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자연드림파크 갈등, 아이쿱생협 조합원 기고]
진실과 상생? 진정성 있는 노사교섭이 우선돼야

 지난 2017년 7월 구례자연드림파크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한 이후, 부당징계 및 고소고발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노동권 보장과 교섭을 둘러싸고 노사 간 잡음과 충돌이 계속되고 있다. 소비자-생산자-노동자 3주체의 권리가 우선인 협동조합에서의 노동조합은 불가능한 것일까? 구례자연드림파크의 노사 문제를 걱정스럽게 지켜보고 있는 아이쿱생협 소비자조합원들이 릴레이 기고를 요청해 와 게재한다. 아이쿱생협 소비자조합원으로서 문제의 원인과 해결방안에 대해 지역민들과의 공론의 장이 마련될 수 있도록 하고자 하는 취지라고 밝혀 왔다.
<편집자주>

 어느덧 스무살 청년의 나이를 넘은 아이쿱생협. 그 세월을 함께한 나 역시 10년이 넘은 소비자 조합원이다. 조합비가 2만2000원이던 시절부터 1만 원 시대에 이르기까지, 생협은 내 삶에서 가장 신명나는 바탕이었다. 생협을 통해서 먹고, 배우고, 아이를 키우고, 지역과 소통하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구례자연드림파크 노동조합 관련한 요즘 상황을 떠올리면 착잡하기만 하다. 명치가 턱 막히고, 물도 없이 고구마만 목이 메이도록 가득 찬 느낌. 이 상황을 뚫어줄 사이다는 있는 걸까.

 구례자연드림파크에서 노조가 결성된 지 1년 넘는 시간이 지났고, 결성 무렵부터 촉발된 노사갈등이 극에 치닫고 있다. 주요 노조 회원들이 괴산으로 발령났다는 소식을 읽은 순간, 나는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심정이었다. 게다가 사측인 오가닉클러스터의 입장문을 보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논리가 가득했다. 구례자연드림파크의 서비스 영역에 해당하는 중요한 파트가 출자, 지배 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아이쿱생협과 연결하는 것이 허위사실 유포라니. 그러면서도 청소파트 외주화를 협동조합 간의 협동으로 미화하는 것은 필요할 때는 ‘우리’ 불필요할 때는 ‘남’으로 취급하는 격으로 느껴진다.

 최근까지도 사측은 퇴사 직원 1인의 제보에 근거한 노조원 비위사건 스토리텔링에 집중하고 있는데, 이미 불기소처분된 건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선전하는 행태가 노조 문제를 대하는 진정성을 의심하게 한다. 과연 해결하고 수습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걸까.

 게다가 친환경 생산자들의 사회적 협동조합인 파머스쿱이 제안한 사회적 기구 ‘진실과 상생위원회’ 안을 보니 자괴감마저 든다. 객관적인 외부 전문인사를 위촉하여 노조 설립 방해행위 여부를 밝히자는 것이 지금 시기에 과연 합당한 일인가. 노사문제에 대한 해법은 갈등조정 및 타협이 전제되어야 함이 상식이라고 알고 있다. 이해당사자 양측의 긴밀한 협의가 아닌 외부인의 주도가 사태를 해결할 것이라는 전망은 도저히 보여지지 않는다.

 아이쿱생협의 한 주체인 소비자조합원으로서 간절히 요청한다. 노조원 비위사건이나 노조설립 방해행위에 대한 지리한 공방을 당장 멈추고 책임있는 노사 간의 협상 테이블을 재개하라. 삶터와 병행할 수 없어 갈등이 촉발된 괴산발령 문제부터 우선 삼기를 촉구한다.

 그리고 지역의 단위조합 조합원들에게 요청한다. 사회적 경제영역의 선두에서 아이쿱생협은 98개 단위조합, 24만 조합원, 220여개 자연드림 매장과 온라인몰에서 연간 5000억 원 매출을 넘는 규모로 성장했다. 우리의 규모는 이제 어느 때보다도 사회적 책임이 막중하다. 이럴 때 일수록 본연의 취지를 잃지 말아야 한다. 오가닉이라는 단어, ‘유기적’이라는 말의 함의를 잊지 말자. 아이쿱 생산자와 소비자조합원, 직원, 활동가들의 유기적인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

 어느 한 축이 약한 고리가 되어 지난 정권과 같은 괴물이 자라나지 않도록 늘 깨어있어서 협동조합의 민주성을 잘 지켜가기를 촉구한다.
솔지<필명·아이쿱생협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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