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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고필 터무니를 찾아서]다시 제주에서
제주를 보면 관광 트렌드가 보이고
문제점·극복할 과제가 분명해져
전고필
기사 게재일 : 2018-07-13 06:05:02
▲ 올레길 표시 뒤로 보이는 제주 바다.
 출장이지만 언제나 홀가분하게 가지는 곳이 제주다. 벼룩 세 말은 모아도 글 쓰는 사람 세 명은 모으기 힘들다고들 하는데, 그럼에도 제주도에서 보자고 하면 다 모인다고 확신하는 이들이 많은 섬. 그 섬에 지난 겨울에 들어오고 봄을 넘겨 태풍이 몰아치는 가운데 입도했다.

목적은 명확했다.

전국의 주요 관광지를 점이 아니라 선과 면으로 연결하며, 조국의 아름다움에 흠뻑 젖게 해 보겠다는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 제8권역인 광주와 나주와 목포, 담양이 관광매력을 더욱 진작하기 위한 배움 여행의 일환이었다.

누군가는 이런 형태를 ‘선진지 시찰’이라고 표현하는데 나는 이것이 옳지 않다고 여긴다. 세상의 모든 것들은 대등한 위치에 서 있다. 누가 주인공이라면 누군가는 조연이 되는 것이다. 그것은 기준을 어디에 두고 보느냐의 차이다.

특정한 지역은 자연의 매력이 빼어나서 손을 맞이하지만 어느 지역은 사람의 매력이나 역사의 흔적이 사람들을 초대하기도 한다. 그러니 무언가의 우위에 있다고 그곳을 선진이고 우리는 후진이라는 생각은 이치에 맞지 않다. 그래서 오히려 서로 경험한 것을 나누고 배워가는 ‘배움 여행’이 훨씬 더 의미 있는 말이다.

 찜통의 더위와 장마 사이를 오락가락 하는 사이에 태풍이 북상하고 있었던 7월2일, 테마여행을 담당하고 있는 지자체 공무원과 사업단이 한데 모여 제주를 향했다.

주요 목적지는 여행자들이 여행 도중 자신을 의지할 만한 곳인 숙박업소, 카페, 책방 같은 곳을 다니며 그곳을 운영하는 분들의 역할과 특징을 찾아내어 아직 관광산업이 정착하지 않은 우리 지역에 도입하기 위함이었다.
 
▲제주의 상징, 제주의 언어로 상품화
 
 분주한 지자체의 일과를 밀어내고 함께 떠나기는 내외적으로 민망할 터인데 우리는 공항에서 선뜻 만나게 되었다. 제주에 도착해서 전세버스로 갈아타고 우리들이 향한 곳은 바위 염전으로 유명한 구엄리 마을의 ‘베리 제주’라고 이름한 선물가게였다.

마을 안에 자리 잡은 소담한 가게에는 새롭게 제주에 둥지를 튼 육지의 이주민과 제주사람들 사이의 콜라보로 완성된 많은 상품들이 우리를 휘둥그레하게 만들었다.

한라봉이나 한라산이나 지삿개 주상절리, 해녀, 돌고래, 노루, 말 같은 제주의 상징이 다시 호명되어 갖가지 상품으로 변화해 있었다. 가게의 내부를 보면서 느껴지는 정감은 어느 것에 대한 열정의 산물이 이렇게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제주의 언어가 새겨진 인형이나 페넌트 앞에서 ‘1913 송정역’ 시장에서 전라도의 언어를 다양한 변주를 통해 상품화한 ‘역서사소’ 가 떠오르기도 했다.
기념품 가게.

 그렇게 베리제주를 경험하고 우리는 이른 저녁을 먹었다. 과거 제주 하면 똥돼지 라고 불리는 토종 돼지였는데 이제는 그냥 흑돼지라고 불리며 제주를 찾는 이들뿐만 아니라 육지로까지 제주의 풍미를 전달하는 그 음식에 기대어 보았다.

이구동성으로 맛집을 잘 골랐다고 하는 칭찬이 있었지만 이제 제주의 음식점은 한집 건너 흑돼지 집이라는 점도 함께 생각해 보았다. 제주도스러운 맛의 원천들이 제주인에게 사랑받으며 존재하지만 관광객은 그런 제주적인 것 보다는 트렌드에 우선하고 사진 빨에 전념하는 행동 패턴으로 변해 버렸다.

 여튼 성공적인 저녁을 마치고 야간 경관으로 조성된 한라수목원으로 코스를 옮겨간다. AR과 VR 유료체험장이 있고, 각종 식당가와 카페가 있는 수목이 정돈된 곳이었다.

어둑시근한 밤이 찾아오니 갖가지 조명이 현란하게 빛나고 푸드트럭들이 저녁 장사를 시작한다. 수목원의 기반은 자연이지만 공원만으로는 유지하기 힘들기에 IT기술이 접목된 체험장과 상품판매코너와 다양한 음식점이 어우러지게 했다.

그리고 관광객을 유입하기 위해 공간과 공간에 야간 조명을 설치했던 것이다. 하지만 나무를 칭칭 동여맨 알전구의 형태나 다양한 것들을 모두 이입하려는 욕심들이 마음이 아려 오는 풍경으로 만들었다.

 저비용으로 고효율을 가지려는 욕심이 준 상처같다. 이를테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가로수에 형형색색의 알전구를 감아놓은 것이나 다름 아닌 것 같아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목하 담양군의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이나 목포의 평화광장의 공원에 이입하려는 야간 조명시설의 콘셉트와 구현 방식에 많은 영향을 주리라 기대하고 둘러보았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최대의 관광지라 일컫는 제주도에 뚜렷한 야간관광 매력물이 없는 상황에서 이만한 장치도 훌륭한 방문 매력이 되고 있다는 점을 제주시나 관광관련 종사자들은 상기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예전 제주의 밤이 오면 술집이나 나이트 클럽을 찾던 시대와 이제는 180도 환경이 달라진 것이다.
한라수목원 야간경관폴.
 
▲한라수목원 야간 경관 기대와 우려
 
 그렇게 우리는 제주를 깊이 있게 보고 서귀포의 숙소로 들어왔다. 다음날 폭풍이 모셔온 바람이 자글거리는 가운데 사단법인 제주 올레센터를 찾았다.

두 시간의 올레 창설 배경과 성장과정 그리고 지역과의 상생활동을 공부하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다.

제주올레의 안은주 상임이사가 이른 아침부터 PPT를 켜고 지구의 아름다운 길과 제주에 왜 올레가 개설되었는지 그 주역인 서명숙 선생의 갈망부터 이야기의 변곡점을 그려 나갔다.

처음 길을 놓을 때의 난관 중 가장 큰 것이 사유지를 이어가는 길의 부딪침이었고, 돌무지 투성이의 길을 걷기 편한 길로 옮기는 것이었으며, 여행의 흔적이 쓰레기로 바뀌거나 뜻하지 않은 사고가 발생해서 길을 닫아야 할 고민까지 하는 과정들은 일종의 깨달음을 얻어가는 번민의 과정과 해탈의 지경으로 치닫는 결정체인 사리를 얻는 고승의 수도법과 같아 보였다.

작고 사소한 이야기부터 22억 원을 들여 이곳에 관광플랫폼의 역할을 하는 올레센터를 개설한 것까지 함께 간 일행은 그 이야기로부터 헤어나지 못했다. 두 시간이 끝나고 모두가 궁금해 하는 질문이 있었다. “그런데 왜 행정은 등장하지 않죠?” 이것이 정곡이었다. '
'
돌아온 답은 “행정은 지원을 통해 부단히 관여하고 되지 않을 것에 두려워하며, 난관을 극복하기보다 수성하거나 공로를 인정받으면 그로 끝나기 때문이죠”라는 우문의 현답이 돌아왔다.

나는 이전부터의 인연을 토대로 한마디만 물었다. “이사님. 간 쓸개 있으세요?”, “당연히 없죠”.

 모두가 옛 병원을 리모델링한 올레센터의 게스트하우스나 기념품점, 카페, 정보센터, 공유공간 등을 둘러보고 흐뭇한 얼굴로 센터를 빠져 나왔다.

그리고 올레길의 개설로 후광효과를 보고 있으며, 올레 예찬론자이자 네트워크의 큰 축을 담당하는 게스트하우스 민중각을 찾았다.

모텔이었던 공간을 올레꾼을 위해 다인실로 바꾸고 인적 교류와 정보의 유통기지를 구축한 민중각의 사례는 또 한 번 우리에게 여행자들의 플랫폼이 중요함을 느끼게 해 주었다.
올레꾼들의 처소 1새대 게스트 하우스.
 
▲“그런데 왜 행정은 등장하지 않죠?”
 
 일찍부터 움직인 탓에 시장기가 동한 우리는 서귀포 올레시장을 찾았다. 시장 내부를 흐르고 있는 인공수로가 인상적인 이곳 또한 올레 덕분에 관광객들이 넘쳐나고 있었다.

과거 서귀포는 관광객의 체류지가 아니라 경유지에 불과했는데 지역과 깊게 만나고 지역민과 소통하는 올레가 관광의 패턴을 바꿨다는 것을 실감나게 경험할 수 있는 전통시장이었다.

육지에서는 맛볼 수 없는 고등어회에 다양한 해산물을 먹고 원기를 회복한 우리는 뒤를 이어 이중섭 거리로 갔다. 천재화가 그러나 가난했던 화가, 그럼에도 사랑이 넘쳤던 화가의 자취가 그가 세 들었던 집과 골목에 깃들여 있었고 미술관에는 그가 남긴 작품과 글이 광휘를 발하고 있었다.

근처의 모든 가게는 이중섭의 이름으로 함께 빛나고 있는 사실까지 우리 일행은 눈여겨보고 다시 천지연 폭포 쪽으로 향했다. 새연교를 건너 새섬의 관광시설을 둘러보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거세진 파도에 다리는 출입을 금하는 금줄이 쳐져 있었다.

목포시가 유달산과 고하도를 연결하는 케이블카를 구축하는 터라 새섬의 사례는 목포시가 배우고 넘어서기에 귀중한 사례가 될 터인데 어쩌랴 천재지변의 일들을.
서귀포 올레 시장.

 아쉬움을 뒤로하고 신산리로 향했다. 성산일출봉에 가까이 있는 이 마을은 녹차의 산지로 유명했다. 올레길 해안의 주요통과 지점인 이 마을도 올레의 순례자를 넋 놓고 바라보기만 하지 말자고 하면서 마을의 결혼과 장례식, 회합을 치르는 의례식장을 리모델링해서 카페로 만들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판매 상품으로 마을의 특산인 녹차를 이용한 아이스크림과 라떼 등을 메인 상품으로 내놓고 올레꾼 뿐만 아니라 일반 관광객도 맞이하고 있었다.

눈만 돌리면 아름다운 풍광인 제주하고도 해안의 승광이 더없이 빼어난 자연자원을 산업자원과 결합한 지혜가 빛났다. 2박의 밤은 성산포였다.

함께 한 연구원들은 마지막 밤을 함께할 회식의 처소를 찾느라고 분주하다. 온갖 정보망을 동원하지만 숙소가 있는 성산포 읍내에서는 어렵다.

비싸고 믿기 어려운 일출봉 쪽으로 택시를 탄다. 관광분야에 일하면서 관광지의 사업자를 믿지 못하는 이 아이러니, 제발 우리 지역은 사라졌으면 하는 마음을 품으며 우리는 자그마한 한치 한 마리에 5만 원을 지불했다.
애월 해안.
 
▲제주 관광산업 일상 속 깊숙이 스며들어
 
 그리고 다음 날 곶자왈인 동백동산과 제주지역의 역사와 신화화 인문지리 관련 책을 모아 파는 달빛서림이라는 작은 책방,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한 제주 게스트하우스 1호 소낭 게스트하우스의 지혜와 사회공헌을 배우고, 동문시장에 들려 각자의 쇼핑을 했다.

자투리로 남은 시간 한 마리에1만5000원 하는 고등어회와 어제 먹은 한치의 세배 정도 덩치 큰 1만8000원짜리 한치회를 먹고 제주를 떠나왔다.

한시도 한눈팔지 못하고 너무 강행군했던 것이긴 하지만 공적인 일을 위해 이렇게 배워가는 것도 커다란 축복이리라.

결론, 제주는 급변하고 있으며, 대기업 중심의 관광산업도 있지만 일상속의 관광으로 깊숙이 스며들고 있는 상황이다.

제주를 보면 관광의 트렌드가 보이고, 문제점과 극복해야 할 과제가 분명해 진다. 이 글을 정리하는 내내 나 혼자 또 가고 싶은 제주다.
전고필 <대인예술시장 감독,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 8권역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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