앞에 선 우리가 그 위기를 어떻게 진단하고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말이다.

 해월 최시형은 물물천사사천(物物天事事天)에서, 초월심리학자 캔 윌버(‘모든 것의 역사’ 등)는 생태문명과 영성에서, 대안노벨상 수상자 게세코 폰 뤼프케(‘두려움 없는 미래’, ‘희망을 찾는가’)는 생태적 상생과 지역에 뿌리를 둔 자립적 삶의 형태에서 희망을 찾고 있다. 그 밖의 세계의 양심적인 지성들도 한결 같이 모심(侍), 생명, 평화, 영성을 미래적 가치로 하는 문명 구축을 주장하고 있다.

 미래적 가치가 있는 세계는 정치적으로는 분권적 자주와 자치의 형태로, 경제적으로는 공유 경제 형태로, 사회적으로는 아나키적 평등주의로, 문화적으로는 공동체적 삶의 양식의 채택으로, 교육적으로는 협력적 교학상장의 형태로, 영성적으로는 자아 해소의 형태로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과학기술은 인간의 필요에 응답하는 도구의 위치로 자리매김 되어야 한다.

 이런 전망 하에서 우리의 현실을 살펴보면, 단군 이래로 면면히 계승되어 오던 홍익(弘益)정신의 전통과 인간 행위의 근거를 자연의 원리에서 찾았던 생명존중의 전통을 망실하였다고 보인다. 서구의 이분법적 자연지배주의적 관점에 의해 출현한 파편화된 개인주의는 철저하게 홍익정신인 생명평화공동체적 전통을 궤멸하다시피 하였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우리에게 새로운 문명에 대한 기운이 출현하고 있다. 그것은 전통과 미래가 합류하는, 미래에 희망의 닻을 던지되 과거의 지혜가 자양분과 추동력이 되는 문명에 대한 열망이다. 분절화 된 개인, 분절화 된 문명에서 벗어나 총체적이되 다양성이 보장되는 그런 문명에 대한 지향은 이제 사유로, 일로, 제도와 시스템으로 뒷받침 되어 가는 도상에 올랐다.
 
▲한민족이 나아갈 길, 광주에 묻는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인류와 이 나라 한민족이 생명과 평화를 편만히 이룰 수 있는 길을 묻고 찾아가는 그 대안은 빛고을 광주에서 시작되어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그것은 광주야말로 역사적으로 볼 때 민주화의 성지 역할을 하여 왔고 그 역사성은 이 나라를 넘어 세계에 두루 각인된 사실에 근거를 두고 있다. 여기에 생명 존중의 생태도시 내용을 결합시키면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생명평화의 도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는 생태위기에 처해 있고 그 위기를 극복하는 대안으로 생태도시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미 성공한 사례들도 있고 진행 중인 곳들도 있다. 그리고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세계인들이 생태도시에 주목하면서 직접 그 곳들을 현지를 방문하고 있다. 배우기 위해 혹은 관광을 하기 위해 생태도시를 찾고 있다.

 그런데 생태도시는 세계 여러 곳에 있지만 민주, 평화 도시는 그리 많지 않을뿐더러 생명과 평화가 제대로 융합된 도시는 없다. 여기에서 광주가 나아갈 길이 명확해진다.

 생명평화 도시 광주!

 생명평화 도시 광주는 민주화로 대표되는 인간존중 사상과 그것을 토대로 평화를 이룰 수 있는 시스템 구축, 생명을 기치로 하는 생태주의 사상과 그것을 토대로 생명존중을 실현할 수 있는 문명의 모색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 광주의 현황을 살펴보면 생명평화 도시의 구성의 두 축 중 민주·평화로 가는 길에 대한 역사적 자취와 거기에 대한 연구와 여러 가지 실행은 일정정도 그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고 보인다. 그러나 생태적 사유가 아직 널리 공유되지 못하고 있고 그에 따라서 생태도시로의 확연한 접근은 아직 미진해 보인다.

 민주 평화 도시, 그것은 우리 광주시민들에게 자긍심을 가질 수 있게 하지만 그것은 인류가 당면한 생태위기에 대해서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큰 마음을 먹지 않으면 타 국가, 타 지역 사람들의 현지 방문은 어렵다.

 생명 생태도시, 그 하나만으로도 세계인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충분하다. 세계는 브라질의‘꾸리찌빠’와 같은 생태도시에 매료당하고 있다. 수도 없이 많은 지역에서 온 많은 사람들이 ‘아바나’를 배우려고 하고 있고 그것들을 자신들이 속한 지역에 적용하려고 한다.

 생명평화도시 광주!

 만일 그 양 영역을 결합하고 융합한 결과가 인류가 당면한 평화 위기와 생태위기를 극복하고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이 호혜적 상생을 하는 길을 보여준다면 광주는 미래적 가치인 공동체, 생명, 평화, 영성의 요람이 될 것이다.
 
▲군공항 부지에 평화공원 조성 ‘꿈’

 여기서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21세기에 요구되는 ‘평화’라는 개념 속에는 인권, 민주, 생명, 평화가 위계적 범주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인권에 기반 한 민주, 민주에 기반 한 생명, 생명에 토대를 둔 평화, 그것이야말로 홀라키적 질서로서 우리가 확보해가야 할 궁극적 가치로 보인다. 따라서 최종적 개념을 평화도시 광주로 해도 별 무리가 없을 것이다.

 광주를 생명평화도시로 만들자.

 광주를 생명평화도시로 만들어 광주시민과 호남 나아가 대한민국을 평화의 국가로 만들어 가는 길잡이가 되게 하자. 5·18광주민중항쟁이 이 나라 민주화의 길라잡이 이었듯이 이제 민주를 넘어 평화도시의 첨병이 되게 하자. 한반도와 동북아와 세계의 평화, 인간과 자연의 평화 까지를 담을 수 있는 희망이 되자.

 무등산 군부대 철수와 송정리 군 공항 이전 등은 현재 광주의 현안으로 떠올라 있다. 그 운동은 그 자체로 계속 추진해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전을 추진하는 데는 다른 방법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광주를 평화도시로 만드는 일이다. 그래야 평화도시 광주에 무등산 군부대나 송정리 군 공항 같은 것들이 없어지게 된다. 평화가 명분이 되게 하여 그 명분에 맞지 않은 것들을 서서히 해소시켜 가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군 공항이 이전되면 개발업자들과 정치인들이 거기 부지를 토목건축으로 떡칠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만약 군 공항 부지에 평화공원을 조성하면, 자연과 인간이 어울러 지는 공간이 되면 광주의 역사와 자연은 수많은 이들이 찾아오는 명소로 자리매김될 것이다. 산티아고 길이 스페인에만 있어야 하는가? 우리는 5·18 행진로를 가지고 있다. 제네바가 스위스에만 있으라는 법이 있는가? 광주에 U.N평화대학원을 설치하고 국제기구를 유치하여 명실상부한 평화도시로의 길로 나서자.

 이번 한·북유럽 시민/평화교육 국제 컨퍼런스가 이러한 운동의 시작점이 되었으면 한다. 학생과 교사, 청년과 시민이 평화를 배우고 생각하고 실천해 가는 계기가 되도록 함께 꿈을 꾸자. 대한민국 학교 교육과정에 평화 관련 교과를 편성하도록 하고 광주 소재 대학에 평화학이 개설되도록 하며 시민들도 평화를 학습하고 평화운동의 길에 나서도록 하는 장을 열자.
김창수 <세계평화컨퍼런스 실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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