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7월6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제43차 회의에서 조선시대 민간 교육기관인 한국의 서원 9곳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했다. 특히 하서 김인후를 제향한 전남의 장성 필암서원과 최치원을 제향한 전북의 정읍 무성서원이 포함됐다. 우리나라는 1995년 석굴암, 불국사를 시작으로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 창덕궁, 조선왕릉, 남한산성 등에 이어 14번째로 선정됐다.

 1543년 건립되어 안향과 주세붕을 제향한 영주 소수서원을 비롯해 9곳이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OUV)가 인정되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영주 소수서원, 안동 도산서원, 안동 병산서원, 경주 옥산서원, 달성 도동서원, 함양 남계서원, 정읍 무성서원, 장성 필암서원, 논산 돈암서원 등 9곳은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에도 훼철되지 않고 원형이 유지되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장성 필암서원, 세계문화유산 지정

 장성 필암서원(長城 筆巖書院)은 하서 김인후의 학덕을 기리기 위해 1590년 유림들이 장성군 기산리에 건립했다. 1624년 유림들이 정유재란으로 소실된 서원을 증산리로 자리를 옮겨 복설했다. 1659년 효종이 필암서원(筆巖書院)으로 사액(賜額)을 내렸다. 1672년 수해를 우려하여 필암리로 이전했다. 김인후가 태어난 마을 입구에 붓처럼 생긴 바위가 있어 필암이라고 하였다.

 필암서원은 학문을 중시하던 김인후의 뜻을 따라 앞쪽은 교육과 학문의 공간으로, 뒤쪽은 제사를 지내는 공간으로 배치했다. 강학공간인 청절당(淸節堂)에는 정조의 어제(御製), 전교(傳敎) 등의 편액이 걸려 있다. 제향공간인 우동사(祐東祠)에는 하서 김인후를 주향으로, 고암 양자징을 종향으로 제향했다. 양자징은 소쇄원 양산보의 아들이자 김인후의 사위이며 임진왜란 때 의병으로 활약했다.

 김인후(金麟厚)는 전남 장성 출신의 성리학자로 김안국, 송순, 최산두, 박상 등에게 수학했다. 성균관에 입교하여 이황과 함께 힉문했다. 인종의 세자시절 세자시강원(世子侍講院)으로 학업을 가르쳤다. 중종 때 기묘사화로 희생된 사림들의 신원을 주장했고 명종 때 을사사화가 일어나자 낙향하여 변성온, 기효간, 정철, 양자징 등의 후학을 양성했다. 고향에서 성리학 연구에 몰두하다가 51세를 일기로 사망했고 정1품 영의정에 추증됐고 불천위를 하사받았다.

 1796년 정조는 ‘조선 개국 이래 도학(道學), 절의(節義), 문장(文章) 어느 하나도 빠뜨리지 않은 사람은 오직 하서 김인후 한 사람 뿐’이라며 김인후를 문묘(文廟)에 종사했다. 김인후는 호남에서 유일하게 문묘에 종사된 해동 18현 중의 한 사람으로 16번째로 종사됐다. 김인후를 제향하고 있는 필암서원은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에도 훼철되지 않은 47개 서원 중 하나이다.
 
▲정조, 하서 김인후 문묘에 종사

 하서 김인후를 기리기 위해 전남 장성군에 ‘하서대로’와 광주광역시 북구에 ‘하서로’를 명명했다. 하서로 옆 중외공원에는 김인후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흥선대원군은 호남을 유람하여 호남8불여(湖南八不如)를 남겼다. 글로는 장성만한 데가 없다며 ‘문불여 장성(文不如 長城)’이라고 하였다. 김인후의 고향인 장성(長城)에 가서는 글을 자랑하지 말라는 뜻이다.

 장성군은 광주광역시 및 전남 북부와 전북 남부 사이에 위치한 내륙지역으로 국립공원내장산이 위치한다. 세계문화유산인 필암서원을 비롯한 10억 송이 꽃이 피는 황룡강 생태공원, 고려 때 축성한 입암산성, 천년고찰 백양사, 축령산 편백숲, 장성호 수변길, 홍길동테마파크, 금곡영화촌, 청백리 박수량의 백비 등을 보기 위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서일환<상무힐링재활병원 행정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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