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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전라도]가장 슬픈 제망매가(祭亡妹歌), 부용산
서일환
기사 게재일 : 2018-11-30 06:05:01
 ‘부용산 오리길에 잔듸만 푸르러 푸르러 솔밭 사이사이로 회오리 바람 타고 / 간다는 말 한마디 없이 너는 가고 말았구나 피어나지 못한 채 / 병든 장미는 시들어지고 부용산 봉우리에 하늘만 푸르러 푸르러’

 박기동이 작사하고 안성현이 작곡하여 반세기 동안 금기의 노래가 되었던 ‘부용산(芙蓉山)’의 가사이다.

 박기동은 1917년 여수 앞바다의 돌산도에서 한의사의 아들로 태어나서 벌교보통학교와 일본 관서대학을 졸업했다. 벌교남초교, 광주서석초교, 벌교상고 등에서 교사로 근무했다. 순천사범학교 재직 중에 좌익계열의 남조선교육자협회에 가입하여 4개월 동안 구금됐다. 박기동은 1947년 가을 24세의 꽃다운 나이에 폐결핵으로 사망한 여동생 박영애를 부용산 자락에 묻고 돌아와서 ‘부용산’이라는 시를 지었다. 누이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목포 항도여중으로 전근해서 음악교사인 안성현을 만났다.
 
박기동, 누이를 위한 제망매가 ‘부용산’ 지어
 
 안성현은 1920년 나주 남평 드들강변에서 태어나서 남평초교와 일본 도호음악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했다. 전남여고, 광주사범학교, 조선대학교 등에서 음악교사로 근무하며 작곡가로 활동했다. 안성현은 해방 직전에 김소월의 시에 곡을 붙인 국민동요 ‘엄마야 누나야’를 작곡했다. 1948년 발표된 ‘안성현 작곡집’의 처음에 ‘엄마야 누나야’가 실려 있고 마지막에 ‘부용산’이 실려 있다.

 안성현이 목포 항도여중 재직 중인 1948년 가을 경성사범에서 전학을 온 여제자 김정희가 18세의 꽃다운 나이에 사망했다. 상여 나가는 소리로 동료교사인 박기동이 시에 곡을 붙여 노래 ‘부용산’을 발표했다. 노래 ‘부용산’은 정적인 가락과 슬픈 사연 때문에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호남 사람들이 애창하는 노래가 되었다. 하지만 작곡가 안성현이 한국전쟁 당시 월북하고 여순사건으로 지리산에 들어간 빨치산들이 즐겨 불렀다는 이유로 오랫동안 금지곡이 되었다.

 안성현은 문학평론가이자 숙부인 안막과 무용가이자 숙모인 최승희 부부와 함께 한국전쟁 당시 월북하여 2006년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서 최고의 예술인들에게 수여하는 국가명예 공훈예술가 칭호를 받았다. 남평 드들강에서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빛’이라는 노래가 만들어진 지 70년 만에 ‘엄마야 누나야 노래비’가 세워졌다.
 
작곡가 월북하고 빨치산이 불러 금지곡
 
 박기동은 ‘부용산’이 족쇄가 되어 기관으로부터 수시로 가택수색, 연행, 구금 등을 당했다. 생활고를 벗어나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일본 소설가 미우라 아야코의 ‘빙점’을 번역했다. 1993년 평생소원인 시집 한 권 내는 꿈조차 이루지 못하고 일흔일곱의 나이에 혈혈단신 호주 시드니로 이민을 떠났다. 1997년 구전으로 전해오던 노래 ‘부용산’을 안치환이 취입했고 1998년 호주에서 51년 만에 ‘부용산’ 2절이 만들어졌다.

 목포와 벌교에서 ‘부용산 음악회’가 열렸다. 목포여고 교정에 노래비가 세워졌고 박기동은 산문집 ‘부용산’을 발간했다. 벌교 부용산에 기념비와 기념누각을 세웠다. 박기동은 2004년 ‘몸은 건강하게, 마음은 깨끗하게, 생활은 검소하게’라고 벽에 써 붙인 글처럼 고고하게 살다가 향년 8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부용산은 전남 벌교에 있는 해발 95m의 나즈막한 산이다. ‘부용산’ 노래는 반세기 동안 금지곡이 되었다가 다시 불리고 있다.
서일환<상무힐링재활병원 행정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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