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엄마, 불안한 아이…
불안한 시대 모두를 위한 책

▲ ‘엄마심리수업’ 표지.
 오래만에 책을 한권 읽었다. 그것도 하루만에 다 읽었다.

 가슴이 너무 벅차 올랐다.

 자정을 넘긴 시간이지만, 월요일 출근을 생각하면 어서 자야하지만 먹먹한 마음에 잠을 잘 수 없어 노트북앞에 앉았다.

 불안한 시대, 불안한 엄마. 불안한 아이들….

 나 또한 대한민국의 흔한 불안한 엄마이다.

 그러면서도 불안해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엄마이다.

 아이들에게 미안해하며 자책하는 엄마이고, 그러면서도 이기적인 엄마이다.

 책 속 저자는 독서코칭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좋은 책이란 책 자체가 좋은 것이 아니라 어떤 순간 나에게 다가와 내 가슴에 남은 책이다” 라고 하였다.

 이 책이 나에게 그렇다. 책을 읽는 동안 순간 순간 나에게 다가와 내 가슴에 남았다.
 
▲아이들께 미안해하고 자책하며…
 
 ‘엄마심리수업’<윤우상 저·심플라이프>은 나에게 참 여러 가지 의미로 다가왔다.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직장맘으로서, 아동복지센터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13년차 사회복지사로서, 심리학을 공부하는 대학원생으로서, 그리고 나 또한 누군가의 자녀·딸로서… 참 다양한 색으로, 다양한 향으로 나의 온몸을 감싸 안았다.

 그 중에서도 아마 ‘두 아이의 엄마’로서 느끼는 바가 가장 컸다.

 나는 직장맘으로 첫째아이, 둘째아이 모두 출산하는 직전까지 근무를 했다.

 아이 둘 다 출산휴가 3개월만 쉬고 복직했고, 현재까지도 쉬지 않고 일을 하고 있다.

 첫째 아이는 오후 6시까지 근무를 하고 퇴근해서 15시간 진통만에 자연분만으로 출산을 했다. 3개월 출산휴가가 끝나자 친정엄마께서 아이가 6개월이 될 때까지 양육을 해주셨고, 그이후로는 돌이 될 때까지 시어머니께서 아이를 키워주셨다. 돌이 지나고부터 첫째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냈다. 둘째 아이는 아침에 출근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서려는 찰나에 진통이 와서 첫째 아이를 어린이집에 내려주고 병원에 간지 1시간도 안되어 출산을 했다. 둘째 아이는 6개월 정도까지만 친정엄마가 키워주시고 어린이집을 보냈다.

 올해 둘째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큰아이는 어느새 초3이 되었다.

 아동복지센터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며 지역의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나에게 ‘생후 3년, 애착 형성’은 아주 큰 딜레마였다. 직장을 그만 둬야할지 수없이 고민했었지만 일을 그만둘 수는 없었다. ‘밤에라도 엄마인 내가 아이를 품에 안고 자야지’라는 생각으로 1시간 거리가 되는 친정과 시댁에서 출퇴근을 하며 애착불안을 떨치려고 애썼다.
 
▲“지금도 충분하다”라는 위로
 
 아이 둘다 아파서 세트로 병원에 입원할때면 아이들이 아픈 것이 꼭 엄마인 내 탓인 것 같았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 짓을 하고 있나? 다른 아이들을 돌보면서 정작 내 아이는?’라는 생각을 수 없이 하며 자책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버리지 못하는 이기적인 엄마인 것 같았고, 늘 바쁜 엄마라서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 큰 죄책감을 가진 엄마였다.

 엄마 심리 수업 책을 읽으며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나의 아이들에게 어떤 냄새를 풍기는 엄마일지? 우리 아이들을 색안경을 끼고 바라고 보고 있지는 않은지?

 특히 직장맘의 이야기가 나오던 부분에서는 더 많은 공감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들이 학교에 입학한 이후, 전업맘처럼 아이들을 적극적으로 케어하지 못하고 방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계속 불안해하는 내 이야기였다.

 책 속에 저자가 딸을 어린이집에 처음 데려다주던 날의 에피소드, 딸을 제시간에 데리러 가지 못했던 에피소드를 읽으며 우리 첫째아이를 처음 어린이집에 보내던 날이 떠올라 눈물이 왈칵 났다. 떨어지지 않으려고 우는 아이를 떼어놓고 돌아나와 핸들을 부여잡고 얼마나 펑펑 울었는지…. 문앞에서 엄마를 기다리며 계속 울고 있다는 연락을 받고 아이를 다시 데리러 갔을 때 아이를 품에 안고 같이 울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저자의 딸이 한동안 아빠의 옷자락을 잡고 잠이 든 것처럼 초등학교 3학년이 된 우리 아이는 지금도 나의 귓불을 만지작 거리며 잠이 든다. 엄마품에 대한 그리움, 어릴 때 애착문제인가 늘 생각해오던 부분이었다.

 아이를 잘 키우려면, 좋은 부모가 되려면 어떻게 어떻게 해야한다는 많은 코칭 도서들이 쏟아지고, 양육정보가 넘쳐나는 이 시대에 저자는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말아라고 한다.

 지금 그대로도 충분히 괜찮은 엄마라며…. 우리의 아이들은 지금 그대로 충분히 완전하고 위대하다며…. 불안해하지 말고 아이를 믿으라고….아이의 생명력, 아이의 자발성을 믿으라고 한다.
 
▲그래 나도 괜찮은 엄마가 돼보련다
 
 그래서 나도 한번, “괜찮은 엄마”가 되보기로 용기를 냈다.

 불안의 바다에서 춤추는 우리 인생 거친 바다에 태풍이 불고 파도가 치더라도 아이가 먼 바다로 나가도록 믿고 지켜봐주는 엄마. 아이가 겪어야할 고통과 좌절의 경험을 빼앗는 부모가 아니라 아이가 실수하고 실패해서 아프고 힘들때 곁에 있어줄 수 있는 부모. 그런 엄마이자 부모가 되보려고 한다.

 그런 ‘괜찮은’ 엄마가 되고자 노력하련다.

 “가라! 엄마의 불안은 엄마가 가지고 갈께. 너는 가서 바다와 싸우고, 바다와 놀아라!”

 이 책은 사랑하고 미워하고 가슴 아파하고 슬퍼하고 행복해 하면서 살고 있는 나에게 많은 위로가 되었다.

 또한 그렇게 살고 있는 우리 모두를 위한 책이지 않을까 싶어 처음으로 리뷰를 남긴다.

 책의 마지막 에필로그는 마음을 참 먹먹하게 해서 한동안 마지막 장을 덮지 못하게 만들었다.
 
 ‘에필로그-내아이를 살리는 작은혁명’ 중....

 “엄마, 비 오니까 참 좋다”

 엄마가 미소를 띠며 말했다.

 “그래, 참 좋다..........”
 
 나는 어린시절부터 구름한점 없는 파아란 하늘을 무척 좋아했다.

 어느날 차를 타고 가는 출근길, 뒷자석에 탄 아들이 창밖을 보며 나에게 말했다.

 “엄마, 엄마가 좋아하는 하늘이야. 엄마 파란 하늘 좋아하잖아. 나도 파란하늘이 좋아”

 “응, 엄마는 파아란 하늘이 참 좋아”
 
 작가님, 저도 지금 이대도로 꽤 괜찮은 엄마이겠지요?

 고맙습니다.

 참 고맙습니다.
 
▲‘엄마심리수업’의 좋은 점

 1. 어렵지 않은 심리학
 의식, 무의식, 전의식, 이드, 자아, 초자아 등…. 심리학을 공부하고 있는 대학원생인 나에게도 정신분석은 어려운 분야이고, 그것을 누군가에게 쉽게 이해시키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이 책은 어렵지 않게, 참 편하고 쉽게 심리학을 설명하고 있다.
 “하늘로 올라간 코칭맘, 헬리콥터 맘이 되어 날아오른다”라는 표현처럼 유머도 살아있다.

 2. 이론서가 아닌 경험서, 대한민국 엄마들의 다양한 이야기
 정신과의사 30년, 사이코드라마 전문가 20년인 저자의 경력 속에 그가 만난 엄마와 아이들의 사례가 너무나 생생하다.
 무엇보다 맞벌이 부부였던, 둘째 아들이었던 저자의 이야기가 진솔하게 다가온다.
 자신의 성격, 내면에 대해 끊임없이 탐색하는 한 정신과의사의 고뇌는 참으로 인간적이다.

 3. 아이를 바라보는, 엄마를 바라보는, 인간을 바라보는 따뜻함
 하나의 완전체와 같은, 우주와 같은 아이. 지금으로도 참 괜찮은 엄마라는 저자의 글에는 인간에 대한 그의 따뜻한 온기가 느껴진다. 인간을 바라보는 그의 철학이 아닐까?

 4. 불안한 시대, 우리 모두를 위한 책
 엄마를 떠나서 사회복지사인 나에게 이 책은 기관에서 만나게 되는 어려운 상황에 아이들을 떠올리게 했다.
 나는 어떤 선생님인가? 어떤 냄새를 풍기고, 어떤 색안경을 낀 선생님인가를 되짚어 보게 하였다.
 엄마심리수업 이라는 제목에서 엄마들을 위한 양육도서처럼 보이지만, 이 시대의 엄마, 아빠, 교사, 사회복지사, 누군가의 자녀라면 모두 읽어보면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조경진 <독자>

<심플라이프, 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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