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윤화 <광주시민상주모임>
 다시 마주한 봄, 2014년 4월 16일 후, 다섯 번째 봄을 마주합니다.

 얼마나 많은 겨울을 지내야 그 날의 참상이 낱낱이 밝혀지는 봄이 올까요?

 우리는 흘러가는 시간이라는 뜻의 ‘세월’이라는 낱말조차 ‘세월호’와 겹치는 발음으로 인식해서 입 밖으로 내뱉기 어려운 시간이 있었습니다. 노란색은 이제 세월호 참사를 연상시키는 색이 되었고 진실규명을 위한 염원의 색이기도 합니다. 다섯 번째 봄, 여전히 진실은 멀기만 합니다.
 
▲상주모임 동력이 된 여성들

 세월호 참사 이전과 다른 삶을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세월호 3년상을 치르는 광주시민상주모임’은 유가족의 아픔을 함께하며 참사의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 마을모임이 주축이 돼서 결성된 모임입니다. 처음 5개 마을이 연대하고 여기에 촛불문화제라는 이름으로 예술인들이 결합하면서 새로운 마을촛불이 들불처럼 생겨났습니다. 19개의 마을에서 매주 촛불을 들었습니다.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무엇을 위해 쉼 없이 연대할 수 있었을까? 그들을 움직이게 한 힘은 무엇이었을까?를 생각해봅니다. 그것은 참사의 현장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참사의 현장을 생중계로 겪은 당사자였기 때문이 아닐까요?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한 국가 앞에서 개인은 무력했고 그 죄책감을 떨치기 위해 무엇이라도 해야 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각성한 개인이 연대의 힘으로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고자 모였습니다.

 시민상주는 대표나 조직체계를 갖추지 않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계획하고 모두가 실행하는 구조입니다. 때로는 절실한 요구를 가진 누군가가 일을 시작하기도 하지만 그 누군가는 모두일 때가 많습니다.

 시민상주모임의 구성원은 각자의 조직에서 활동하는 사람, 마을에서 활동하는 사람, 개개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곳입니다. 그 가운데 가장 늦게까지 힘을 내는 사람은 조직 활동을 경험하지 않은 여성, 사회와 단절된 삶을 산 여성들입니다. 그 세대는 참교육 1세대이기도 하고 틀에 얽매이지 않으며 해야 할 일은 하고 마는 성향이 있습니다. 그들은 지금 광주 곳곳에서 마을과 조직의 활동가가 됐고 불합리함과 사회적 폭력에 가만히 있기를 거부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각성한 국민이 국가를 변화시킨다

 ‘세월호 3년상을 치르는 광주시민상주모임’은 3년이 지나면서 ‘세월호광주시민상주모임’으로 전환했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왜 일어났는지, 우리는 어떤 사회를 원하고, 개인의 삶은 어떠해야 하는지 3년을 지내면서 답을 찾았습니다. 시민상주모임도 여러 마을 사람들이 뜻을 모아 시작했듯이 마을에서 답을 얻었습니다. 외부 활동을 주로 하던 마을 예술인들이 주민들과 함께 소박한 축제를 만들고 있는 마을,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마을의 미래를 계획하고 소통하는 마을, 더 나아가 인권마을이 생기고 있습니다. 다수의 시민을 만나던 시민상주모임의 촛불이 주민을 만나면서 새롭게 거듭나고 있습니다. 특별한 개인 활동가이기 보다 마을 속에서 주민의 뜻을 묻고 서로의 삶을 돌보면서 안전한 마을, 사람이 존중 받는 사회를 만들면 세월호 참사의 진실에도 한 발짝 다가설 수 있겠지요.

 참사의 진실이 당장 보이지 않고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시민상주모임 활동을 하며 옆 사람이 나의 든든한 배후였듯이 마을 주민이 그러하리라 봅니다. 지난 5년 동안 우리는 학습이 됐습니다. 국가는 가만히 있는 국민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는 것을요. 그러나 결국 분노하고 행동한 국민은 그 국민이 원하는 사회로 갈 수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뜻을 세운 내가 모여 마을이 되고 마을이 모여 사회와 국가가 됨을 알았습니다. 그 국가를 변화시키는 힘은 나에게 있음을 알게 됐습니다.

 2014년 4월 16일 참사의 당사자인 우리는 다시 봄을 맞이하며 생각합니다. 무수히 ‘잊지 않겠습니다. 행동하겠습니다’라고 다짐한 나는 지금 어디쯤 가고 있을까요?
임윤화 <광주시민상주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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