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수능을 마친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은 하루 종일 잠을 자도 또 잠이 온다고 말합니다. 수능을 마치고 이제 겨우 대학생이 되는 것뿐 이제부터 자신이 살아가면서 넘어야 할 도전은 더 많이 남아있고 그래서 열정을 다하여 다시 도전하고 성취하여야만 합니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은 이제 겨우 고등학교 공부를 마쳤을 뿐인데 마치 자신이 살아가면서 도전하고 이루어야 할 중요한 일을 다 마친 사람처럼 에너지를 모두 소진한 채 지친 모습을 보이고 있을까요?

 그 이유는 아동청소년 인권실태조사 자료 등의 보고서를 살펴보면 알 수 있습니다.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최근 6년간 우리나라의 아동 평균 수면 시간은 7시간 18분입니다. 조사대상 아동의 52% 정도가 잠자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호소하고 있다는 연구결과에 답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아동청소년들이 잠자는 시간이 부족한 이유는 학원과 과외(20.3%), 가정학습(17.6%), 야간자율학습(12.9%) 때문이고 결국은 성적향상을 위한 학습 때문에 잠자지 못하고 수면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우리는 아이들이라면 당연히 충분히 잠자고, 마음껏 뛰어놀고, 발달에 필요한 음식을 규칙적으로 먹는 것과 같은 일상적 권리를 누리고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우리 아이들은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했던 자고 먹고 활동하는 기본이 부족했던 것입니다. 단지 조금 더 시간만 주어진다면 할 수 있는 일들, 충분히 잠자고 일정한 시간에 식사를 하고 자신의 발달에 적합하게 뛰어놀 수 있는 기본적인 생활마저 허락되지 않고 불투명한 미래의 성공에 일상의 권리를 모두 양보한 채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더욱 염려가 되는 것은 이렇게 자신의 기본적인 수면과 규칙적인 식사, 뛰어놀 권리를 침해받은 아동 중 40%정도의 아동은 자살 등 극단적인 생각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응답 결과입니다.

 지난 19일, ‘다 너 잘되라고 그런 거야 vs 그만하고 싶어요’란 주제로 열린 아동학대 예방포럼을 통해 아동청소년의 일상 권리가 지속적으로 훼손된다면 아동의 생존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경고적인 결론을 도출했습니다.

 우리나라 아동의 행복지수는 2013년에는 81.1%였고 지난해에는 83.1%로 소폭 상승했습니다. 그렇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행복지수가 감소하여 고등학생이 되면 76.4%로 낮아지고 있습니다.

 과연 부모로서 살아가는 우리가 금쪽 같이 소중하게 여기는 자녀들이 기본적인 권리도 뒤로 미룬 채 무엇을 위해 오늘 자살 충동을 느낄만큼 자지 못하고 정해진 시간에 식사조차 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는지 생각해보아야겠습니다.

 앞으로 자녀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내일의 성공을 휘해 오늘을 양보하는 어리석음은 더 이상 용납해서는 안 됩니다. 오늘 불행한 사람이 내일 행복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일상의 습관이 태도가 되고 태도가 인생의 방향을 정한다는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 우리 조상들의 지혜로운 말씀이 있습니다. 그런데 정서 역시 세 살 때의 정서상태가 여든살까지 지속된다는 연구 결과를 볼 수 있습니다. 행동이 습관인 것처럼 정서적으로 느끼는 행복감도 습관이고 지속되는 삶의 태도입니다.
김경란 <광주여대 유아교육과 교수>
kimklan@kw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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