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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함께 미국 서부 기행기]<1>LA로
“수능 끝나면 떠나보자” 현실화
최종욱
기사 게재일 : 2018-04-06 06:05:02
▲ LA 시내.
 설렘과 두려움 그리고 책임감과 뿌듯함을 안고 출발한 미국 여행. 그 전에 중국 시안을 일주일 함께 가본 적 있지만 아들과의 본격적인 장거리 외국여행은 이번이 처음인 셈이지만, 나중에 이런 기회가 다시올지 장담할 수 없어 추억쌓기를 다짐하고 떠난 여정이었다. 올해 대학에 진학한 아들은 타지로 떠난 상황이고, 일 년 후면 군대 가고, 복학하고, 취직하고 안 봐도 숨 가쁘게 달릴 게 뻔한 일이었으니 말이다. 내 품을 떠나려하니, 그동안 공부하라고 야단만 쳤지 부모로서 무엇 하나 제대로 해 준 것도 없고 해서 ‘수능 끝나면 미국 한번 가자’고 농담처럼 했던 말이 현실화된 셈이다. 미국행엔 믿는 구석이 있었다. 아내가 스카이프로 만난 이영훈(죠지)라는 미국인인데, 우리나라에도 두 번 놀러 와서 우리 식구들과도 익숙한 사이였다. 그는 거의 한국과 한국 사람에 대해 애정이 각별해 실제 미국대학 한국어과에 입학할 정도로 열성이다. 평소 존경하는 형님이자 인생 선배로 삼고 있었는데, 실제 사는 곳에서 부대끼면 어떨까도 궁금했다. 한번 놀러 오란 말을 각인해 두었다가 무작정 계획은 짰지만, 낯선 땅으로의 출발에 불안감이 없을 순 없었다. 그리고 여행때마다 문화장벽, 언어장벽 때문에 좌절하고 당황했던 해외여행 트라우마도 내재돼 있어, 출발 전부터 돌아오고 싶은 생각이 앞설 지경이었다. 혹시 그가 불편해 하면 따로 둘이서라도 여행을 지속하겠다는 각오까지 단단히 하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미국인 부부와 인연… 그 집에 머물다
 
 장장 11시간 비행 끝에 미국 서부 LA 톰브래들리 공항에 도착했다. 보통 이곳은 LA 공항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LA 최초 흑인 주지사로 20년 동안 재임하며 도시를 발전시킨 톰 브래들리를 기리는 의미가 공항 이름에 담겨 있다. 인천공항에 비하면 거의 지방공항 수준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와! 우리가 비록 작은 나라지만 공항은 진짜 크게 지었구나!’

 요즘 국수주의자인 트럼프 대통령 때문에 의해 입국심사가 굉장히 까다로울 줄 알고 걱정했는데, 멕시칸 계열의 피부 톤이 까만 직원은 의외로 몇 가지 안 물어보고 쉽게 통과시켜 주었다. 그 순간 우린 마침내 미국 땅에 발을 디뎠음을 실감했다. 태평양을 건너면서 시차가 반나절 정도 차이가 생겼다. 영훈이는 두 시간 전부터 공항에 나와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와 아들 광훈 이름을 친필로 쓴 작은 피켓까지 들고 말이다. 아내한테도 떠나면서 난 프리즌 브레이크처럼 영훈이 바지주머니만 잡고 따라다니겠다고 했는데, 마침내 그를 만나니 체증이 푹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공항에서 나와 LA 시내로 가는 길은 큰 특징은 없었지만 길가에 높은 야자 가로수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영훈이 집은 근교의 주택가 속 단층집이었는데 집 앞은 차들을 일렬로 주차 할 수 있는 2차선 도로였고 집집마다 아름드리 가로수 하나씩은 심어져 있었다. 영훈이 집은 특이하게 사막처럼 선인장이 집 주변을 둘러싸고 있었다. 차는 우리가 타고 온 영훈의 도요다 SUV, 부인 명녀의 도요다 캠리 세단, 그리고 딸 테라의 차인 역시 오래된 도요다 등 3대나 되었다. 그것도 그냥 평범한 미국 중산층 가정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집에는 좀 이상한 향료 같은 냄새가 나긴했지만 적응할 만 했다. 집은 시골 오두막처럼 별로 정리도 안 되어있었는데, 그게 오히려 객들에게 편안함을 더해줬다. 특히 뒷마당에는 빨간 꽃이 피어있는 나무가 있었고 그 아래 자녀들이 어릴 적 썼을 작은 흔들 그네가 묶여져 있었다. 테라의 음악작업실, 영훈의 도자기실, 그리고 사우나실 같은 작은 부속건물이 좁은 뒤뜰을 차지하고 있었다. 실용적이면서 아담한 집이었다. LA는 지진이 잦은 도시라 큰 아파트 같은 높은 건물은 거의 없다고 한다. 워낙 대평원으로 땅의 확장성이 넓으니 굳이 높은 건물을 지을 필요도 없을 것 같았다.
 
▲정돈되진 않았지만 사람 사는 냄새 가득
 
 부자들은 아파트 꼭대기의 펜트하우스 대신에 낮은 언덕 꼭대기에 대저택을 짓고 산다. 물론 외롭겠지만 푸른 자연 위에 있어 멋지게 보였다. 헐리우드의 도시인만큼 유명 인사들이 대개 그런 저택에 따로 산다고 한다. 그러니 추리소설의 배경처럼 누가 죽어도 아마 한참동안 쥐도 새도 모를 것이다.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유명한 LAPD들의 차도 곳곳에 보였는데 대부분 차는 포드의 SUV(익스플로러)차량이었다. 여행 중에 만난 경찰들은 대개 친절한 편이었다. 첫날은 여장을 풀고 집에서 쉬었다. 그리고 저녁에는 영훈의 백야드에서 바비큐한 미국식 돼지갈비 두 짝으로 파티를 했다. 긴장을 해서인지 그렇게 입에는 안 다가왔지만 까탈 많던 아들이 의젓하게 예의를 차리며 먹고 있어 나도 맛있게 먹으려고 노력했다. 이번 여행은 내내 아들의 재발견 시리즈였는데, 이 모습이 신호탄이었다. 영훈과 그의 아내는 우리에게 최대한 잘 해 주려고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20대 초반인 테라도 어색하게나마 어떻게든 자기 딴에는 선의를 보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들 가족과의 인연의 소중함을 일깨우기에 충분했다.

 사우나와 벽난로는 장식용으로만 있는 게 아니었다. 진짜 사우나에서 여독을 풀고 벽난로에 나무 몇 개를 넣고 불을 지피니 낮에 더웠다가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는 겨울 LA의 서늘한 밤도 무난하게 넘길 수 있었다. 마치 핀란드 어느 숲속 통나무집에서 지내는 듯, 나무 타는 냄새와 더불어 포근함까지 느끼게 해주었다. 우리나라 집하고는 사뭇 다른 뭐랄까 아무튼 정돈되진 않았지만 집에 묻혀 사는 게 아니라 사람이 진정 주인이 되는 집 같은 안락함이 있었다.
<다음에 계속>

최종욱 <수의사>
죠지의 집 뒤뜰. 테라의 음악작업실, 영훈의 도자기실, 그리고 사우나실 같은 작은 부속건물이들어서있다.
집 한켠에 보금자리를 마련한 고양이.
요리중인 집주인 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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