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부모가 되기 전, 자신이 어떤 부모가 되어야하는지 생각해볼 겨를도 없이 부모가 되었기 때문일까요? 자녀가 원한다면 하늘에 별도 따다주고 싶은 부모의 자식사랑이 오히려 자녀의 인생에 큰 걸림돌을 만들어주는 사례가 동·서양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해 자녀의 우수한 내신성적을 위해 은밀하게 진행된 시험지 유출로 ‘의사 어머니’와 ‘부장 아버지’가 형이 확정되어 구속되었습니다. 물론 자녀는 내신 성적을 인정받지 못하였고, 원하는 대학 입학은 커녕 삶 자체가 흔들렸을 것입니다.

 이런 상황을 오랫동안 지켜보았던 우리나라의 부모는 구속된 부모와 같은 선택을 하지 않아서 범법자가 되지는 않았지만, 마음은 범법자가 되어버린 부모와 비슷한 욕구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자녀가 인생을 향해 한발, 한발 내딛는 길이 쉽고 편안한 쭉 뻗은 대로이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은 모두 같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자녀의 평탄한 삶을 위한 자녀의 선택 중에서 대학 입시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몇 년 전 우리나라에서 유아교육 국제학술대회가 개최되어 외국인 유아교육학자가 한국을 방문하였을 때의 일입니다. 대학 1차 수시 합격자 발표를 하는 가을 무렵, 우리나라의 학회 참가자가 자녀의 대학 불합격 소식을 전화로 듣고 당황한 얼굴로 소리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이 모습을 본 외국인 학자가 어머님의 사망소식이라도 들은거라 예측하여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위로의 말을 건네었습니다. 자신이 울고 있는 이유가 수험생인 자녀의 불합격 소식때문이라고 설명하자 외국인 학자는 한국에서 대학입학의 중요성이 그 정도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대학 입시 비리는 우리만의 일인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미국에서도 할리우드 배우인 허프먼과 로리 러프린을 비롯해 부동산 개발업자, 실리콘밸리 기업인 등 부유층을 중심으로 총 33명, 뇌물 액수만 2500만 달러(286억 원)에 달하는 입시비리로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자녀의 인생을 망가뜨린 부모의 이야기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구속되는 상황에서도 부모는 자녀를 보호하기 위해 “우리 딸은 내가 저지른 일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고, 부모의 그릇된 판단으로 매우 잘못된 방법을 택해서 딸을 배신하게 되었다”고 말하며 모든 죄를 자신에게 돌렸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부모의 사과와 상관없이 부모로 인해 미국 대학 입시비리 사건에 휘말린 유튜브 스타 올리비아(19)는 부모를 끝없이 원망한다고 하였습니다. 자신이 그동안 쌓아올린 유튜브 스타로서의 자부심과 경력이 한 순간에 물거품처럼 날아가버리게 만든 부모를 원망하면서 부모의 욕심 때문에 자신은 모든 걸 날려버린 희생자가 되었다고 생각한다는 이야기를 외신이 전하고 있습니다.

 혹시, 우리도 자녀의 탄탄대로를 걷도록 하기 위하여 자녀가 원하지 않는 방법으로 사랑하고 있지는 않는지요? 서로가 원하지 않는 방법의 사랑은 ‘폭력’일수도 있습니다. 자녀의 삶을 위해 부모가 노력하여 더 빨리, 더 높게 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자녀를 업고 목표를 향해 달리고 계십니까? 그렇다면 부모가 연로하여 자녀를 업고 달릴 수 없을만큼 힘이 쇠약해진 이후, 자녀는 누구의 등에 업혀 목표를 향해 갈 수 있을까요?

 자녀 삶의 목표는 자녀가 두 다리로 달려가야 합니다. 이제부터는 부모의 노력이 아닌 자녀의 열정으로 달려갈 수 있도록 자녀를 응원해주시기 바랍니다.
김경란<광주여대 유아교육과 교수>
kimklan@kw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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