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과정서 윤리적 경영·소비 기대”

 지난 2017년 7월 구례자연드림파크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한 이후, 부당징계 및 고소고발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노동권 보장과 교섭을 둘러싸고 노사 간 잡음과 충돌이 계속되고 있다. 소비자-생산자-노동자 3주체의 권리가 우선인 협동조합에서의 노동조합은 불가능한 것일까? 구례자연드림파크의 노사 문제를 걱정스럽게 지켜보고 있는 아이쿱생협 소비자조합원들이 릴레이 기고를 요청해 와 게재한다. 아이쿱생협 소비자조합원으로서 문제의 원인과 해결방안에 대해 지역민들과의 공론의 장이 마련될 수 있도록 하고자 하는 취지라고 밝혀 왔다.
<편집자주>
--------------------------------------------------------------
 작년 아이쿱노동조합이 결성된 이후 점점 사측과 노조측의 갈등 해결되지 않고 더욱 심화될 뿐 아니라 이젠 입주자대표, 파머스쿱 등 경영진 이외의 생산자까지 개입되고 있는 것 같아 20여 년 가량 오랜 아이쿱의 조합원이었고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는 소비자조합원으로서 참 착잡하다.

 내가 아이쿱 조합원으로 가입한 것은 1990년대 후반이었다. 그때는 21세기생협연대라는 이름이었던 것 같다. 우렁이 농법으로 농사짓는 생산지를 방문하여 꼬물꼬물 움직이는 우렁이, 투박하지만 정직함이 느껴졌던 농민생산자의 그을린 얼굴. 그 때의 감동과 신선함을 아직 잊을 수 없다. 그것은 단순히 건강에 좋은 유기농 먹거리를 생산하는 현장이었기 때문은 아니었다. 서로 떨어져 있지만 도시의 소비자와 농촌의 생산자가 하나라는 것, 자연과 생태계 그리고 인간이 서로 조화를 이루고 협동하며 연대하는 아름다운 삶을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이 있고 그것을 생협이 이루어내고 있다는 깨달음이 준 감동이었다. 비록 어려운 환경이지만 생산하는 분들의 행복감과 자부심은 우리에게도 생협 조합원이라는 자부심을 느끼게 하였다.

 이후 생협에서 사는 작은 먹거리, 물건 하나 하나는 단순히 그것이 건강에 좋다거나 품질이 좋아서라는 것을 넘어선 그 이상의 의미와 가치를 가지는 것이 되었다.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도 건강한 삶, 인간답게 사는 사회를 위해서, 생태계를 지켜내기 위해 생협이 꼭 필요하고 또 조합원이 되길 권유하고는 했다.

 그런데 작년에 구례자연드림파크에 노동조합이 만들어지면서 들리는 이야기들이 소비자로서의 나를 정말 괴롭고 착잡하게 만든다. 초기 구례자연드림파크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아이쿱생협이 아니라 ‘아이쿠생협’이라고 할 정도로 노동 강도가 세다고 할 때만 해도 우스개 소리로 생각했다. 그런데 노동조합이 만들어지고 아이쿱의 대응을 보면서 이곳이 정말 협동조합인가하는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조합원들에 대한 압박, 해고, 부서 전환, 외주 등의 믿기 어려운 이야기들이 들려왔다. 노동조합 탄압에 대한 구례 시민단체들의 항의 플랫카드를 읍내 곳곳에서 볼 수 있었는데 이마저 겁박하는 공문을 시민단체들에게 보냈다고 한다. 구내식당 앞에는 입주자대표회의라는 이름으로 노동조합을 도둑질 횡령이나 하는 집단으로 매도하는 엄청 큰 플랭카드가 몇 주째 나부끼고, 아이쿱 생산자 대표들이 노동조합을 옹호하는 민주노총의 사과를 요구하는 시위를 서울에서 했다고 하니 회사 경영진은 쏙 빠지고 생산자들끼리 서로 연대는 커녕 싸움을 붙이는 모습이다. 협동은 마케팅을 위한 명분뿐이고, 보다 나은 사회에 대한 지향에 대한 고민은 포기한 것 같다.

 본래 협동조합과 노동조합은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등장했고 협동과 연대라는 같은 이념을 가지고 있다고 알고 있다. 그래서 아이쿱 생협 안에 노동조합이 생겼을 때 생협은 무언가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생활협동조합과 노동조합이 조화를 이루며 노동자의 주체성과 인간다운 삶을 실현해가는 아름다운 모습을 기대했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더욱 참담함 소식만 들려온다. 삼성이 노조를 고사시키기 위해 조합원들을 탄압, 해고, 부패한 집단으로 매도, 이간질, 회유하며 무려 6000여건의 문건을 만들었다는 뉴스를 보며 자꾸 구례자연드림파크의 경영진과 노동조합이 그 위에 오버랩이 되는 건 왜일까.

 아이쿱생협의 한 소비자 조합원으로서 생산에서 소비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서 윤리적 경영과 소비가 이루어지는 모습을 보고 싶다. 갈등과 자괴감이 아닌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매장에서 생산자들의 결실을 함께 나누고 싶다. 노동자들의 당당하고 주체적이 삶이 살아 꿈틀거리는 플랫카드가 나부끼는 구례자연드림식당에 가서 맛있게 밥을 먹고 싶다. 아직은 정말 희망이 있다고 말하고 싶다.
이민영(필명) <아이쿱생협 조합원>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광주드림을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광주드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