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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고필 터무니를 찾아서]타이베이에 들다<1>
청년문화기획자들과 배움여행 떠나다
전고필
기사 게재일 : 2017-10-20 06:05:02
 뜨거운 열기가 잠시라도 그늘을 찾지 않으면 곧 꼬꾸라뜨릴 기세의 작년 대구. 나는 치맥축제와 컬러풀 대구 축제의 현장에 있었다.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대구라는 도시가 가진 자양분에 흠뻑 취하고 있는데 함께한 대구의 벗이 반가이 인사를 나누는 대열에 합류했다. 타이거 항공사의 판촉을 위해 거리에 나온 이들이었다. 3개월 뒤의 예약을 받는데 왕복 대구에서 타이베이까지 항공요금이 10만 원도 안 된다는 이야기는 귀를 번쩍 트이게 했다. 명함을 주고받으며 다시 축제의 현장에 젖어 있었고, 명함은 광주로 돌아온 후, 아주 가끔씩 누군가 대만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10만 원이 안 되는 그곳까지 그리움의 가격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을 주고 있었다.

 사실 내겐 어느 국가보다 자주 간 곳이 대만이었다. 벌써 네 번을 다녀왔다. 내 대만 행은 1992년 편입생 시절에 처음 이뤄졌다. 뜻 맞은 후배들과 여름방학에 대만 배낭여행을 꿈꿨고 우리는 짐을 챙겼다. 저마다 유명 관광지를 찾고 있을 때 나는 대만의 가장 높은 산봉우리에 오를 생각을 했다. 옥산이라고 하는 산이 내 최종의 목적지에 속했다. 그때 대만에서 만난 그곳 친구들은 왜 좋은 관광거리를 두고 산에 가냐고 물었다. 내려 올 거면서 말이다. 아마도 나는 그 말대답으로 한 국가의 상징 같은 것을 말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나라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는 자연 자체로서의 봉우리를 넘어 한 국가의 최접점이 아니니’라고 대답했던 머쓱함이 있었다.
 
▶우리 세대, 대만에 관한 기억들
 
 그런데 대만이 가장 자랑하는 옥산은 함부로 오르는 산이 아니었다. 단 1명이 오르더라도 산악 가이드와 함께 가야 했다. 10명 단위로 한명이 추가되어 전문 고산 가이드와 함께 산행하도록 법제화 되어 있었다. 여행지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던 나는 현지의 한국인 가게를 전전긍긍하며 한국인 산악 팀이 혹여 찾는지 수소문해 보았다. 역시 있었다. 방학을 맞이한 진주의 한 학교 선생님들이 등산 겸 관광을 온다는 것이었다. 그분들의 대열에 합류하여 나는 2박3일의 옥산을 등정했다. 그 여름에 산정에 있는 얼음 덩어리를 보았던 기억이 아직 선연하다. 등산을 마치고 중정기념관이나, 충렬사 등을 돌아보며 입에 맞지 않은 음식을 어쩌지 못하고 편의점을 전전긍긍했던 것 까지 일련의 에피소드가 가득했던 여행이었다.

 또 돌아보면 대만에 대한 기억은 수업시간에 한국전쟁 때 우리와 피를 나눈 혈맹이었다는 이야기와 중국이 공산화 되면서 밀려 내려온 장개석 정부가 세운 나라로 수도는 타이베이라는 이야기였다. 이게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알고 있는 그 나라에 대한 지식의 총체였다.

 대학에서 관광을 전공하며 한국지리와 세계지리를 배웠다. 하지만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세계를 뒤흔든 주요 관광지의 목록에서 대만의 위치는 부각되지 않았던 것이다. 다만 동신전문대학(현 동강대학교)이 대만의 담수공상학교와 결연이 되어 있어 나는 재학생 신분으로 그곳 학생들이 1987년 학교를 찾았을 때 안내를 담당했었다. 5명의 학생과 교수 한분이었는데 이들과 금남로를 걸으면서 80년 5·18의 중심 공간으로서 이곳에 대한 설명을 했는데 그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독재자와 군부의 잔혹한 민간인 학살에 대해 알고 있었고, 광주시민의 항쟁이 얼마나 숭고했는지, 그리고 새로운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점점 실현되고 있는 한국의 상황을 부러워했었다. 나의 일천한 대만에 대한 지식에 반해 그들은 대한민국과 광주를 너무나 잘 알고 있던 것에 놀랐던 기억이 선명하다. 대만에 가면 꼭 그 친구들을 만나고 싶어지는 마음이 굴뚝같아진다. 내 또래의 그 친구들은 지금도 관광업에 종사하며 지내고 있는지, 그때의 사회의식과 세계관은 또 그대로인지 궁금해지는 것이다.
 
▶대만 여행 계획을 세우다
 
 광주광역시가 미래의 먹을거리 개발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는 사업 중 하나인 청년문화기획자 양성과정 유망주 프로젝트를 수행한지 3년차이다. 두 명의 스텝과 10여명의 청년들이 4명의 멘토를 모시고 진행하는 사업인데 현장 기반형 실무수업이 이뤄진다. 그중의 하나가 배움 여행이다. 타 지역의 선행 사례를 들어보고 관련 현장을 찾아가고 실행자의 고충을 함께 배워가는 과정을 설계한 프로그램이다. 대구의 근대골목, 군산의 시간여행지, 전주의 한류 등을 찾아 갔는데 금년에는 야심차게 국외로 가기로 했다. 수많은 대상여행지를 찾는 가운데 유독 눈에 들어오는 것이 대만이었다. 일제의 군사기지에 대만 군인들이 들어가 살기 시작한 보장암 지역에 들어간 예술가들의 활약, 오래된 주조장을 문화 창의 지구로 탈바꿈 시킨 화산문화창의산업원구, 송산문창원구 등이 먼저 떠오르고, 아직 청나라인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시간여행지 스펀이나 폐광산을 활용한 관광지 진과스, 1913 송정역 시장과 같은 보리퍄오역 사거리 등이 눈에 확 들어왔다.

 광주시와의 협의와 유망주 친구들과의 합의 과정을 거쳐 우리는 이런 대만을 찾기로 했다. 처음 이 결정을 내릴 때 왕복 항공료는 10만원이 조금 넘었다. 이런 저런 과정을 거치는 사이에 항공료는 20만 원대로 오르고 있었다. 계획하면 바로 실행하는 민간과 절차의 투명성과 일련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행정의 프로세스 간의 간극은 이미 깨우친 바이지만 매일 오르는 항공 요금은 조금은 짜증을 유발했다.

 그럼에도 유망주 친구들의 설렘은 힘이 되었고, 대만의 컨텐 포인트도 우리를 내심 기다리는 듯 했다.
 
▶인천보다 여유로운 대구공항서 이륙
 
 우리의 여행은 패키지가 아닌 우리가 설계하고 집행하는 것이며, 필요한 곳만 그곳 여행사의 힘을 빌리기로 했고, 나머지는 대만의 차사극단 총연출인 쭝짜오 선생이 돕기로 했다.

 중짜오 선생은 나와의 인연도 있지만 광주를 자주 찾으셨고 광주에 대한 좋은 기억이 가득하신 분이었다. 물론 나와 인연도 이런 광주 사람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지만.

 특히나 그분은 보장암 국제예술촌을 활동의 근거지로 하고 있어서 일단 우리의 베이스캠프를 보장암의 ATTIC으로 권장하고 예약까지 해 주셨다. 8개 정도의 객실을 16명의 배움 여행단이 모두 쓰기로 하고 4일 숙박을 예약했던 것이다. 베이스캠프가 마련되고, 발이 될 버스까지 예약을 마치니 모든 것은 일사천리였다. 하지만 늘 변수는 있는 법, 함께 가기로 한 친구 중 두 명이 상황이 안 됐다. 한 친구는 다리를 다쳐서 장기간 병원에 입원을 해야 했고, 또 한 친구는 뜻하는 바가 있고, 작업이 밀려서 대만 행을 포기하기로 했다. 그들이 예약한 항공료의 반환 수수료가 아직도 지급되지 않은 채 벌써 한 달 반이 흘렀다. 이게 저가 항공의 위력이라고 해야 할까. 하여튼 두 명이 오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크지만 우리들의 준비는 거의 완벽하게 진행되었다.

 광주에서 대구 공항까지는 두 시간 거리, 승용차의 위험성 때문에 우리는 왕복 버스를 대절하고, 드디어 9월10일 오후 2시 계림동에 모여 버스에 올랐다. 밤 8시30분 비행기지만 미리 도착해서 좀 쉬고 밥도 먹고 출발하는 여정이었다. 대구공항은 인천국제공항과 한참 달랐다. 청사는 여유롭고, 쉴 자리도 넉넉했고, 무엇보다 캐리어를 든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8시30분 우리의 설렘과 호기심과 기대감을 실은 비행기는 고국의 하늘을 이륙했다. 그리고 깊은 밤 타이베이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대만 첫날 우리는 우리의 두 시간을 잃고 두 시간 빠른 속도로 대만의 공항에 다다랐다. 공항에는 한국 공항에서는 볼 수 없는 입국 면세점이 있었다. 입국기념으로 진먼 고량주를 사 들고 기다리던 버스에 올라 에틱 게스트 하우스에 도착했다. 밤 11시 30분이었다.
전고필 <여행전문가>

※지난 9월 4박5일 대만 배움 여행을 세 차례에 걸쳐 연재합니다.
항공권을 들고….
대만의 입국자 면세점.
진먼고량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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