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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고필 터무니를 찾아서]다시 생각해 보는 무등산
생명을 품은 산, 생명을 기르는 산
전고필
기사 게재일 : 2017-06-16 06:00:00
▲ `성산계류탁열도’를 재현한 모습.
 광주의 아침은 무등산을 통해 시작된다. 시내 동쪽 무등산은 어둠을 재끼고 신선한 아침 햇발을 구석구석 쏟아준다. 저마다의 마당에, 창문에, 식탁에, 머리위에 빛나는 하루가 시작된다. 빛고을 광주의 하루를 열어주는 무등산의 모습은 어머니의 품처럼 안온한 형상으로 감싸주고 있다. 하지만 산정에 오르면 상황은 달라진다. 솟구치는 돌기둥이 돌올하게 지주가 되어 있고 병풍이 되어 있다. 8천7백만년전에 일어난 화산 폭발이 가져온 경이로운 모습은 풍경으로 만나는 이에게는 자연의 위대함에 감응하게 한다. 뜻으로 만나는 많은 사람들은 이것을 하늘 기둥이라고 한다. 인간의 염원을 하늘에 전달하는 나무 솟대처럼 저 돌기둥이 인간의 존엄과 평화를 지켜온 광주의 정신이라고 말한다. 세상이 어지러울 때 단 한번도 외면하지 않은 땅, 역사의 중심이 광주였다는 사실은 무등산이 낳은 수많은 인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무등이 기르는 생명

 중생대 백악기 세차례의 화산 폭발로 멀리서 보면 마치 무덤과 같고 정상으로 가면 돌기둥을 세운 형상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 장엄한 모습을 따라 무등에 오르면 마치 어머니의 품속을 파고 들 듯이 포근하고 정겨움을 느낀다. 길을 따라 자라는 나무와 풀들은 사철 조화롭게 사람들을 맞이한다. 봄이면 은방울꽃의 향기로운 내음을 따라 산에 오르고, 여름이면 시원한 바람을 거느리고 까까머리의 중봉 마루턱에 서서 살아있음에 감사함을 느낄 수 있다. 억새가 말갈기 휘날리는 백마능선의 가을에서 내 삶의 한웅큼을 되짚어 보고, 서석대에 쌓인 눈이 영롱한 물방울로 반짝이는 모습에 내 삶도 광휘를 가져야겠다는 다짐을 준다. 하니 이 산의 정기를 받아 자라는 사람들이나 산천초목 모두 예사롭지 않을 터 아니겠는가.

 

 산천이 낳은 사람들

 임진왜란때 의병장 김덕령은 무등산 아래 돌밑 마을 사람이다. 그가 태어난 날 무등산의 호랑이가 산실을 지켜주었을 정도로 신비한 인물은 조선의병의 총수가 되어 왜적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한국 최고의 민간 정원을 조성한 소쇄원의 양산보도 무등이 낳은 인물이다. 자연 앞에 한없이 겸양하며 터럭만큼의 욕심도 내비치지 않았던 그였다. 면앙정 송순과 송강 정철, 석천 임억령은 무등산을 바라보며 자연을 경외하고 인간사의 허물을 벗고자 했던 시단의 빼어난 문사였다. 동시대의 문사중에 임진란이 일어나자 홀연히 붓을 꺾고 칼을 잡았던 제봉 고경명도 무등이 낳은 사람이다. 죽어야만 의병이라는 말은 남도인의 의기와 절의의 상징어가 되었다. 그런 정신이 훗날 구한말 의병운동의 중심에 무등산과 호남으로 이어졌고, 일제강점기 광주학생운동, 80년 5·18 광주민중항쟁으로 현현하게 되었다. 그런 의로움의 중심에 무등산이 있었고 광주를 의향이라 부르게 된 것이다.

 

 광주시민의 젖줄 무등산

 무등산의 물자락은 광주시민의 식수원이 된다. 물의 수계가 두갈래로 나뉘어지는데 그중 하나는 섬진강의 수계로, 화순 동복쪽으로 흘러 들어가 동복댐이 되고, 다시 흘러 주암호와 보성강, 섬진강으로 이어진다. 광주사람은 이곳 동복댐과 주암호의 물을 길어다 먹는다. 다른 한편으로 흐르는 물줄기는 영산강을 이룬다. 시내를 관통하는 물자락은 광주천이 되어 극락강과 만나 영산강의 본줄기를 만난다. 원효계곡을 가르는 물은 수려한 풍광 곁에 수많은 남도의 정자와 뜨락을 거느리고 영산강으로 합류한다. 그 중간에 광주댐은 무등산의 거울이 되어 준다. 두팔 한껏 벌리고 있는 무등산의 넉넉한 풍채가 매일 매일 광주호에 제 몸을 씻고 일신 우일신하며 새로운 힘의 원천이 되어 주는 것이다. 식수와 곡기와 정신의 자양분을 주는 무등산은 가히 광주시민의 젖줄이다.

 

 무등산의 길

 무등산의 길은 시민에게 너무나 익숙한 길이다. 그 첫 번째 길은 구도의 길, 증심사로 가는 길이다. 마음 신산하여 무언가 새로운 도약을 꿈꿀 때 사람들은 증심사 계곡에 속된 마음을 씻고 5백나한과 철조비로자나불에 기도를 드렸다. 증심사 길은 또한 광주 근동의 학생들이 소풍을 가는 길이다. 모두들 도시락을 차고 무등산에 올라 호연지기를 기를 수 있었던 소중한 길이었다. 두 번째 길은 산장길이라 불리는 원효사로 가는 무등산 순환도로다. 산수유나무, 벚나무, 산딸나무, 단풍나무가 터널을 이루며 사철 얼굴을 바꾸는 길을 따라 광주사람들은 사랑을 키웠다. 그 꼬불한 길은 운전면허증을 가진 광주사람이 초보운전의 딱지를 뗄 수 있도록 만들어준 고마운 길이기도 하다. 세 번째 길은 무등산 둘레의 자연과 삶을 만날 수 있는 51.8km의 무돌길이다. 광주북구에서 시작하여 담양군과 화순군을 거쳐 광주 동구로 이어지는 길은 산을 이고 살아온 사람들의 부지런하고 정직한 삶과 동행하는 길이다. 네 번째 길은 탐방객이 끊이지 않는 등반로다. 등반의 시작은 대개 증심사 코스와 원효사 코스 두곳에서 시작한다. 정상안부로 가기까지 무등산은 고운 흙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안아준다. 그러다 정상이 가까워지면 바위기둥의 신전을 연출한다. 입석대와 서석대와 광석대, 신선대로 이어지는 주상절리의 경관은 산정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다. 거기에 절리대가 토해 낸 바위덩어리가 이룬 덕산너덜과 지공너덜은 대자연의 신비와 엄숙함에 절로 젖어 들게 한다. 무등산에서 모든 길은 이렇게 자연의 품안으로 스며들며 안기도록 연결되어 있다. 21번째 국립공원이 되었고, 세계가 인정하는 시간의 조각품을 지오-트레일을 통해 세계 지질공원으로 지정하여 모두의 관심과 사랑속에 보호 받고자 노력하는 중에 있다.

 

 오늘도 앵기는 산

 사람들이 접근하는 무등산은 그냥 오르는 산이 아니다. 무등의 품에 안기는 산이 된다. 안긴다는 것과 오른다는 것은 의미가 다르다. 어머니의 품과 같은 무등산의 인격이 부여되기 때문이다. 태조 이성계가 세상을 도모하고자 각 산천의 신에게 왕을 허락 받을 때 무등산의 산신은 거절했다고 한다. 이에 전전긍긍하는 이성계에게 무학대사는 담양의 삼인산을 추천했다. 삼인산의 산신이 개국을 허락하니 비로서 근심이 풀린 이성계는 무등산을 두고 무정한 산이라고 하여 무정산이라 했다. 여기에서 우리는 살아있는 무등산의 정신을 또 한번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무등산의 정신을 읽으며 바라보는 산의 기세는 어느 것 하나 소홀함이 없는 것이다. 광주에 살면서 무등을 우러르고 무등에 안기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임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전고필 <여행전문가·대인예술시장 총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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